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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22-1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2 10: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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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21-2



* 주의: 약약수위. 스트립쇼. 관객에 대한 묘사는 없음. 그래도 싫은 설줌들은 22화 통째로 스킵하거나 그냥 관객없다고 자기최면 걸고 읽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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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2 *: Fair Moon, Envious Sun

(아름다운 달, 시샘하는 태양)




“준비됐어?” 안나가 속삭였다.

“아니.”

“긴장돼?”

“떨려.”

“뭐, 적어도 우리에겐 이걸 완벽하게 해내야 할 이유는 있으니까. 음향 기술자에겐 녹음은 넘겼고?” 그녀는 무대 아래의 빈약한 공간에서 제인의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여자는 침을 꿀꺽 삼키고 팔짱을 끼며 조금 웅크린 자세를 취했다. 그녀가 매우 초조해 할 때마다 보여주는 제스처다.

“응, 건냈어.”

“그냥 내가 하는 말을 따라하면 돼. 명심해, 이건 그냥 이야기일 뿐이라는 걸. 이야기 하나 보여주는데 우리 인생의 20분을 들이는 것뿐이야.” 안나가 말했다.


안나는 귀에 꽂힌 EP를 만지며, 자신의 의상조각들을 고정하는 수많은 끈들 중 하나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드래그 퀸도 저리가라할 정도의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MINI 쿠퍼를 들어올릴 수 있을 정도의 아드레날린이 혈관 속을 뛰놀고 있었다. 그들은 한때 오케스트라가 자리한 공간이었을지도 모르는 아랫 공간에 서 있었는데, 이젠 연기자들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위에 천장으로 덮여 있었다. 그녀는 머리 위에서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갈라진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 작은 빛줄기들이 메스처럼 굵직한 음울함을 잘라내고 있었다. 눈내리는 하늘처럼 흐릿하게 텔레비전 모니터는 켜져 있었고, 낡은 스피커로부터 지직거리는 잡음이 나고 있었다.


“이제 입장할 준비해야 돼.” 안나가 말하며 제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나—나 전에 했던 말 취소할게. 너무 무서워. 나 못하겠어.”

“넌 할 수 있어,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난 알아 (Sure you can, I know you can.). 네가 충분히 하려고 맘만 먹는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거 네 좌우명이야?”

“내가…이 후에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스스로 되뇌는 말이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알았어. 그냥…내게 집중해. 다른 사람들은 신경쓰지 말고, 그냥…내게만 반응해줘.”

“태양이 리더니까.” 제인의 목소리엔 놀리는 어조 하나없이 단조로웠다.

“그래, 초감각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너지만 말야. 어서 가, 이제 수 분 뒤면 밧줄을 타게될 네 모습을 보는 걸 기대하고 있으니까.”

“다시 설명해줄래? 어떻게 하면 그…”


“비우는지? 여기 위를?” 안나는 물으며, 제인의 머리에 손을 뻗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쓰다듬는 시늉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 페인트를 망칠까 봐 소녀를 만지고 싶지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안심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안나는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친구로서 그녀를 감싸 안아주었다. 안나에겐 사랑이었고 일방적인 것이었지만 씁쓸하진 않았다. 제인이 겁을 먹었다면, 그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안나의 의무였다. 보답받지 못하는 감정에 대해 찬찬히 고민하는 것은 굳이 이 곳에서 하고 싶진 않았다.


“그 무엇도 의미는 없어.” 안나가 속삭였다. “우리가 저 무대 위에서 무엇을 하던지 간에 전부 무대 위에 두고 와. 저건 우리가 아냐. 무대 위에 올라간 우리는 우리가 나눈 우정을 절대로 알지못하고…앞으로도 알지못할 사람들이야. 난 이게 네가—우리가 쌓아올린 관계에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제인. 지금 이 순간이, 나야. A야. 그리고 저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결코 그걸 바꾸지 못해.”


제인은 그녀의 어깨 위에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러나, 잊혀진 어제처럼 조용하게 어둑한 무대 밑을 빠져나갔다.


안나는 공연장을 흐릿하게 비추는 머리 위의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프롤로는 관객석 쪽으로 유리벽이 둘러진 극장형식의 정교한 무대 위로 뛰어들었다. 유리벽은 손님들이 쇼를 볼 수 있게하되, 반대로 공연자들은 누구를 위해 공연을 하는지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손님의 신상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밀스러운 관음을.


“좋은 저녁입니다.” 프롤로는 손가락들을 마주 세우며 소리를 냈다. “오늘 이 단독 공연을 위해 여러분을 초청 드렸습니다. 이 특별한 경험은 여러분의 시간을 들일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장담해드리지요.” 프롤로는 계산된 의도다분한 발걸음으로 육각형의 무대를 돌았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선 저마다의 기준과, 감히 무시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취향을 가지고 계시지요.” 프롤로는 쇳소리를 냈다. “이 앞에 무엇이 펼쳐질지 맛보기를 살짝 본 저 역시도, 개인적으로 부스 한 자리를 예약해 두었지요.” 프롤로는 입꼬리를 길게 끌어올려 독사처럼 미소를 지었다. 안나는 그의 혀가 공기 중의 색스러운 분위기를 맛보기 위해 허공으로 뛰쳐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는 진정하고 열정적인 처녀작이 될 겁니다.”


“여러분 외에는 유럽에서 이 공연을 본 자가 없으며, 그녀들의 말, 그녀들의…으흠…애원, 외침을 들은 자 또한 없을테지요. 태양과 달이 나누는 사랑을, 있을 수 없는 하룻밤을 목도한 이는 아무도 없을겁니다. 마담 로즈와 그녀의 파트너 릴리는 여러분들에게 매혹적이고 즐거운 저녁을 선사할 겁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미각을 자극하고 식욕을 돋우어 줄 것이며, 밤이 깊어감에 따라 더 많은 진미들이 여러분께 진상될 것입니다. 요금의 나머지 절반은 공연이 끝난 후에 결제될 예정이니, 이 점 명심 부탁드리며……즐거운 시간되시길. 이제 그만 물러나겠습니다—“


프롤로가 고개를 숙이자 불이 점멸했다. 제인이 암스테르담으로 향하고 있다고 처음 얘기했을 때부터 두려워했던 순간의 큐 사인. 단 오늘만큼은, 안나는 무대 위에서 혼자가 아니었다.


마음이 놓이면서도, 후회로 가득하다


음향담당은 연주를 수탉 울음소리를 신호로 시작했고, 안나는 연단에 올라섰다. 트랩 도어가 그녀의 머리 위로 미끄러지듯 열렸고, 그녀는 리프트를 타고 무대 중앙에 올랐다. 프롤로 판사는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라면 무대장치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스스로의 탐욕과 욕망에 무너지게 되기를.


빛이 떠올라, 단풍나무 바닥에 부드러운 금빛 광선을 내리쬔다. 무대의 중앙에는 봉(pole)이 세워져 있었고 네 개의 밧줄이 서까래에 둘러져 무대를 네 개의 반구로 나눈다.


수탉이 다시 울고, 안나는 무대 위의 빛에 눈을 깜빡이며 팔을 들어올려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


“으음, 좋은 아침.” 그녀는 허공을 향해 말했다. 그녀는 무대 중앙의 폴 주변을 터벅터벅 맴돌면서 키득키득 웃음기를 머금은 채로 꽃을 따는 흉내를 냈고, 손이 가려진 팔, 몸통, 얼굴을 쓸고 다녔다. 그녀는 노란 드레스 차림새로, 머리는 복잡하게 빗어올린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짙은 노란 리본이 올린머리 주변에 둘러진 땋은 머리 사이로 묶여있었다. 그녀의 힐은 불필요할 정도로 높았는데, 안나가 마담 로즈를 연기하며 사치스러울 정도로 확신에 찬 분위기를 자아내거나 특유의 여유로운 발걸음과 우아한 자세를 잡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었다. ‘태양’을 연기할 수 있는 여자가 되기 위해서.


이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제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적막한 현악이 확성기 시스템을 통해 쏟아져 나왔고 그녀는 목적 없이 계속해서 장대 주위를 느긋하게 맴돌았다. 그녀의 손 끝이 천진난만하게 긴 소매를 따라 뛰놀다, 삐져 나온 리본 끝을 잡고 빙빙 돌렸다. 안나는 장대에 완전히 기대 손을 뒤로 돌려 잡았다. 외줄타기를 하던 그때 나무기둥을 붙잡았던 것처럼.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그녀가 창문을 향해 말했다.


텅 빈 거야. 여기에 아무도 없어. 그냥 여기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알려줄게. 지구를 바라보면서, 난 너무나 외로워. 매일 빛을 내며, 밝게 타올라. 그리고 내가 빛나는 순간, 아주 조금씩 느리게 희미해지며 죽어가고 있지만 아무도 나를 알아채지 않아.”


왜 하필이면 이게 사실이여야 해?


“아무도 나를 알아채지 않아,”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안나는 짐짓 혼란스러운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강하고, 밝고, 따갑고, 뜨거워 이미 그녀의 팔 아래와 장갑으로 둘러진 손가락 사이로 땀이 맺혀있었다.

“거기 누구야?” 안나가 물었다.

“거기.”

“아니, 넌 누구냐고.”

“넌.”

“어디 있어?”

“어디.”

“왜 이렇게 어렵게 하는 거야?”


머리 위로 움직임이 있었고, 육체가 없는 목소리는 더 이상 육체가 없지 않았다. 제인은 그림자 속의 나이팅게일처럼 폴의 중간에 걸쳐 앉아있었다. 푸른 색의 빛 줄기들이 아래로부터 그녀의 창백한 인영을 때려, 금빛에 번진 쪽빛의 연무와 고개를 숙인 수선화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어렵게…” 제인이 구슬프게 말했다.

“아!” 안나는 감탄했다. “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어…”

“있어…” 제인이 말하며 안나 쪽으로 손을 내렸다. 제인은 봉 위로 오르기 쉽게 질감있는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팔은 드러나 빛나고 있었다.

“네가 달이니?”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리를 기둥에 단단히 감싼 채 살짝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녀의 하강은 곡예적이었고, 감질나게 했다. 안나는 더 거칠지만 매력적이었다. 맞은 편의 반대와 모순.


“달이니.” 제인이 따라했다.

“널 한번도 본 적이 없었어.”

“없었어.”

“왜 날 따라해?”

“따라해.”

“널 볼 수 있게 가까이 와줘.”

“와줘.”

“내가 먼저 말했잖아.”

“말했잖아.”

“이러다간 우리 아무 진전도 없겠는데.”


제인은 기둥에서 미끄러지듯 조용하게 한마디 더 내려가 좀더 무대 위의 밝은 빛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 제인은 하마터면 신음하듯 말할 뻔 했다. 그녀는 장대를 움켜쥐고 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제 머리를 금속원통에 대어 절절하게 안나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허공을 맴도는 손짓에 훌쩍인다. 안나는 장대를 향해 몸을 뻗어, 손이 금속 위로 일렁이듯 머물며 부드럽게 위로 쓸어 올라갔다. 그녀의 손바닥이 이윽고 은빛에 온전히 닿지만, 손 끝은 결코 제인의 발 끝과 2 피트를 두고 닿지 못했다. 안나는 뛰어올라 봉에 매달려보지만 느리게, 무겁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녀는 바닥을 긁을 뿐이었다.


안나는 제인에게 화장을 해주고 의상도 골라주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제인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녀가 제게 받쳐진 성스러운 제물처럼 느껴졌다…그것은 그녀를 타오르게 했고, 불꽃이 일게 했고, 손에 넣을 수 없는 달에게 품은 태양의 그리움을 이해하게 했다.


태양의 활기찬 노랑에 대조를 이루는 달에게 차가움을 더하기 위해 그들은 조용한 블루스를 선택했다. 제인의 첫번째 겹은 겸허한 사각형의 넥라인에 허리선에는 실크가 둘러져 있었고 종아리 아래까지 양 옆으로 트여진 의상이었다. 유일한 문제는 슬릿이 엉덩이뼈까지 올라갔다는 점이었고, 제인은 여전히 두 다리를 그 장대에 감싸고 있었다.


창백하고 탄탄한 두 다리가 사방에 드러난다.


제인은 어떻게든 조명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녀는 손목에 진주 단추가 달린 짧은 흰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것들은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들을 가려주었고, 제인은 표백된 사포를 손바닥과 손가락 부분에 붙여 봉과 밧줄을 잘 다룰 수 있게 했다. 제인을 둘러싼 옅은 푸른 빛이 조금 더 밝게 빛나면서 안나를 비추던 불빛도 타오르듯 밝아져 둘의 대조를 더욱 끌어올렸다.


음악소리는 커져갔다. 바이올린이 애처롭게 울었다.


안나가 오른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고 제인은 장대 왼편에 발을 디뎠다. 그녀는 몸을 비스듬히 바깥쪽으로 뻗쳐, 몸의 힘과 물리학 그 이상의 것을 사용해 거의 서 있는 자세로 몸을 지탱했다. 인간 깃발. 안나의 깃. 안나는 하늘로 손을 뻗었고 제인은 검은 밧줄 하나를 찾기 위해 뒤를 더듬으며 물러났다.


“기다려!” 여전히 바닥에 붙은 채, 안나가 말했다. “어디로 가는거야?”

“가는거야.”

“제발, 가지마. 너무 외로워.”

“외로워.”

“왜…왜 날 따라하는 거야?”

“따라하는 거야.”

안나는 팔을 내밀었고, 제인도 그대로 따라했다.

하나가 위로 뻗어오면, 다른 하나가 물러난다.

안나는 옆으로 고개를 기울였고, 제인도 마찬가지 였다. 안나의 빛이 밝아지자 제인에게 반사되며, 빛의 대조는 시소를 타듯 계속된다.

“결국, 넌 나의—“

“넌 나의.”

“거울이구나.”

“거울.”


안나는 검지 손가락을 가리키며 턱에 가져다댔다. 제인은 그녀의 흉내를 냈다. 그녀는 여유로운 손짓으로 턱을 훑었고, 제인이 따라하는 것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제 얼굴을 떠나 자기 귀를 휘감아 돌며 목 선을 따라 방향을 틀더니 쇄골로 뛰어들었다. 제인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하며, 자세에 따라 몸의 중심을 장대에서 밧줄로 옮겼다. 안나는 중심에 서서 제인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밧줄에서 밧줄로 이동하는 금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녀가 안나 주변을 궤도를 돌 듯 움직이며, 밧줄 사이에서 몸을 틀고 뻗는 움직임은 태양의 서커스단(Cirque de Soleil)조차 경악시킬 만한 것이었다. 그녀는 마술사였고, 의상에 현혹시키지 않고, 장갑은 단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저 빙글빙글 도는 몸이 보일 뿐. 그녀는 하나의 요정이었다: 나긋나긋하고, 원죄로 가득한, 요망하고도, 유연한. 그리고 안나에게 그녀는 범죄자였고 하늘의 별자리였다. 그녀의 몸이 공중에서 제비돌기를 하며 매달려, 뒤척이는 모습은 몇 달처럼 느껴졌다. 뒤이어 제인은 이른 가을에 찾아온 안개보다도 부드럽게 흘러내려왔다. 그녀의 발이 무대 가장자리에 닿았을 때, 그녀는 트인 천 사이로 맨다리를 들어내며 몸을 앞으로 푹 숙였다. 예전에 보여주었던 카라졸라 쇼케이스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움직임으로. 제인은 자세를 바로잡아 팽창된 쪽빛 눈동자로 안나를 응시했다. 그녀는 발을 질질 끌면서 무대 주변을 서성였고, 흰 피부와 파란 불빛은 노랑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가 장엄하게 다리를 뻗어, 아라베스크 자세를 취하더니 피벗으로 떨어지며 움직이는 것으로도 성욕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넌 아름다워,” 안나는 무대 위의 성량으로 속삭였다.

“아름다워,”라며 되돌아왔다.


홀린다.


“난…난 너를 느끼고 싶어. 만져줘.”

“만져줘.” 제인이 애원하며, 제 손으로 자신의 목,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안나는 제인을 향해 팔을 뻗었고, 제인도 제 팔을 안나를 향해 뻗었다. 손 끝이 허망하게 둘 사이의 빈 공간을 헤집었다. 안나가 천천히 팔을 떨구자, 제인의 것도 떨어졌다.

동시성을 받아들인다.


“난 널 원해.”

“원해.”

“날 비추어줘.”

“비추어줘.”

“내게”

“내게”

“…달의 키스를 내려줘.”

제인은 회전하기를 멈추고 어깨를 안나를 향해 돌렸다.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깜박임도 없이. 움직임도 없이.

“키스를.”


안나가 자신의 뺨에 손을 대자, 제인도 똑같이 했다. 그들은 검지와 중지로 보조개의 패인 곳, 콧등의 곡선, 닫혀진 눈꺼풀 위를, 그리고 턱선을 따라 훑으며 민감하고 두 개로 갈리진 입술에 이른다.


“나를 떠올려—“ 안나가 명령했다.

“떠올려.”

“너의 위에 있는 나를.”

“너.”

“너의 곁에 있는 나를.”

“너.”

“너의 일부가 된 나를.”

,” 제인이 애원했다.


“내가 타오르면—“ 안나가 말하며 중앙의 봉을 붙잡았다. 그녀가 발을 비틀어 빙글빙글 돌아 레몬빛 드레스의 치맛자락이 둥글게 부풀어오르다, 흉골 위에 감춰진 후크를 풀자 치맛자락이 그대로 흘러떨어졌다. 노란 천이 떨어지며 그녀의 발목을 뒤덮었다. 안나는 계속 중앙을 돌며 땅에 떨어진 의복으로부터 발을 조금 높이 디뎌 나가니, 더 자극적으로 허리가 흔들린다. 두 손은 봉 위에 올려두고 몸을 휘둘렀다. 내리쬐는 빛에 피부가 스며들듯이 뜨겁게 달구어져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녀는 허벅지 사이에 장대를 느끼며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고정하기 위해 허벅지근육을 조였다. 눈꺼풀을 닫아 자신의 공전에 집중한다.


그녀는 이제 붉은 기가 도는 짙은 노랑의 코르셋과 스타킹의 콤보를 입고 있었는데, 망사가 그녀의 다리에 다이아 무늬를 찍어냈고 둘러진 복대는 복부를 조여와 숨이 가빠져간다. 가터벨트와 걸쇠는 연인의 손톱처럼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가 있었으며 안나는 상황에 거리를 두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긴 장갑은 장대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손바닥이 없었다. 그것들은 그녀의 팔꿈치 안쪽을 간지럽혀 드레스처럼 빨리 벗어내라며 재촉해온다. 그녀는 천천히 머리를 돌리더니 (원래 계획했던 안무에는 없었지만) 목의 뒤편을 펠트로 덮인 자신의 손가락으로 척추를 훑으면서 어깨선을 따라 긁어내려가 떠 받쳐진 윗 가슴이 코르셋의 천과 맞닿아 있는 곳까지 내려온다.


안나는 제인이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소녀의 손가락이 드러난 피부에 파고들어가는 모습이 무대위에서 생각만큼 잘 보이지 않았다. 제인은 계획에 없었던 동작들이지만 그대로 행했다. 안나는 왼쪽 어깨로 고개를 돌려, 시선이 제인에게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입을 맞추더니 주근깨가 흩뿌려진 피부를 핥았다. 그녀의 목이 짧고 이상한 각도로 꺾인 탓에 입술과 턱이 어깨에 부빈다. 자신의 타액이 작은 응어리가 되어 아랫입술과 턱을 타고 내려간다. 제인은 순종적으로 그대로 뒤따라하니, 아랫입이 금발의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네가 비출거야.” 안나가 끝맺었다.

이제 제인의 차례다. 첫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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