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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리뷰)) 하루가 단오를 사랑하는 방법앱에서 작성

ㅇㅇ(218.235) 2019.11.02 17:00:01
조회 9432 추천 167 댓글 40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그 아이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게 시작이었어.

작가의 필요에 의해,
갑자기 단오의 세상에 그려진 하루.

이름도, 과거도 없이,
그저 필요한 자리에 배경처럼 서 있게 되었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나를 기억하는 사람마저 없는.

그저 배경에 불과한 13번.

그저 그렇게 어딘가에 서 있던 하루 시선에,
늘 걸리던 한 소녀가 있었어.

은단오.

나는 누군지도 모르지만,
너는 알고 있었던.

은단오가,
하루의 시작이었지.

단오를 처음 도와주게 된 어느 순간,
그런 하루를 찾으려고 단오가 움직이기 시작한 어느 순간.

배경에 불과했던 하루를 알아봐 주고,
그런 하루를 기억해주고,
그런 하루에게 이름을 주어지고 나서야,
하루는 그 세계 안에서,
하나의 존재로 새겨져.

작가의 설정값에 의해 새겨진 등장인물이 아니라,
단오와의 관계를 통해 새겨진 ‘하루’.

그래서 하루에게 중요한 건,
그 만화책을 둘러싼 전체의 세계가 아니었어.

내 시선 끝에 걸렸던 그 소녀와,
맺게된 관계의 특별함.

너와 내가 맺는 관계만이 중요했지.

하지만,
하루와 단오의 관계에 균열을 만드는 설정값이 있었어.

하루는,
그 설정된 값을 바꿔야 했지.

단오는 살고 싶었고,
하루는 그런 단오를 살리고 싶었으니까.

자신을 하루로 존재하게 한,
단오를 잃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단오가 스테이지를 바꾸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면,
자신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 같은 것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

단오를 도와 스테이지가 미묘하게 달라진 댓가로,
손에 고통스러운 통증이 느껴져도.

자신이 새겨진 사진에,
자신이 점점 흐릿해지며,
자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어도.

매번 다쳐야만 했던 것도 모자라,
매번 상처받아야하는 것도 모자라,
언제 죽을 지도 모른다는 단오 앞에서,
중요한 건 아무 것도 없었어.

살려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단오를 구하다가,
결국 자신이 완전히 지워졌었다는 것을 알아도,

하루는,
그 상황이 다시 와도,
단오를 구하겠대.

하루에게 단오는,
그 세계에서 하루를 있게 하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다시 돌아온 자신에게,
단오는 하루가 돌아온 걸로 충분하대.

더 이상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이 순간, 옆에 있는 걸로 충분하다고.

잃어봤기에, 
다시 잃을 수도 있는 선택을 하기 싫어진 단오와,
그런 단오를 지켜야만 하는 하루.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졌을 것만은 우리의 관계가,
이곳에서는 더 오랫동안 이어지길.

그렇게 하루는,
자신의 의지로 스테이지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해.

아파야 하는 단오와,
그런 단오를 구하러 오는 백경이라는 진부한 그림을 지우고.

아픈 단오를 구하는 건,
하루 자신인 거야.

백경의 캐릭터를 위해 아픔 마저 도구화를 쓰여만 하는 단오가 아니라,
아픈 그 순간 온전히 보호받는 걸로 충분한 단오로.

빌어먹을 설정값이 싫다는 단오 앞에,
하루는 “나는 네 캐릭터 좋은데”라고 말하지.

어떤 설정값을 가지고 있어도,
은단오는 은단오니까.
하루에게 유일한 은단오니까.

그걸로 충분히 괜찮은.

작가가 자꾸만 단오를 아프게 무너뜨려,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단오에게,
하루는 우리의 내일을 이야기해.

열아홉살의 너, 스무살의 너.
그 이상의 너도.
지금처럼 내 옆에 이렇게 머물거라고.

지금처럼,
우리가 이렇게,
작가도 모르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면 되는 거라고.

그런데 작가는 단오를 강제로 입원실에 눕혀 놓고는,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의 틈을 전혀 허락하지 않았어.

단오에게 달려가야만 하는데,
달려도,
달려도,
단오에게 닿을 수가 없어.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결국 기다림 밖에 없어진 순간.

‘단오’의 존재 자체가 너무도 간절한 순간.

누군가를 잃는다는 게,
얼마나 아픈 일일지 깨닫게 순간.

눈앞에 나타난 단오에게,
오늘의 마음을 전해야 해.

“보고 싶었어.”
“좋아해”

다시는 사라지지 말라고.
곁에 있어달라고.

그런 하루의 마음에 응답하듯,
살포시 입술을 겹쳐와서는 미안하다는 단오에게,
그제야 뜨거운 입맞춤을 해.

이 만화 속 세계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처음 하는 것들이,
온전히 단오에게 시작되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처음 느끼는 감정에,
처음 하는 모든 것들의 순간에,
단오의 마음이 우선하길 바랬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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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가 설렌다는 마음 조차 숨길 수 없는 심장소리에,
우리가 함께 나눈 첫 입맞춤을 멈추지 않도록,
단오의 심장소리를 자신의 손에 감추어.

우리의 이 시간은,
이렇게 멈춰도 괜찮다는 듯이.


* 짤은 갤에서 줍줍 했어. 

- dc official App


출처: 어쩌다 발견한 하루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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