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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21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7 17:55:45
조회 383 추천 29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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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엘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머니가 방금 말한 '영혼들의 마을'은 그저 농담이고, 여기는 마법의 숲 속일 뿐이며 금방 안나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엘사는 그렇게 그녀의 앞에 놓인 상황을 애써 기피했다.


세상에, 이제는 현실마저 부정하는 거야?


'아니야, 이건 꿈이야.'


엘사는 고개를 거세게 좌우로 흔들었다. 세상을 끝없이 뒤덮을 만큼 펼쳐진 보랏빛 갈대밭과 새파란 하늘이 어우러지며 풍기는 몽환적인 느낌, 그리고 그 풍경을 등지고 서있는 이두나는 마치 이 세상이 꿈속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있었다.


현실을 직시해, 엘사.


'아니야.'


이건 꿈이어야만 했다. 안나에게 돌아가야 했다.


'나는 살아있어.'


마음을 애써 잡아보았지만 그녀의 다리는 얼어붙기라도 한 듯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엘사는 떨리는 두 다리를 이끌고 어머니의 뒤를 따랐다.




센트니세는 흔히 볼 수 있는 여느 마을과는 달랐다. 어디부터가 입구라는 것인지 나타내는 표식도 없었다. 긴 대로의 양 옆으로 간간히 놓인 여러 종류의 집, 그 앞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대로에는 뾰족하게 솟아오른 지붕을 가진 벽돌집, 사람이 겨우 살아갈만한 크기의 오두막, 조그마한 원형 천막 등 여러 양식의 건축물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엘사는 길을 걸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노덜드라 전통 옷을 입은 사람, 아렌델에서 흔히 보이는 복장을 입은 사람,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특이한 복장의 사람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오호, 이두나! 좋은 밤일세!”


모녀가 대로에 들어서자마자 한 행인이 말을 걸었다. 그 행인을 시작으로 길거리에 나와 있던 모든 사람이 한 번씩 이두나에게 말을 걸었다. 밤 인사에서부터 식사 초대를 비롯한 환영이란 환영은 전부 받고 있었다. 이두나는 아쉬워하며 사람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엘사와 함께 대로를 나아갔다.


멀리서 스쳐보았다면 특이한 점 하나 없이 평범한 마을처럼 보였으리라. 하지만 엘사는 사람들이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두려웠다.


"이두나! 그리고 그 옆의 숙녀분은 처음 보는구먼?"


사람들이 말 한마디를 꺼낼 때마다 엘사는 깜짝 놀라며 움츠러들었다. 엘사에게는 그런 말들이 어서 이 마을의 구성원이 되라고, 죽음을 인정하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번화가를 지나 들어왔던 방향의 반대 방향에 있던 작은 숲으로 들어오자 군데군데 놓여 있는 천막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아예 자연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안나를 버리고 오니까 좋아?


저주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내가 살던..."


네 그 저주받은 힘만 없었어도 모두가 행복했을 텐데.


가까이서 들리던 어머니의 목소리는 어느새 희미해졌다. 눈 앞이 깜깜해지고, 귀가 먹먹해졌다. 공포가, 익숙한 고통이 그녀를 덮쳤다.


죽음, 그리고 안나.


두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자신이 죽게 되고 혼자 남게 된 안나가 울부짖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 엘…"


다 너 때문이야.


"다 나 때문이야…"


너만 없으면 됐었어.


"나만 없었다면…"


"엘사!"


따뜻한 온기가 양 팔에서 느껴졌다. 어두워졌던 시야가 다시 돌아왔다. 보랏빛 하늘 아래서 자신의 양 팔을 붙잡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그제야 바짝 조여진 숨이 풀렸다. 엘사는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두나는 아무 말 없이 엘사를 자신의 천막 안으로 데려갔다. 그녀가 바닥에 쌓여있던 장작에 손짓을 하자 불이 타올랐다. 천막 안이 밝게 빛나자 이두나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엘사와 함께 장작 앞에 앉았다.


“엘사.”


이두나는 엘사의 왼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얼음장같이 차가웠던 엘사의 손에 이두나의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널 외롭게 만들고 나서, 아그나르와 나는 무척이나 그 결정을 후회했단다. 널 그렇게 혼자 두면 안됐었는데…"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들어갔다.


"아토할란을 향해 출항하기 전날 밤, 네 아버지와 나는 결정했단다. 돌아오고 난 후 안나의 기억을 다시 되돌리기로 말이야."


이두나는 차가운 손의 살결을 만지며 엘사에게 말했다.


“비록 늦었지만… 못된 부모여서 미안해, 우리 딸. 부디 더 이상 혼자 고통받지 말고 네 걱정과 근심을 털어놓아주렴."


엘사의 어깨가 축 처졌다. 거세게 들이마시던 숨이 잦아들었다. 그녀는 쪼그리고 있던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 나."


눈물에 푹 적셔진 엘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안나…”


어느새 목이 푹 쉬어버렸는지 거칠어진 목소리가 들렸다. 이두나는 엘사가 안쓰러웠던지 조용히 등을 토닥였다. 이내 기절하다시피 잠든 엘사를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모포 위에 뉘인 이두나는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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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진도가 넘나 느린거같당

영고엘 언제쯤 행복해지냥..


항상 봐준 쥬미들 너무 고맙고 추측, 질문, 지적 언제나 환영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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