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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32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1 19: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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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이번엔 좀 짧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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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2*: Infiltration, Inflirtation

잠입, 끼부림




“A, 준비됐어?” 제인이 물었다.

“오, 준비됐고 말고,” 안나는 양손을 비볐다. 그녀는 허리에 둘러진 하네스를 당기며 앞뒤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난 날 때부터 준비 되어있었어!”

“정말이야, A? 태어날 때부터 마천루 벽을 타고 내려갈 준비가 되어있었다고?”

“나 지금 자기최면 걸고 있는 거잖아, 좀 봐주라.”


짙은 밤은 늦은 봄 소나기가 지나간 직후여서 서늘했고 습했다. 5월의 뉴욕은 쾌적한 편이지만 비로 적셔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제인은 작은 쪽의 소녀가 빗물에 젖은 유리 창틀에 넘어질까 그만두자고 말할 뻔했다. 다른 이유로는 안나가 그녀가 만난 여자들 중에서도 운동신경이 특출나거나 하진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 안나가 안정적으로 하강을 할 수 있도록, 두 개의 검은 밧줄이 세겹으로 선원식 매듭으로 꼬아진 것을 다섯번이나 확인했고 줄은 제인이 고안해낸 크랭크를 따라 닻과 연결되어 있었다. 금발머리가 초조한 기색을 내비치기에, 안나는 제인이 자신의 몸통에 둘러진 줄을 조정하고 옷을 쥐는 것에 대해 부적절한 농담을 던지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 충분히 제대로 조여졌어?” 제인이 물으며, 안나의 오른쪽 허벅지에 둘러져 있던 스트랩을 잡아당겼다. 끈은 그녀의 가랑이 밑으로 들어가 엉덩이를 타고 올라가 있다. 제인은 맨 손이었고 안나는 쾌감에 젖어있었다.


“얼마나 조여야 되는데?”

“그게, 그렇다고 혈액순환을 막을 정도면 곤란할 테니까.” 제인이 설명했다. “환풍구는 지나갈 수 있을 정도여야 해. 움직임이 제한될 정도로 조이면 안되지.”

“자, 내 생각엔 그렇게 조이는 것 같진 않은데, 네가 보고 얘기해줘.” 안나는 대담하게 제인의 손을 잡고 자신의 다리위에 얹었다.


제인은 진중하게 끈을 바라보다가 두 손가락을 끈 아래에 넣고 잡아당기더니, 손가락을 그대로 미끄러뜨리며 안나의 엉덩이 뒷편으로 이동하고는 다시 앞쪽으로 다리 사이에 그 곳으로 움직였다. 아무래도 허벅지 안쪽에서 느껴지는 낯선 두 개의 손가락이 주는 가벼운 압력은 마천루에 뛰어내리기 전에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나 일 분에 수조억 자를 타이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예쁘고, 늘씬한 손가락이라는 게. 얼마나 빨리 움직일 수 있는지 궁금한 걸—


안나는 무게중심을 이동했고 제인이 만지고 있는 부위가 타들어가 마그마와도 같은 열기가 혈류로 쏘아지는 게 느껴졌다. 제인은 위를 향해 올려다보았지만 손을 치우는 일은 없었다.


“잘 잡혀있는 것 같아. 하네스는 허벅지 스트랩이 고간을 지나치게 조인다는 불만이 흔히 나오거든.”


제인의 두 손가락이 같은 장소에서 지분거리듯 움직였고, 안나의 뺨은 화로처럼 뜨겁게 달구어졌다. 안나는 움찔대지 않으려 안간 힘을 쓰려다 이내 과호흡하지 않는 쪽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어, 느,느낌이…조,좋아.” 안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제인은 피식 웃었다. 애태우는 요부 같으니.


“너 지금 끈 얘기하는 거 아니지? 그치?”

“아닌 거 알잖아, 놀릴래?” 안나가 으르렁댔다.


제인은 손을 뒤로 물리고는 카라비너의 금속 벨트를 돌렸다.


“다른 쪽도 너무 조인 건 아닌지 확인 안해줄거야?”


잘한다, 안나. 그렇게나 간절히 원하니?


“내가 그렇게까지하면 우리 이 옥상에서만 한참 있게 될 것 같아.” 제인이 대답했고, 시선을 기계쪽으로 향했다. 그녀의 목소리톤은 로드킬만큼이나 평탄했지만 도시경관의 어스름 속에서 안나는 제인의 뺨이 붉게 피어오르는 것을 잡아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물어보는데, 준비됐어?”


“준비만전이야.”


그들은 빌딩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헤드라이트와 택시 등이 질서정연하게 선을 이루며 작게 깜빡이는 것이 보였다. 근교, 펜실베니아, 져지와 코네티컷이라는 언덕을 오르는 개미들 같이. 안나가 가장자리 너머를 훑어보자, 현기증이 물밀듯이 덮쳐와 머리를 조여왔다. 그녀는 균형을 잡기위해 제인에게 매달렸다.


“높이를 너무 의식하지마.”

“난 높은 곳이 무섭지 않아,” 안나가 정정했다. “그냥 적응하는 중이야.”

“넌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잖아.” 제인은 안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제인의 맨 손이 자신의 피부에 닿는 감촉이 상상했던 것보다 느낌이 좋다. 그게 설령 제 뺨을 만지는 것뿐이어도, 금발 여자가 엄지손가락으로 귀 바로 아래의 턱선을 매만지는 것이라고 해도. 밤바람에 차가워진 손이 뜨거운 아드레날린으로 얼얼한 피부에 닿아있다. 사랑스러운 대치였다. 제인의 하얗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기억을 새기듯 주근깨로 덮인 콧잔등의 곡선을, 그리고 둥근 광대를 그려나갔다. 이전에는 그 누구도 그녀의 얼굴을 이렇게 명민하게 조사하듯 여운을 즐기듯 접해오지 않았다. 마치 충분히 들여본다면 우주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다는 듯이.


이쯤되면 제인도 안나에게 특별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시발 대체 왜 내가 이 모든 것에 떨고 있는 거냐구.


제인의 손가락이 안나의 맥을 향해 목덜미를 따라 느긋하게 내려갔고 안나는 폐에서 터져나오려는 신음을 억눌렀다.


“네 맥박이 날아다니네, 너 괜찮은 거 확실해?”

“조금 긴장한 거 뿐이야.” 안나가 설명했다. “게다가 네 맨 손이 내 피부에 닿는 게 정말…지금 상황에 도움이 전혀 안되고 있어.”

“이전에도 네게 닿은 적은 많았잖아,”

“대개는 내가 졸라서 그런 거잖아. 이건 좀…다른 느낌이야. 네가, 네 의지로, 날 그냥 붙잡는 거. 정말 좋아.” 그녀는 손을 제 얼굴에 댄 제인의 것 위로 겹치면서, 그 옆으로 슬쩍 내려다보았다. 몸의 균형이 이번엔 흔들리지 않았지만, 아직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안나는 보드랍게 어루만지는 손길에 빠져들며 숨을 내쉬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녀의 손길일 뿐일 텐데. 아직도 새로워…


“내가 더 이상 장갑에 의존하지 않아서 넌 기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도 유용할 때는 있어.” 제인은 주머니에서 두 켤레를 꺼내면서 말했다. 그녀는 능숙하게 자신의 것을 끼더니 나머지 한 켤레를 안나에게 건냈다. “특히 로프를 단단하게 쥐고 손바닥을 보호하기에는 말이지. 점차 좋아하게 될거야.”


장갑을 끼고 절벽을 등진 채 제인은 로프를 왼손잡이 손으로 꽉 잡았고 오른 손으론 뒤따르는 줄을 쥐었다.


“크랭크가 알아서 다 해줄거야. 엘리베이터 탄 거 같을걸.”

“나는 왜 연습용 장비에 매달렸는지 다시 설명해줄래?” 안나는 자신의 목숨이 기계에 달려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절대 네 첫 하강을 보조장치 없이 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거든.”

“넌 지금 내 능력을 얕잡아보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보다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 제인이 안나가 징징거리는 소리에 크랭크를 움직이게 해, 안나는 꺅꺅 소리지르며 빌딩 옆으로 내려섰다.


크랭크를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기에, 안나는 얼간이처럼 소용돌이쳐서 빙글빙글 돌지 않고 몸을 건물 쪽으로 틀어 발을 창문에 고정시키려고 애썼다. 안나는 겨우 몇 인지를 밀어내며 단단하고 두개골을 박살내버릴 아스팔트 위에서 휘적거렸다. 그녀는 가능하면 부드럽게 창틀에 착지하려고 했지만 매 충격마다 눈살을 찡그렸다. 제인이 간단하게 자세 잡는 법을 알려주며 밧줄에 과한 힘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었는데도 쉽지 않다. 반면에 금발은 너무나도 능숙하게 보조장비없이 매끄럽게 안나와 발 맞춰 내려가고 있다. 그녀에겐 근육, 자세, 경험만으로 충분했다.


이게 망할 식은 죽 먹기라는 듯이 움직이네.


11층까지 내려가기까지, 안나가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렸다. 그들은 러시아계 파출부 서비스 사무실이 있는 12층에 멈춰섰다.


제인은 단단하게 맨 더플백에서 산업용 흡입컵을 꺼내더니, 창문에 지름 20인치 정도의 원을 그리듯이 유리를 그었다. 그녀는 흡입컵을 유리에 붙이더니 다시 다이아몬드 칼로 잘라내 흡입컵 손잡이를 잡고 살살 비틀며 잡아당겼다. 그녀는 한번 아래쪽을 쓱 훑고는 흡입기의 버튼을 눌렀다. 동그란 유리는 떨어졌고 보행자도로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아무도 위로 올려다보지 않았다.


“누가 맞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미리 확인해두니까 괜찮아. 자 가자,” 제인이 말했다.


안나는 제인이 스윙을 하듯 창문 속으로 쏙 들어가 책상 위에 착지하고 바로 무게중심을 잡고 그대로 자연스럽게 일어서는 일련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두 발은 카펫에 닿으면서 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다. 안나는 낑낑대며 한쪽 다리는 창문의 둥근 원 너머로 다른 한쪽은 우스꽝스럽게 맨해튼 거리 위를 허우적대고 있었다.


“제인!” 안나는 크게 속삭였다. “좀 도와줘—오, 안돼, 안돼, 아 됐다—"


그녀는 (기적적으로!) 유리에 반토막이 나지 않고 창문 안으로 가까스러 들어가 셔츠는 찢어지고 하네스와 사지가 엉겨 바닥을 굴렀다. 제인은 그녀를 내려다보고는 비통한 표정으로 눈을 굴리다가 그녀를 일으켜세우려 했다.


“난 괜찮아, 괜찮다구.” 안나는 조금 분한 듯이 말하며, 검은 바지에 존재하지 않는 흙먼지를 털면서 말했다. 그녀는 허리에 둘러진 로프와 씨름했다. “이제 뭐하면 돼?”


“잠입.”


제인은 올빼미와 같이 카메라와 알람을 찾아다니며 안나를 위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안나는 뒤쫓아가면서도 발을 헛디디지 않으려 애썼지만 자신이 인정하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이건 정말 말 그대로 미쳤어. 내가 일할 때만큼은 범죄자들을 앞에 둬도 모델 뺨치게 당당한데, 건물을 몰래 잠입하려니까 완전 등신이 되네. 은밀하게 움직이는 건 한번도 내 강점인 적이 없었어.


어찌저찌 재주를 부린 끝에 그들은 제인을 선두로 하여 11층 위의 어두운 환풍구 안을 기어가고 있었다. 비록 비좁기는 했지만 안나는 예전에 처음으로 제인의 아파트로 기어들어가던 때가 떠올랐다.


우리가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


그 뒤로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은, 금발의 환상적인 엉덩이일 것이다.


어쩐지 그녀가 검은 색을 좋아한다했어. 저 바지에 저 엉덩이를 보고 있으면 내가 타락한 사람처럼 느껴진다니까.


“우리 이거 좀 자주해야 될 거 같아,” 안나가 속삭였다.

“뭘? 잠입하는 거 말이야? 우리 이런 거 자주하잖아.”

“아니, 환풍구를 기어가는 거 말야.”

“왜 굳이 그래야하는데? 조차도 이 부분은 좋아하지 않는걸.”

“뭐 그렇겠지, 넌 내가 보는 광경을 보지 못했을 테니까.”

“A, 집중해.”

“알았어, 미안.”


그들은 계속 기어갔고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제인의 움직임도 더 조심스러워졌다. 안나는 이 점을 그녀의 움직임에서 볼 수 있었는데, 팔꿈치에서부터 손목까지 장엄하게 뻗은 근육이라든지, 허벅지의 절제된 움직임은 절대로 질질 끄는 느낌없이 종아리를 통로 안쪽으로 더욱 이끌고 있었다. 갑작스레 멈추는 제인의 동작에 맞춰 안나도 멈추었다. 금발은 어깨 뒤로 고개를 돌리며 검지 손가락을 제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안나는 제인이 등에 맨 더플백에 가려져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제인이 다시 앞으로 움직여 뱀과 같은 움직임으로 해치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가자 안나도 신중하게 따라갔다. 그녀는 슬쩍 내려다보았고 그 곳엔 제인이 무장된 방 위에서 손 끝을 움직이고 있었다. 어두운 사무실 안에는 모서리마다 설치된 모션센서의 붉은 빛만이 깜빡이고 있었다. 센서들과 함께 구석구석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안나는 이 사무실에는 제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기밀정보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금발이 발레와도 같이 부드럽게 팔을 뻗은 손짓에 전자기기들이 쓸리듯이 무력화되어갔다.


기기들이 붕괴되는 모습까지 어우러져 우아하고도 기이한 동작이었다.


“제인?” 안나가 속삭였다.

제인은 쉿, 조용히하라는 신호를 줬다. 숨결에 민트의 향이 났다.


금발은 얼어붙은 유리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거기에는 두 개의 커다란 뭉치가 입구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경비. 무장했겠지.


안나는 유리 너머로 스포츠 중계가 웅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시발, 망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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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노트:


“난 날 때부터 준비 되어있었어!” / "준비만전이야."

-> "I was born ready!" / "Born ready." 이것도 원작안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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