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은 하얀색 품에 갇혀 있었어. 갇혀있다기 보다는  서로 엮여 있었다고 보는 게 좋겠다. 밖이 시끄러운 걸 보니, 일어날 시간이 한참은 지났나봐. 어제 얼마나 늦게 잤길래 이 시각에 일어날까, 안나는 엘사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빠져 나오고 이불을 덮어주려 했지만 이미 저를 보고있는 푸른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어. 앗. 좋은 시간을 보낼 때, 끊임없이 용사님을 봤던 눈동자였지. 그 아래로 생긴 여러개의 자국에 이불을 끌어올리려 했던 용사님은 이불을 꽉 잡는거야.

"안나. 뽀뽀해줘."

엘사의 말에 몇 초의 망설임이 있은 후에 다가가서 입술에 해줄거야. 엘사는 용사님 눈을 보았어. 좋은 시간 보내고 나서 부끄러운 거겠지. 순식간에 목을 끌어안은 엘사가 다시 누우니 안나는 어디 빠져 가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상체를 겨우 침대 매트리스를 잡아서 지탱해야 할거야.

"나 어디가 가장 좋았어?"
"어디? 어... 다 좋았어."
"난 여기가 가장 좋았어."

라며 두 다리를 이불 속에서 움직였어. 안나가 열심히 몸 만져주고 핥고 뽀뽀 해주니까 기분이 좋았대. 그런 건 말 안 해도 돼. 아! 안나는 이불 속에 손을 넣어서 뒤적거리다가 수건 하나를 꺼냈어. 어제 생각보다 젖은 게 상당해서 수건을 급히 가져와서 침대 시트 위에 깔았는데, 용사님 순발력으로 시트는 다행히 무사해.

"엘사. 우리 오늘은 바다 있는 마을 보러가기로 했잖아? 근데 이러면 우리 언제..."
"좀 더 이렇게 있으면 안 돼?"

안 될건 없지만... 딱히 조급 해야 할 이유도 없었지. 정 급하면 그 마을까지 가는 마차를 빌려 타면 될테니까. 이곳에서 무기를 만들고 실어 나르는데 마차 하나 쯤은 있을거라면서 안일한 생각에 엘사의 부탁이 겹쳐져. 다리를 침대에 올려서 완전히 침대에 올라올 수 있었어. 수건이 툭. 침대 바깥으로 떨어져.


안나가 올라오면 목에 감았던 팔을 그제서야 풀거야. 충분히 가까운 거리까지 오면 잡아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어. 말랑말랑과 맞닿아 있으면 눈 못 마주치고 딴 데 보는 게 웃겨서 웃고 말았어.

"우리 결혼은 언제 할거야?"
"결혼? 그, 그건 어디서 들은거야?!"
"섹스하고 결혼하면 상대가 못 도망간다고 써있었어."
"...정말 이상한 책이야. 당장 버릴거야."
"왜?"

좋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더 좋은지 알려준 고마운 스승 같은 존재인데 버리자고? 엘사는 바닥에 떨어진 책을 슬쩍 봤어. 안나가 이건 필요 없다고 떨어 트리고도 기분좋게 잘 하긴 했는데 버리자긴 아까워서 고개를 저어. 엘사는 화끈한 책을 그냥 두자고 했어.

"안나. 결혼 안 할거야?"
"해야...할까?"
"사랑하는 사이면 해야 돼. 안나가 다른사람 만나면 안 되잖아."
"다른 사람... 안 만날게."

용사님은 약속 꼭 지키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말을 꼭 지킬거야. 그래도 한번 꽂힌 결혼이라는 말을 하면서 안나한테 끈덕지게 요구를 하는거야. 잘 풀려났다 했더니, 다시 전직마왕의 팔 덫에 갇혀버렸어.


크얽. 용사님은 커다란 솜인형처럼 힘없이 따라와서 품에 갇혀서 데굴 침대 위를 굴렀어. 올라프는 쪽쪽 들리는 소리에 그릇 뚜껑을 열었어. 붙어있는 걸 보니 아직도 짝짓기 중인가봐. 어제도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는데, 작은 말랑이도 잘 기절해있는 마당에 방해할 수 없지. 말 잘 듣는 올라프는 꼬리로 그릇 뚜껑을 다시 닫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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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에피소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