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멍청한 포켓몬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은 야돈이나 누오같은 멍청하게 생긴 포켓몬들을 떠올리실 텐데

물론 이놈들은 충분히 멍청하긴 합니다만 사실 애초에 멍청한게 컨셉일 뿐

이런 멍첨함을 적극 활용하여 충분히 강한 포켓몬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진형포켓몬

대여르는 애벌레처럼 생겼지만 사실 여러 마리가 일렬로 행진하는 이상한 포켓몬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포켓몬이 멍청하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왜냐하면 대여르는 멍청하다기엔 굉장히 전략적으로 싸우는 컨셉의 포켓몬이고

애초에 분류 자체가 진형 포켓몬이라 여러가지 전법을 사용하는 브레인이거든요.

-대여르 도감설명

실제로 도감 설명에도 팀워크와 리더, 대열에 대한 설명들이 잔득 적혀있고

영어 이름 또한 서양의 팔랑크스 전법에서 따온 팔링크스(Falinks) 입니다.

또한 이런 전략적 컨셉에 맞는 전용 기술까지 배우고 있는데

그 기술의 이름은 바로 실제 전법에서 따온 배수의진입니다.

-배수의진

배수의진은 이름 그대로 물을 등지고 싸우는 전법을 말하는데요.

그러니까 뒤쪽에 퇴로가 없어서 필사즉생으로 싸우는 전법을 말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훌륭한 전법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대장군 한신은 약 2200년 전

이 배수의진을 사용하여 3만의 군사로 20만을 물리치고 정형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배수진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던 마속은

퇴로가 없는 산 위에 배수진 같은 진법을 사용하다가 참패하여 참수를 당했고

조선의 명장 신립은 임진왜란의 탄금대 전투에서 대패하여 전사하였습니다.

-명장도 배수진의 마수를 벗어나진 못했다

그런데 지금 진형 포켓몬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대여르는

공성계로 쓰여야 하는 배수의진을 필살의 비기처럼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덕분에 도망도 못가고 스스로를 퇴로에 가두어놓는 멍청한 포켓몬이 아닐 수 없는데요.

실제로 이러한 부분을 반영했는지 대여르는 성능도 형편없어 아무도 쓰지 않는 포켓몬입니다.

-불쌍한 대여르

그러니까 배수의진은 사실상 스스로 퇴로를 막아 뒤가 없어 전멸하게 만드는 최악의 전법이고

현대 사회에서도 스타트업을 할 때 배수진을 쳐선 절대 안된다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관용어가 됐습니다.

도대체 진형 포켓몬이라고 불리는 대여르는 어디서 전술을 배워온 것일까요?

고작 사용한다는 전법이 스스로 자충수를 두는 배수의진 단 하나라니

그야말로 포켓몬 역사상 가장 멍청한 포켓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대여르가 이름에 걸맞게 제대로 된 전법을 배워왔으면 좋겠네요.

-고북손의 포켓몬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