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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11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10 14:52:42
조회 790 추천 2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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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1화

8-2화


9화


10화


한 발짝 옆에 11


거 아직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알려줌. 내가 1화 때 십만 달러를 천만원으로 착각해서 잘못 적어놈. 그때 부터 다 달러로 두긴 했는데. 하여튼 그래서 이 대회 우승상금은 천만원이 아니라 1억원임. 그리고 일주일 만에 돌아와서 전편 까먹은 친구들 있을 건데. 전 편에서 안나가 엘사한테 자기 생일파티로 친구 하고 식사하는데 오라고 거의 빔.


55일차 - 생일 축하해 안나


내가 부모님께 받은 최고의 선물은 왕성한 신진대사다.


내가 늙으면 나에게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살이 찌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며 살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날에 일어나면 아무 일도 없던 것 마냥 돌아간다. 약간 초능력 같기도 하다. 원래 인간이 다 결점이 있듯이, 아쉽게도 숙취까지는 그 능력이 안 닿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가는 음식점은 모두 집 근처에 있었고 이 도시에서 가장 느끼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팔았다. 나는 공식적으로는 24살이니까, 내가 늙어서 더는 치즈 같은 느끼한 것을 먹지 못할 때까지 이 능력을 쓸 것이다.


제인이 내가 감자튀김을 집어 먹자 넌더리난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난 도대체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어."


"내 위장 아닐까?" 내가 감자튀김을 초콜릿 밀크셰이크에 찍어 먹으며 답했다. "네가 위산 역류한다고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제인이 비웃었다. 제인은 항상 오만하고 허세를 부렸지만, 좀 귀여운 방식으로 그랬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는데 제인의 부모님께서 제인을 선교 여행에 보내고 나서는 한동안 못 만났다가 몇 년 전에 재회했다.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욕만 해댔다. 역시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이다.


릴로가 감자튀김 몇 개를 집었다. "생일인 애 말이 맞긴 하네."


"몇 년 뒤에 네가 일어났는데 바지가 너무 작아졌다고 울지나 마." 제인이 답했다.


"딱 2년 정도 남은 것 같다." 라푼젤이 윙크를 날리며 빨대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역시 이상해.


아, 얼마나 힘이 되고 멋진 친구들이란 말인가? 내가 뭐라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 내가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라푼젤이 다른 금발여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넌 어떻게 생각해, 엘사?"


엘사가 자기에게 얘기를 할 거라 예상을 못 했는지 바닐라 밀크셰이크를 먹다 말고 움찔했다. 우리가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애들한테 이상한 거 물어봐서 괜히 엘사 불편하게 하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를 해두었기 때문에 별로 말을 걸지 않았다. 라푼젤은 자기가 물어본 것이 딱히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에 대해서?"


우리는 식당 구석에 5명이서 앉아 있었다. 3명이 테이블 한쪽에 있었고 내가 다른 한 명과 반대쪽에 앉아 있었다. 누가 나랑 앉아 있었는지 맞춰보자.


엘사의 답을 기다리며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친구들을 내가 째려봤다. 애들은 엘사랑 같이 있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저러는 것은 엘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보다 나를 엿 먹이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혹시라도 친구들이 선을 넘지는 않을지 걱정됐다.


“저 안나의 ‘초능력’이 없어져서 개고생 할 때까지 얼마나 남은 거 같아?” 라푼젤이 엘사에게 물었다.


“아… 음...” 엘사는 나에게 허락이라도 맡아야 한다는 듯이 나를 돌아봤다. 내가 그냥 하라는 시늉을 했다. “뭐, 그래도 꽤 오랫동안 괜찮지 않을까?”


휴, 고마워 엘사.


“안나하고 사는 건 좀 어때?”


그때 진심으로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나는 릴로를 죽일 듯이 노려봤고, 그에 릴로는 그냥 ‘뭐’라고 입 모양만 했다.


“꼭 대답 안 해도 돼.” 내가 최대한 엘사가 이 위험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게 하려고 엘사에게 말했다. 내가 얼마나 많이 상황 불편하게 하지 말라고 경고를---.


“좋아.”


ㅁ-뭐?


우리는 모두 엘사를 보고 있었다. 내 친구들은 엘사가 계속 원하길 바랐고 나는 그냥 포기했다. 지금 나랑 사는 게 좋다고 한 거야? 이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뭔 뜻이야?” 제인이 물었다.


“음… 다시 안나가 내 주위에 있다는 게 좋다고 해야 하나? 그냥 그렇다고.”


지금 이 대화는 내가 주위에 있으면 안 되는 대화였다. 솔직히 나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여기 내 생일로 모인 저녁식사자리 빼고 어디든 가 있어도 괜찮았다. 그래도 엘사가 그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도 궁금했다. 엘사는 내가 자기 바로 옆에 사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다음에 우리끼리만 있을 때 내가 이 이야기에 대해서 물을 거라는 것도 알 것이다.


우리끼리? 좀 어감이 이상하다.


“그럼 헤어진 이후로 잘 지내고 있는 거야?” 라푼젤이 말했다.


이제는 못 하겠다. 내 친구들이 뭘 더 물어볼지 감이 안 잡힌다. “야 너희 진짜!” 내가 화를 냈다.


“뭐? 그냥 궁금해서 그래.”


“다른 걸 궁금해해. 어, 아니다. 그냥 그만해. 생일인 사람 명령이야.” 아 지금 딱 웨이터가 와서 다 먹은 접시나 가져가면 완벽하지만, 이 식당에는 웨이터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멍청한 놈이 여기 오자고 한 거야?


“아, 알겠어.” 라푼젤이 나와 장난쳐서 얻을 게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만했다. “아 뭐 그건 그렇고 생일 축하해, 안나. 스물넷은 마법 같은 시간이야. 네가 부디 그 시간을 잘 썼으면 좋겠다.”


내가 짜증 난다는 투로 눈을 굴렸지만, 입 끝이 올라가는 것을 숨길 수가 없었다. “넌 매해 그 말 하잖아.”


“난 매해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할머님, 생신 축하 드립니다.” 말을 하고 릴로가 혀를 내보였다. 릴로는 나랑 두 살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나를 나이 든 사람 취급하는 것을 좋아했다. 난 식탁 밑으로 확 한대 발로 차고 싶었지만 동시에 엘사도 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말로 되받아쳤다.


“이제 당신 친구들이 올해 당신을 위해서 뭘 준비했는지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라인하르트 양?” 제인이 선물 가방을 꺼내 들며 말했다.


“보고 싶네요, 발음하기 힘든 영국식 성을 가진 누구 씨.” 옆에서 엘사가 쿡쿡 웃었다. 다행히 엘사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몇 달 전에 아울렛 몰에 갔던 거 기억해?” 제인이 똑똑하게 내 말을 흘려보내며 말했다.


“내가 뛰다가 벽에 박아서 VR 헤드셋 부순 곳 말하는 거야?” 이번엔 엘사가 웃었다. 거짓말을 못하겠다… 내가 아직 엘사를 웃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엘사의 웃음을 그리워했다. 이런 말 해도 되는 거지, 맞지? 이상하게 안 들리지? 젠장, 왜 이렇게 이상하게 만드는 거지?


“그 일이 있기 전에 어떤 가게를 갔었는데. 그때 네가 한 재킷을 보고 엄청나게 갖고 싶다고 했지.”


제인이 재킷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숨이 막혔다. “설마!”


제인이 끄덕였다. 제인도 나만큼 들떠 있었다. “진짜야.” 제인이 선물이 든 가방을 나에게 건넸다. “생일 축하해.”


나는 정중하게 가방을 집어 들고 바로 포장지를 뜯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우아한 가죽 재킷으로 안은 벨벳으로 돼 있었고 옷깃에는 장미가 박혀있었다. 정확히 내가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실제로 본다니 좀 놀랐다. 제인하고 내가 걷다가 어느 허세 가득한 이름을 한 옷가게에서 이 가죽재킷을 창문 사이로 봤다. 나는 가게 안으로 달려가서 입어보고 아주 좋아서 가격표를 봤는데…


“이걸 도대체 무슨 돈으로 산 거야?” 내가 재킷을 펼쳐보며 말했다.


“여름세일을 하더라고. 모든 게 반값이었어.” 라푼젤이 답했다. “아마 지금 당장 몇 달 동안은 너무 더워서 못 입을 거긴 한데 이런 기회가 흔치는 않잖아?”


내가 재킷을 가슴팍에 껴안으며 말했다. 촉감도 좋다. “아, 나한테는 너무 과분한 선물이야 얘들아.”


릴로가 웃었다. “우리도 알아.”


“엄청나게 좋아 보인다.” 내가 고개를 돌려 엘사가 재킷을 보며 웃고 있는 것을 봤다. 엘사가 진짜 기쁜가 보다. 그게 왜 이상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좀 그렇다. 아마 난 엘사가 더는 나를 위해 웃어주지 않을 줄 알아서 그런 것일 것이다. 이것도 좀 이상한 생각이긴 했다. 도대체 내 생각은 왜 다 이상하지? 아니면 정상적인데 내가 이상하다고 하는 것인가?


일단 재킷을 입어야겠다.


내가 움직이기 귀찮았기 때문에 불편한 자세로 입어야 했다. 그 도중에 아마 엘사를 칠 뻔했다. 자켓은 나에게 딱 맞았고 외관도 괜찮았지만 입은 느낌도 좋았다. “절대로 벗고 싶지 않아.” 나는 외로운 사람처럼 나 자신을 껴안으며 말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도시에는 어둠이 깔렸다. 대화의 주제는 친구들이 나의 흑역사를 풀면서 바뀌었다. 엘사는 어떤 것에도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앉아서 대화를 들으며 웃을 때 같이 웃었다. 엘사가 내 쪽을 자주 응시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나도 엘사를 자주 쳐다봐서 딱히 이상하게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난 이 자리가 엘사에게 편했으면 좋겠다.


굳이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엘사에게 꼭 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나는 엘사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감자튀김이 바닥나자 식사 자리가 끝났다. 제인하고 라푼젤은 같이 차를 타고 왔고, 둘 다 내일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먼저 갔다. 그리고 릴로가 얼마 안 가 자기 식구 음식을 포장해서 떠났다. 나니가 자기하고 스티치 음식을 안 사오면 죽인다나 뭐라나. 그리고 나와 엘사 둘이서 아렌델 타워로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엘사가 교통체증 때문에 샛길로 빠졌다. 그 뜻은 집까지 좀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고 그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는 것이었다. 나는 괜찮았다.


완전, 진짜로 괜찮았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 내가 집에 갈 동안 엘사를 모른 체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말을 건넸다.


엘사가 웃었지만, 너무 어두워서 진심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아니야. 오라고 부탁해줘서 고마워. 재밌었어. 네 친구도 좋고.”


“많은 역경을 함께한 친구들이지.” 내가 굳이 여기서 더 말하지는 않았다. 역경 중에 몇 개는 엘사와 관련된 것도 있어서 그랬다. 오는 밤은 좋게 마무리돼야 했다. 그래야 나쁜 기억 대신에 머릿속에서 자리 잡을 것이다. “내 친구들이 많이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지? 내가 경고 많이 했는데.”


“아, 안 그래도 상관없는데. 내가 미안해.” 젠장. 어두웠지만 엘사의 웃음이 없어지고 시무룩해지는 것이 보였다.


난 어떻게 엘사를 속상하게 하는 걸 이렇게 잘하지? 아니면 엘사를 속상하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나 보지. 어쨌든 이것이 엘사의 잘못은 아니었다. “아냐. 내가 와 달라고 했는데. 난 그냥 네가 불편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런 거야. 너도 알다시피 아직 좀 모든 게 이상하잖아?”


“당연히 알지.” 엘사가 답했다. “오늘 밤은 즐거웠어. 자켓 엄청나게 좋은가 보지?”


“아, 엄청나게 좋아.” 음식점에서 차까지 걸어가는데 더워 죽는 줄 알았지만 난 아직도 입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사서 어디 한산한 데서 라이드나 하고 싶게 만드네. 그리고 바에서 어떤 트럭커랑 시비도 붙고.”


엘사가 웃었다. “그 십만 달러 벌면 꿈 이룰 수 있겠네.”


“그렇지. 그냥 300일만 더 기다리면 돼.”


“300하고 열흘 더 야.”


“근접했네.”


“그래… 네가 맞다.”


그리고 다시 처음에 차에 탔을 때처럼 정적이 흘렀다. 고요한 거리와 어두운 가로등은 원래 분위기를 잡아줬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 이상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언제까지나 계속 시시콜콜한 얘기 만 할 수는 없었다.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있었다. 지난날에 못한 말이 많았고 풀어야 할 과거도 많았다.


어제 밤만해도 풀어야 할 게 많다.


내가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래서.”


“왜?”


생각보다 더 힘든데? 지금쯤 되면 민감한 주제를 불러오는데 달인이 돼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할 것이다. 항상 내가 대화를 말아먹긴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까 밥먹을 때 네가 내가 네 주위에 있는 게 좋다고 했잖아. 그거 진심으로 한 말이야?”


작게 망설이는 소리가 들렸다. 엘사가 지금 말하려 하는 것은 아마 진심일 것이다. “어, 그렇지.” 하려던 말 대신에 말했다.”진짜 보고 싶었어, 안나야. 내가 그럴 권리가 있기야 하겠느냐마는 보고 싶었어. 지난 몇 달간 일어난 일도 있긴 있지만 그래도 난 우리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 알겠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넌 그럴 필요 없어.”


“나도 그럴 필요 없는 거 아는데 근데- 너도 알잖아. 내가 내 속마음 얘기 잘 못 하는 거. 네가 내 생각을 그냥 말했어. 진심으로 하는 얘기야.”


엘사가 답이 없었지만 나는 엘사가 무언가를 엄청나게 말하고 싶다는 것을 알았다. 엘사가 핸들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뭔데? 말해봐.”


“그, 그, 너, 너는 내가 주위에 있으니까 좋아?”


젠장. 나도 같은 질문을 했으니까 엘사가 나한테 하는 것이 문제는 없었지만, 답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엘사가 나의 진심 어린 답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 그 진심은…


“잘 모르겠어.”


“ ...아.” 엘사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리의 마지막 가로등을 지날 때 엘사가 상처받은 것 같은 모습을 봤다. 그 말은 당연히 엘사에게 상처가 됐을 것이다. 안 그럴 이유는 없었다. 엘사는 나를 그리워했다고 했고, 내가 주위에 있어서 좋다고 했지만 나는 그 반대로 말했다.


“그렇다고 네가 주위에 있는 게 싫은 것은 아니야. 알겠지?” 내가 엘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설명했다. “내 말은 그냥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아직 모르겠다는 거야. 물론 처음에는 안 좋았는데, 이제는 점점 좋아지고 있어. 그래서 아직도 좀 혼란스러워. 그게 다야.”


“알겠어.”


“그 말 때문에 화가 났다면 내가 미안해. 네가 진심을 보여줘서 나도 진심으로 답하고 싶었어.”


“고마워. 그리고 그것도 이해가 가. 오늘 밤… 오늘 밤은 즐거웠는데 좀 힘들었어. 그...” 엘사가 다시 말을 멈췄다. 아마 말하지 않으려고 혀를 깨물고 있을 것이다. 나는 엘사를 재촉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침묵을 지켰다. 라디오에서 노래하나가 끝나고 다시 정적이 이어졌다. 얼마 안 가서 엘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네 친구하고 즐겁게 웃고 떠드는 걸 보는 게 마음이 아팠어. 이기적인 거야. 나도 이기적인 거 아는데 그냥 나도 한때는 너를 웃게 할 수 있던 사람이었다는 게 떠오르더라. 오늘 밤처럼. 그런데 나는 이제 그런 사람이 아닌 거야. 그리고 그건 내 탓이지.”


나는 엘사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 모두 새겨듣고 있었다. 엘사가 자신의 연약한 곳을 보여주는 것을 존중하기도 해서 그랬지만 혹시나 또다시 울음을 터뜨릴까 봐 걱정됐다. 그러다가 사고라도 날라. 아직까진 좋았다. “그런데 너도 같이 웃고 좋았잖아, 맞지?”


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좋았어. 그런데 나는 그냥 네가 얘기할 때만 웃었어. 왜냐하면 그때만 내가 공감됐으니까.” 헐, 이걸 눈치 못 챘다는 말이야? “하… 다른 사람이 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어.”



엘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눈물이 엘사의 볼에서 반사되는 것을 보았다. 내가 엘사의 울음을 막지 못 했다는 증거였다. “미안, 내가 좀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 이제 진짜 닥치고 있을게.”


“엘사, 그, 아.” 내가 운전 중에 방해되지 않게 엘사를 만질 수 있는 곳은 어깨뿐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엘사의 어깨 위에 손을 얻졌다. 모든 것은 엘사의 탓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오늘 엘사가 얼마나 기분이 안 좋았는지 진작에 알아차리지 못해서 이런 것이다. 내가 엘사를 불편한 상황으로 내몰았고 거기서 엘사는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 했다. “네가 나한테 솔직해지는 거 가지고 나한테 절대 미안해 하지 마. 특히 이런 것들은 더욱더. 내가 네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있으면 바로 말해줘야 해. 너는 나에게...”


나에게…


뭐지 씨발…


여기서 더 바보 같은 말을 하지 않으려면 지금 멈춰야 했다. 그리고 내가 무슨 말로 이어가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엘사는 바로 내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신호에 걸렸기 때문에 엘사가 자기 어깨에 있는 내 손을 한 번 보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내가 너의 뭐라고?”


내가 입을 열었지만 누군가가 내 폐에서 산소를 다 빼간 느낌이었다. 이것은 답하기 쉬운 질문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씨발 그래야만 한다고.


“나는 너에게 뭔데, 안나야?”


진짜, 진짜로 대답하기 쉬워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는 생각해보지도 않은 것이었다. 우리는 룸메이트였으니까 이런 질문은 대답하기 수월하고 뻔해야 했다. 그런데 너무 쉬우면 아마 답이 아닐 것이다. 나는 아직 전여친/남친하고는 친구 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고수 하기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관계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나는 엘사가 나에게 무슨 존재인지 몰랐다.


엘사가 바로 눈치를 챘다. 아니면 신호가 바뀌어서 바로 고개를 돌려 운전에 집중했을 수도 있다. “내가 미안해. 적당한 질문은 아니었지. 내가 답을 강요했던 거 같아.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야.”


내가 한숨을 쉬었다. “엘사...”


“아니야, 괜찮아. 아마 지금 뭐라고 답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지. 그러니깐 일단은 제쳐놓자. 다시 미안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서 나는 그냥 손을 소매 안으로 집어넣고 재킷을 창문에 기대는 베개로 썼다. 도시는 전체가 잠이 들었고 거리는 적막이 흘렀다. 얼마 안 있으면 이 밤도 끝날 것이다.


씨발 생일 축하한다, 안나.



난 감자튀김을 초콜렛 밀크쉐이크에 찍어먹는 건 첨 들어봤다 ㅅㅂ. 이렇게 먹는 사람 있음? 항상 읽어줘서 고맙고 어색한 거는 댓글로 남겨줘. 이 픽은 아마 연재주기가 별일 없으면 주1회인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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