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까지 일하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몇 달 전 부터 시골에서 살고 있습니다.

도시에 살 때도 길고양이들 식사를 챙겨주는 편이었는데

시골에도 굶는 아이들이 많아 얼마 전 부터 사료와 간식을 챙겨줬습니다. (캐츠랑/쮸르/마도로스)

그런데 문제는 길고양이가 아니라 뒷집 할머니가 키우는 고양이가 저에게 오면서 생겼습니다.

저에게 경계를 풀고 나서 부터는 제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찾아와서 데리고 가면 따라가는데 곧 다시 되돌아 옵니다.

한번 내쫓아 보았는데 아침에 보니까 방충망을 뚫고 들어와 1충애 누워자고 있더군요.

사료도 안주고 간식도 안줘봤는데 떠나질 않습니다.

오히려 뺏긴다고 생각했는지 제가 밥주던 동네 길고양이들을 공격해서 다 쫓아냈더군요 ㅠ

할머니가 마당에서 키우던 고양이였는데 알고 보니 그 집 자제 분께서 키우시다가 떠넘기셨다고 합니다.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고 애교 부리는 모습을 보니 오랜 세월 집고양이로 살았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할머니께서는 집에 못들어오게 하시고 마당에서만 키우시고 계셨습니다.

식사는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물을 주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태풍이 몇번 왔었는데도 고양이를 밖에다가 방치하셨는지 바람이 쎄지기 시작하자 저한테 와서 의지하더군요.

저도 차마 내치지는 못하고 담요랑 방석 하나씩 주고 우천 내내 돌보았습니다.

나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나갈 수 있게끔 문도 살짝 열어뒀습니다.

이 열어둔 문으로 나가서 화장실은 꼭 밖에서 보고 들어옵니다.

저도 이런 모습에 딱히 거부감이 안들어서

1층을 통째로 고양이한테 주고 2층에서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할머니께서 독거 중이신데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많이 외로우셨는지 찾아다닌다는 것입니다.

어제도 "춘아~ 춘아~" 하면서 찾아다니셨습니다.

고양이가 처음에는 할머니를 따라서 되돌아 갔었는데

이후에 태풍이 지나갈 때 저에게 의지하고 나서는 이제 할머니가 불러도 제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집에서 사는 것을 너무 편안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저도 더 이상 내쫓을 마음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에는 이 동네에 개들을 풀어 놓고 키우는 집이 있어서

평소에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들은 사나운 편이며 저만 봐도 공격성을 드러냅니다)

고양이를 안아다가 되돌려 보내어도 할머니께서 집안에 안들이시니 다시 되돌아 올 것 같고

할머니께 "집안에서 키우는게 좋지 않을까요?" 라고 말씀드려도 "감히 어떻게 동물을 집 안에 들이냐" 라고 하실 성격이신데

그럼에도 고양이를 찾아다니시니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년 초 쯤에 다시 직장을 잡아 여기 시골을 떠날 예정인데

할머니께 돌려보내는게 맞는건지, 제가 데리고 가서 웰빙 노후를 보장하는게 맞는건지 고민 중입니다.

여기서 살면 집 밖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영역싸움하면서 풀어둔 개들한테도 치이고 다닐 것 같고

데리고 가면 자유를 박탈하고 외롭게 만드는 것 같고...

제가 금융권에서 일해와서 굉장히 이기적이고 수지타산적으로 살았기에 타인 배려를 안하는 편이라

정당한 옳음에 대한 분별이 없어 조언을 구하니 험담이라도 댓글 남겨주시면

이 애교많은 고양이의 냥생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유일하게 마음을 주던 고양이가 얽히니 제 욕심대로 하는게 양심에 걸리네요.

돌려보내는게 맞다 싶으면 적응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돌려보내야겠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