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으로 간만에 베를린을 찾았습니다. 예전엔 가끔씩 왔던 것 같은데 한 동안 갈 일이 없었습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베를린을 방문했던게 16년 5월이네요. 그 사이에 아주 멋지고 펑ㅡ키한 펍이 하나 생겼습니다. 식초 좋아한다면 꼭 와야할 성지가 된 것 같습니다.

첫 잔은 무난한 페일 에일 Three & Easy. Muted Horn의 3주년을 기념해 영국의 트랙 브류잉컴퍼니와 컬라보레이숀 한 것 같구요, 너무 지나치진 않지만 달콤한 꽃내음 과일향이 팡팡 터지는 쥬시함이 만족스럽습니다.

두 번째 잔은 캐나다 벨우즈 브류어리의 Strawberry Rhubarb Jelly King. 루바브는 시뻘건 샐러리 줄기같이 생긴 식물로 서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인데... 솔직히 제 돈 주고 사먹어본 적은 없어요. 그래도 Cantillon Nath 등, 맥주 부재료로는 종종 등장하는군요. 딸기요플레 향이 아주 대놓고 풀풀 나는데 그게 사실 식초였음 ㄴㅇㄱ 로 한 줄 평 할 수 있겠습니다. 아주 깔끔한데, 걸레 빤 구정물 냄새가 안 나서 아쉬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슈퍼펑-키한 Methode Goat의 Barrique Oloroso 2017. 깐띠용이나 3분수 한정판은 꽤 어렵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발품팔면 구하거나, 적어도 맛이라도 볼 수 있는 루트는 있는데 Bokkereyder는 그냥 안 보여서 한 번 마셔봅니다. 사실 적당히 마시고 위스키 한 잔 묵직하게 때려박으러 가려했는데 누적된 피로 + 배부름 + 귀찮음이 겹치면서... 대체제로 올로로소 통 숙성 람빅으로 타협(?)했습니다. 아... 삶은 쇠죽에 소똥냄새 몽글몽글 올라옵니다... 이래야 식초죠. 중후한 맛 보다는 어린 식초의 자극적인 느낌이 좀 강했고, 올로로소 셰리 와인의 복잡한 란시오보다는 곰팡이 슨 나무통 냄새가 강해서 좀 쓴 맛이 올라와 약간 아쉬웠습니다. 은은하게 건포도, 건살구 향이 뒤에 치고 나오는건 정말 매력있었지만요.

출장일정을 어떻게 할 순 없었지만, 이틀만 일찍 올 수 있었다면 레어배럴/사이드프로젝트의 Avec des Amis나 깐띠용의 매직람빅을 온탭으로 즐길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내일 저녁에 또 놀러가서, 이번엔 고제와 베를리너바이세 위주로 좀 마셔볼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