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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Say You Love Me 19

험버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4 07:13:58
조회 793 추천 58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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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뭐예요!!!”


안나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가방을 집어 던졌다. 집어 던지기 직전 이건 좀 너무한가 싶어 순간적으로 힘을 빼 얌전히 던지긴 했지만 어쨌든 던진 건 던진 거였으니.. 양팔을 벌린 채로 오랜만에 만난 딸과 격한 포옹 나눌 것을 준비 중이던 안나의 어머니, 캐서린의 기분은 당연히 좋을 리가 없었다. 얼굴 가득했던 미소를 지운 캐서린은 펼쳤던 양팔을 접으며 팔짱을 꼈다.



“오랜만에 보는 엄마한테 인사 한번 끝내주게 한다.”


“연락은 하고 오셨어야죠!”



안나가 바닥에 발을 굴리며 징징댔다.



“놀라게 해주려고 그랬지. 하나도 안 반겨주는 거 보니 좀 후회되네.”



반가워요.. 반가운데....!


안나는 성난 입을 조용히 오물거렸다. 점점 풀 죽어 가는 어머니의 모습과 충격받은 듯한 엘사의 얼굴이 겹쳐 보이자 안나는 정말 심란해졌다. 조금 전의 엘사는 정말 기분이 상해 보였다. 엘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한 탓에 멋대로 붙이긴 조금 조심스러웠지만, 상처받은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어쩐지 어린 시절 천하무적 슈퍼맨이라고만 생각했던 아버지가 지붕에서 떨어져 목발을 짚고 다녔던 일이 떠올랐다. 세상에서 제일 힘세고 튼튼한 아빠가 그땐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안나는 그 일을 계기로 아버지도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음을 차차 알아갔다. 지금이야 당연한 사실임을 알고 있지만 어린 마음에 그 사건이 준 충격은 상당했다. 근데.. 지금 그게 왜 생각나는데? 이유야 뭐가 됐든 안나는 그때와 비슷하게 가슴 속에 작은 금이 간 것을 느꼈다. 진짜 안 어울려... 그런 거 보기 싫다고. 아빠는 항상 튼튼해야 하고 엘사는... 안나는 엘사를 그렇게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이 상황이 정말이지 언짢았다.


캐서린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안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버릇없는 딸을 앞에 두고 이걸 어째야 하나 고민하듯 혀를 차고 있었지만, 안나는 당장 떠올라 있는 성난 표정 아래로 어머니가 상한 속을 달래고 있을 것을 짐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딸이 보자마자 가방 내던지고 소리를 질러대니, 당연한 일이지. 안나를 언짢게 만든 이 상황은 기분 좋게 놀랄 자식들 생각하며 깜짝 방문하신 부모님의 잘못일 리 만무했고 안나의 빼액거림에 그런 표정 보인 엘사 잘못도 아니었다. 어떻게 봐도 다 안나가 잘못한 일이었다. 안나는 엘사를 지금껏 속여서도 안 됐고, 그걸 계속 감추겠다고 그렇게 정색하며 소리 질러서도 안 됐다. 다 제 잘못이니 어머니께 이렇게 짜증 내선 안 될 일이었다. 안나는 어머니를 기쁜 마음으로 안아드리는 게 맞았다.


오늘 여러 사람 기분 나쁘게 하네. 나 진짜 왜 이러니?



“...죄송해요.” 잠시 우물거리던 안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양팔을 펼쳤다. “약속이 있었는데... 아니다, 그냥-”



안나가 어설픈 애교를 부리며 품에 안겨 오자 캐서린은 곧장 표정을 풀고 안나를 끌어안았다.



"됐어. 너 이상한 게 어디 하루이틀이니?"


“그런데- 아빠랑 오빠는요?”



안나는 어머니의 품속에서 웅얼거렸다.



“와인 좀 사 온다고 나갔어. 올 때가 됐는데.”



캐서린은 안나를 꼭 안고 흔드는 걸로 재회의 포옹을 마치고 시계를 봤다. 안나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부엌으로 눈을 돌렸다.



“뭘 또 이렇게 많이 하셨어요? 힘드셨을 텐데 오늘은 그냥 나가서 먹지.”



안나는 식탁 위에 차려진 접시와 냄비를 둘러보더니 토마토소스에 담갔다 뺀 손가락을 빨며 말했다. 언제부터 와계셨던 건지 이미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고 도마 위의 썰다 만 양파를 보니 아직도 올릴 게 남은 모양이었다. 늘 그랬듯 끝내주게 맛있겠지.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오랜만에 어머니의 요리를 맛볼 기회를 두고 지껄인 외식 어쩌고는 정말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으음-! 엄마, 이제 제가 할게요.” 캐서린이 양파를 마저 썰기 위해 칼을 집어 들자 안나가 재빨리 칼을 뺏으며 말했다. “이걸론 뭐 하시려고요?”


“음, 라자냐?”


“다지는 거 맞죠?”



캐서린은 조용히 웃으며 식탁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칼질하는 안나를 지켜봤다.



“잘 할 수 있어?”


“저를 뭘로 보시고.”


“난 네가 도마 앞에 선 것도 처음 본다. 밥은 잘 해 먹고 사니?”



사실 별로 잘해 먹고 살진 않았다. 가끔씩 도마나 냄비를 꺼낼 때는 있었지만 그걸 써서 요리하는 사람은 거의가 한스였고 몇 가지 특기 요리를 빼면 별로 맛있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안나가 직접 하자니 더 끔찍한 맛이 되어버리는 탓에 남매는 거의 즉석식품이나 배달, 외식에 의존해 살았다. 엘사가 잘 먹여주는 요즘 들어선 특히나 집에서 뭔가를 먹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아... 엘사..


잠시 잊고 있던 일이 떠오르자 안나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저녁은 혼자 가서 먹으려나? 이따 전화라도 한번 해봐야겠다... 안나는 기계적으로 양파를 썰며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전화는 받아줄까? 진짜 화난 것 같던데. 엘사를 생각하자 슬슬 다시 기분이 가라앉아가던 안나는 어머니가 시끄럽게 의자를 밀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까진 초인종이 울리고 있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누구 올 사람 있니?”


“아니요.”


알아채고 나서도 뭐, 별달리 반응하진 않았다.


“아빠 아니에요?”


“네 오빠랑 같이 나갔는데-”



안나는 캐서린이 현관으로 가는 것을 멍하니 느끼며 통통 양파를 썰었다.





한 편, 엘사는 한쪽 손의 손톱을 잘근거리는 동시에 남은 손으론 손가락이 저리도록 초인종을 눌러대는 중이었다. 벨을 누르기 시작한 지는 아직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전에 본 집안 크기로 생각했을 때 이 1분은 어쩐지 의도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에 짱박혀 있든 두 걸음이면 현관일 텐데 왜 아무도 안 나와? 나 올 거 예상하고 다 숨으라고 한 거 아니야? 문득 자신이 점점 피해망상 환자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엘사였지만 벨을 연타하는 손가락을 멈춘 건 아니었다. 아무튼, 아무나, 빨리, 나오라고!


엘사는 안나의 가족들을 알지 못했다. 오빠가 얘긴 많이 들었지만 만난 적은 없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다름없었고 부모님이라고 했으니까, 남녀 한 쌍? 대충 젊은 남자 하나와 중년 부부 한 쌍으로 생각할 뿐 구체적인 생김새나 특징을 몰랐으니. 집 안에 가족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엘사의 막연한 상상 속에선 이 문을 열어줄 사람은 익숙한 얼굴인 안나 뿐이었다. 다른 가족들론 상상이 안 되니까.. 때문에 마음 놓고 얼굴을 구기고 있던 엘사는 벌컥 열린 문 사이로 뜻밖에 호통치는 중년 여성이 보이자 화들짝 놀라 곧장 영업용 미소를 띠었다.



“알아서 들어오지 왜 그렇게 벨을-!”



혼내주려는 듯한 톤으로 사납게 말을 뱉던 캐서린 역시 놀라 급히 말을 멈췄다. 엘사가 싱긋 웃으며 바라보자 캐서린은 눈을 크게 뜨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머.. 죄송해요. 아들놈인 줄 알고-”


“아뇨, 괜찮아요. 음.. 머피 부인?”



엘사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캐서린은 엘사의 얼굴과 차림새를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수준으로 몰래 흘끔이더니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엘사는 환히 웃으며 캐서린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허리를 약간 숙였다.



“처음 뵙네요. 저는 안ㄴ-”


“까끄웁!!!!!”



뜬금없이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엘사와 캐서린은 괴성이 난 방향으로 동시에 눈을 돌렸다.



“에-, 왜, 여-여길, 왜...”



어느샌가 캐서린 뒤에 바짝 붙어선 안나가 입을 발발 떨며 말하고 있었다. 안나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정신없이 굴리며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다. 캐서린은 그런 안나를 잠시 보다가 곧 엘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엘사는 캐서린 어깨 너머로 보이는 안나를 슬쩍 노려보더니 다시 활짝 웃으며 캐서린과 눈을 맞췄다.



“네 오빠 여자 친구인가 했더니... 안나 네 친구니?”


안나가 대답하기 전에 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엘사 도-”




엘사가 하고 있던 말을 이으려 하자 안나는 캐서린의 어깨를 잡아 집안으로 끌어넣고 둘 사이에 비집어 들어갔다.



“에에엘스아아엘사도즈요제치치치친구!”



숨도 안 쉬고 말을 쏟아부은 안나는 엘사를 보며 애처롭게 눈을 깜박였다. 왜 왔어요? 제발 그냥 가요. 큰일 난다고. 안나의 깜박임은 엘사와 이대로 나쁘게 끝내기 싫다는 뜻을 담은 애원이었고 어떻게 보면 작은 애정의 신호일 수도 있었지만, 사정을 모르는 엘사한테까지 그렇게 보일 리는 없었다. 엘사는 안나가 급히 눈을 깜박이며 보내는 신호를 이렇게 읽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와. 빨리. 가라.



이게 진짜.. 


그렇게 날 보이기 싫다 이거야? 


순간 이성의 끈이 빠직거렸지만 엘사는 겨우 숨을 고르고 똑같이 눈을 깜박여 신호를 보냈다.



내 맘. 이야. 이. 망할. 꼬맹아.


당연히 안나가 알아들을 리는 없었다. 어머니가 보고 계시니 표정 관리 하느라 웃고 있긴 했지만 눈빛만은 살벌했다. 안나가 답변의 깜박임을 날렸고 둘은 그렇게 뜻 모를 신호를 정신없이 주고받으며 긴장했다.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던 캐서린은 덩달아 멀뚱히 눈을 깜박이더니 작게 고개를 저었다. 멀쩡해 보였는데 내 딸 친구 맞긴 맞나보네.



“저, 도즈 양?”



캐서린이 안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엘사는 곧장 상냥히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말도 편히 하시고요.”


“그래, 엘..사.” 캐서린은 안나를 확 밀쳐 넣고 집 안쪽으로 손바닥을 펼쳤다. “안나랑 할 얘기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다른 계획 없으면 같이 저녁 들면서 하는 건 어때요?”


“어머.” 이쯤 됐으면 슬슬 나올 것을 알았던 말이었지만 엘사는 괜히 놀란 척하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정말 감사한데.. 제가 방해되진 않을까요? 안나가 오랜만의 가족 식사라고 그러던데요.”


“방해는 무슨. 같이 해치워주면 오히려 고맙지.”



아, 이럴 줄 알았어.. 엄마!!!! 안나는 목구멍으로 울음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곧 오빠 올 텐데, 제발!



“엄마, 엘사 바쁘댔어요. 옷 입은 거 봐요. 약속 있어 보이잖아요.”


“내가? 나 원래 이렇게 입잖아. 하나도 안 바빠.”



현관문을 지나 들어온 엘사는 안나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엘사는 그 상태로 빙글 돌아 현관의 캐서린과 마주 보고 섰다. 엘사는 안나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상 천사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녁은 어쩌나 고민 중이었는데 정말 감사해요.”



그때였다.


캐서린이 기분 좋게 웃으며 현관문을 닫으려는 순간 틈으로 불쑥 끼어들어 온 손이 다시 문을 당겼다. 문이 활짝 열렸다.




음?


안나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로 애써 기분 좋은 척하며 웃고 있던 엘사는 순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음... 저게 뭐지? 잘못 봤나? 여러 번 눈을 감았다 떠도 문 앞에 서 있는 건 틀림없는 한스였다. 현관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엘사와 눈을 마주친 한스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슬쩍 눈을 굴려보니, 제 팔 아래 안겨있던 안나도 몸을 꼿꼿이 굳힌 채 침만 삼키고 있었다. 아니... 잠깐.. 뭐지? 얼어붙은 세 사람이 번갈아 가며 눈을 맞추는 동안 정적 속에서 수 십초가 흘렀다.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엘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스가 여기 왜 있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난 탓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한스와 안나 사이로 멍청히 눈을 굴리던 엘사는 텅 빈 머릿속에 문득 번개처럼 강렬한 추측이 박히자 너무 열 받은 나머지 인상 찌푸리는 것도 잊은 채 작게 몸을 떨었다.


안나와 한스는 그때 가게에서 처음 만났다. 적어도 엘사가 알기로는 그랬다.. 그날 둘이 연기를 끝장나게 해놓은 탓에 엘사는 그 일엔 티끌만 한 의심도 품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상황에 대한 엘사의 추리는 엘사를 인생 최대로 열 받게 할 수준까지 치달았다. 그것 말곤 떠오르는 게 없었다. 엘사의 생각은 이랬다.


얘네 둘이 그날 한 판 싸우고 눈 맞은 거임???


아니, 그렇게 치고받았는데 말이 되나? 그런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둘이 눈 맞은 게 아니고선 한스가 여기 있을 일이 있을까 싶었다. 말 안 될 건 뭐 있어. 저놈은 여자에 미쳤고 얘는 사랑에 미쳤는데. 그렇게 싸운 일 두고 또 운명의 사랑이라고 헤벌레 했을지도 모르잖아. 거기다 둘 다 빨간 머리... 운명 좋아하는 애한테 딱.. 맞잖아.


제가 아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상황을 맞닥뜨린 엘사는 극단적으로 기분 나쁠 생각만을 연달아 떠올렸다. 맞짱 뜨고도 붙어먹는 둘의 정신 상태, 더 만나기로 해놓고 양다리 걸치며 뒤통수친 안나, 반응으로 봐선 엘사와 안나가 무슨 관계인지 알고 있는 듯한 한스, 어느 것 하나 평범한 수준으로 화내고 끝낼 만한 게 없었다. 하지만 떠올린 그 모든 생각 중에서 가장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고 열 받는 건 가족 식사에 한스가 끼었다는 부분이었다. 안나는 정색하며 엘사를 쫓아낸 뒤 한스를 불렀다. 한스와 함께하기 위해 엘사를 보냈다... 조목조목 따지자면 시간과 상황상 앞뒤가 맞지 않는 추리였지만, 엘사의 눈앞엔 한스가 서 있었다. 그는 여기 있어선 알 될 사람이었고 엘사는 그를 눈앞에 두고서 차분하게 머리 굴릴 여유 따윈 없었다.



“아..”



제 팔 아래로 안나의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음을 느낀 엘사는 어쩐지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미 제 머릿속에선 안나와 한스가 붙어먹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엘사는 안나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다. 


너랑 있으면 속상한 일이 너무 많아. 저놈이 여기 왜 있어?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봐. 엘사가 안나의 어깨를 힘껏 쥐며 속으로 말했지만 안나는 눈치만 볼 뿐 대답이 없었다.


말도 못 할 정도로 속이 바스라져가던 엘사를 구해준 것은 뜻 밖에도 캐서린이었다. 캐서린은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말없이 서로를 보는 세 사람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눈치를 살피더니 결국 크게 헛기침을 하며 침묵을 깨뜨렸다.



“엘사, 한스는 만나봤어요? 안나 오빠인데.”



...?



엘사는 한스가 문을 열고 막 나타났을 때의 상태로 돌아갔다. 머리가 다시 텅 비어버렸다.



“왜 혼자와? 네 아빠는?”


“어... 어, 밑에서 통화 좀 하고..”



침묵을 깨뜨리고 나서야 숨통이 트였는지, 캐서린은 한스가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받아들고 말했다. 엘사가 멍하니 그들을 지켜보는 사이 안나는 엘사의 팔 밑을 쏙 하고 빠져나가 캐서린의 품에 안겼다. 잠시 후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까지 문 앞에 나타나니 어쩐지 안나의 가족과 엘사가 대치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온 가족이 엘사를 보고 있었다. 엘사의 눈이 안나에게로 향하자 안나는 화들짝 놀라 캐서린의 품을 파고들었다.




뭐...


...오빠?


......



가까스로 상황 파악을 마친 엘사는 손등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치들었다.






“씨..발 진짜...”




나는, 이런 애를, 왜!!!!!!


엘사는 터트리면 동네방네 울려 퍼질 게 뻔한 고함을 겨우 참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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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아닌 엘산나 쓰려면 부모님 다르 게 설정해야 하는 걸 이번 편에서야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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