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 네바다 트로피컬 토피도 

기존 토피도는 상당히 몰티하고, 거칠고, 쓰고

정말 클래식한 느낌의 IPA인데 (빅아이 계통에 가까운)

트로피컬은 조금 더, 요즘 스타일의 IPA와 타협했다는 느낌?

뉴잉은 절대 아니고, 서부식 IPA의 캐릭터를 잘 갖추고 있지만

홉 느낌도 좀 더 시트러시-프루티해지고, 쓴 맛도 확연히 줄어듬.

몰티함도 조금 약해져(색깔만 봐도 알겠지만) 훨씬 마시기 편해짐.

이 때문에 조금 '힘을 잃었다!' 라고도 평가 할 수 있겠지만

기존 토피도가 호불호가 강했던 IPA임을 고려하면, 좋은 대체재인 것 같음.

무엇보다 가격도 5천원대!

이건 못 참지 ㄹㅇ ㅋㅋ

구수 아일랜드 애니버서리 버번 카운티 브랜드 스타우트 (2020)

버번 카운티 시리즈, 예전에는 그래도 매 년 한 5종 정도만 나오니까 괜찮았는데

요즘엔 너무 많이 나와서 머가 먼지도 모르겟음.

여튼 블랙 프라이데이 릴리즈의 10주년 애니버서리 맥주라고 하고, 

웰러 12년 배럴에서 2년간 숙성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5~6년 숙성 버번을 쓰는 것에 비하면 좀 더 오래된 배럴을 쓰는 편.

약간 TMI를 하자면 버번 배럴이 무조건 오래된거(고숙성 원주)라고 맥주에 좋은 것은 아님.

일반적으로는 더욱 맛있는 버번에 오래 숙성되기에(아마) 더 좋은 맛을 지닐 확률이 높지만

숙성이 길어질수록 배럴이나 버번의 풍미가 버번에 흡수되기 때문에

오히려 맥주에 추출되는 맛은 적어진다고 함.

그래서 오히려 20~30년짜리 초고숙성 배럴들 같은건 그냥 나무맛도 거의 안난다고.

그래서 웰러 12년 배럴의 선택은 '프리미엄함'과 맛의 강렬함의 줄타기에서 선택한게 아닌가 싶고

상위 라인업이니 블렌딩을 통해 맛있는 것만 살려냈을거라 추측되니 뭐 기본 라인업에 비해 좀 더 맛있지 않을까 싶음.

맥주를 따자마자 강렬한 향이 근 50cm 밖에서도 감지되기 시작했음.

향은 강한 버번, 바닐라, 카카오 닙스와 같은 배럴의 풍미에 원주의 감초, 건과일 톤이 화려하게 어우러지고 있었음.

좋은 배럴 임스들이 그렇지만, 정말 배럴과 원주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어느 하나가 압도한다는 느낌이 안들었음.

바디는 미디엄-풀 바디로 요즘 기준으로 묵직한 편은 아니지만, 탄산감이 낮아 무게감이 충분하다 느껴졌고

마치 카카오 닙스를 갈아 만든 시럽을 한 입 마시는 듯한, 깊은 초콜렛 풍미가 여운을 남김.

15도라는 도수가 진짜 말도 안되게 알코올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너무 마시기 편하면서도

몇 모금 안 마셨는데도 살짝 취기가 올라오는 죠은 앉은뱅이 술이었음.

이번에 2020 기본 버전도 상당히 맛있었는데

얘는 확실히 상위 버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느낌.

꼬미수 작년부터 입문하는 게이들은 좀 트렌디한 임스 위주로 찾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여유 있으면 무적권 버번 카운티 배리언트 위주로 구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음.

시대를 관통하는 맛이랄까? KBS나 파라볼라가 시대가 지나면서 좀 도태된거에 비해

버번 카운티 시리즈는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여전히 배럴 임스의 기준이 되는 맛인 것 같음.

배러언트들은 언제나 (대부분) 훌륭하고, 특히 거품이 적어 입수 난이도에 비해 퍼포먼스가 뛰어나다구 생각함.

여튼 맛있으니 한 번 츄라이 츄라이 해보라는 긴 얘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