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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가장 따뜻한 색, 블루 6

La vie(211.184) 2020.01.19 23:30:09
조회 759 추천 52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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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796181









좋은 소식! 드디어 안나가 집을 구했다! 당장 입주할 있는 집이었지만, 안나는 언니들과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에 엘사네 집에서 달을 채워 보냈다. 물론 바쁜 엘사와는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고,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지만.. 이사한 집이 엘사네 집과 멀지 않으니 앞으로도 종종 있겠지!


대신 비교적 한가한 메가라와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급격히 가까워졌다. 메가라는 별난 구석이 있지만 쿨하고 유쾌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메가라는 안나에게 사람들이 모르는 포토 스팟을 알려주기도 하고, 파리 구석구석의 펍을 도장깨기 하듯 데리고 다니며 차곡차곡 안나와 친분을 쌓아갔다. 안나도 메가라를 잘 따랐다.


안나는 메가라에게서 엘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있었다. 사소한 얘기들 부터 무거운 얘기들 까지. 안나는 이런 이야기를 당사자가 아닌 3자에게 들어도 되는 건가, 싶어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메가라는이런 정보들을 미리 알아두면 서로 실수도 하게 되지 않겠어?’ 라며 안나를 안심시켰다.


엘사는 가족이 없었다. 엘사가 10 가족여행을 가던 반대편 차선의 차량이 엘사가 타고 있던 차를 덮쳤고, 자리에서 부모님을 잃었다. 상대 차량 운전자는 음주 운전자였고, 그래서인지 메가라는 엘사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거의 못봤다고 했다. 거의? 안나가 낮게 읊조리자 메가라는 부연 설명을 더했다.


“1 전쯤인가, 애인이랑 헤어졌을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꽐라가 엘사를 봤지.”


이거 진짜 내가 들어도 되는 내용들인가, 안나는 혼란스러웠지만 메가라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동안 엘사의 행동이나 했던 말들이 이해가 됐다. 따뜻하지만, 벽이 있는 사람.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사람. 메가라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안나는 엘사에 대한 모성애같은 감정이 끌어올랐다. 엘사의 옆에 있어주고 싶다. 외롭지 않게 해주고 싶다. 엘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엘사가 엄청 좋아했었나보네요. 애인이라는 사람.”


둘이 아주 죽고 못살았지.”


안나는 엘사의 연애사에 관해 이것 저것 묻고싶었지만, 이내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뒀다.


그렇게 메가라와의 대화를 곱씹다 보니 어느새 짐정리를 마친 안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앞으로 살게될 스튜디오(원룸) 스윽 훑어봤다. 7평남짓의 그리 넓지 않은 . 그래도 있을건 있었다. 운이 좋게도 살인적인 파리의 집세에 비해 적당히 깔끔하고 저렴한 집을 구할 있었다. 사실 엘사의 도움이 컸지. 프랑스어가 서툰 안나가 자꾸 퇴짜를 맞고 돌아오니, 엘사가 직접 안나와 같이 집을 보러 다녀주었다. 안나의 눈에는 괜찮아 보이는 집인데도, 엘사는 예리하게 집의 하자들을 찾아내어 꼼꼼하게 집을 골라냈다. 여기는 좋은데 햇빛이 안드네, 여기는 방음이 너무 안될 같고, 동네는 너무 위험해그렇게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집이 바로 이곳. 그리 넓진 않지만 혼자 살기에는 딱이고, 무엇보다 엘사네 집이랑 가까웠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갑자기 파리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감정이 몰아쳤다. 외로움, 불안감, 내가 있을까 하는 자신에 대한 불신. 유학 생활이란거, 생각보다 진짜 어려운 거였다. 새삼 이곳에서 몇년이나 유학 생활 하고 있는 메가라와 엘사가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여기에서 보내게 1년이 앞으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같아.’


나도 엘사랑 메가라 처럼 멋진 파리지앵이 될거야! 라고 생각하며 안나는 걸터앉아 있던 침대에 몸을 뉘였고, 이내 코를 골며 잠들었다.






*





멋진 파리지앵은 개뿔.’


안나는 앞의 프랑스어 교재를 노려 보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안나는 지금 강의실에 앉아있다. 좋았던 지난 시절을 뒤로하고, 어학원이 개강했기 때문. 주변에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앞에서는 까만 머리에 수염을 멋드러지게 기른 강사가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 안나의 책상으로 쪽지 하나가 던져졌다.


[오늘 강의 끝나고 스벅ㄱㄱ?]


안나가 고개를 돌려 쪽지를 보내온 쪽을 쳐다봤다. 쪽지를 보내온 사람은 라푼젤. 어학원에서 처음 사귀게 친구다. 라푼젤은 독일에서 왔지만, 영어를 곧잘 했다. 그래서 둘은 영어로 수월하게 의사소통 있었다. 안나는 라푼젤에게 간단하게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는 다시 강의에 집중했다.


오늘은 조건법(Le conditionnel) 대해 배울거예요.”


프랑스어 문법 진짜 토나온다. 안나는 인상을 쓰며 교재를 쳐다봤다. 예문을 읽어내려가던 안나는 어떤 문장이 눈에 띄었다. 문장을 해석해보고는 핸드폰을 집어들어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Sans toi, je serais perdu. Elsa.]


네가 없이는 길을 잃을거야. 엘사. 안나는 문자를 보낸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답장이 왔다.


[Tu dois concentrer sur la classe.]


수업에 집중해.


, 엘사다운 답장이네. 항상 이런식이었다. 안나가 항상 능글맞게 대하면, 엘사는 번도 그에 장단맞춰준 적이 없다. 그래도 안나는 엘사가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쑥스러워 그러는거라는걸 알기에, 일부러 엘사한테는 능글맞게 장난을 쳤다. 안나 나름의 친근감의 표시였다. 안나는 답장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우겨 넣었다.


지잉, 안나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안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





남자 친구가 온다고? 부럽다!”


라푼젤이 진심으로 부러워하며 말했다. 그에 반해 안나는 뭔가 곤란하다는 표정이다.


으응 여름 방학때 온대.”


별로 안좋은가보네?”


안좋다기 보다…”


안나는 빨대로 음료를 하고 빨아들인 한박자 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 모르겠어. 크리스토프는 놀러 오는 건데 나는 여기서 계속 학원도 다녀야하구 바쁠텐데…”


흐응, 못챙겨줘서 서운해할까봐?”


그런 것도 있고, 오게되면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낼 텐데. 알다시피 우리집 좁잖아.”


에이 커플인데 어때. 좋은거 아니야?”


라푼젤이 눈을 얇게 뜨며 능글맞게 말했다.


아악 몰라! 어쨌거나 이렇게 갑자기 통보하는게 어디 있냐구! 나도 여기서 생활이 있는데!”


생활? 평소에 하는 것도 없잖아? 기껏해야 학원 다니고, 사진 찍으러 돌아 댕기고, 있나?”


라푼젤이 정곡을 찔렀다. 라푼젤 말이 맞긴 맞았다. 바쁘다는건 핑계였다. 사실 요즘 크리스토프와의 관계가 소원했다. 시차 때문에 제대로된 연락을 한지도 오래됐고, 사소한 오해들이 쌓여 삐걱대고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토프도 안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한걸거다.


너랑 이렇게 커피도 마시잖아.”


안나도 눈을 얇게 뜨며 능글맞게 받아쳤다.


어우~ 기지배. 나중에 남친 오면 소개나 시켜줘~”


그래야지. 그래도 아직 오려면 한달정도 남았어.”


안나는 빨대를 입으로 가져다 대며 창밖을 바라봤다. 뜨거운 햇빛에 눈이 부셨다. 시간은 오후 7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해가 높게 떠있었다. 여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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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설명

엘사랑 메가라는 비슷한 시기에 유학을 왔고 라푼젤이랑 안나처럼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

첨엔 서로 성격 안맞아서 별로 관심 없었는데 유학 초기 힘들 시기에 서로 알게 모르게 의지하기도 하고 티격태격 하면서 정들어서 친해짐ㅎㅎ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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