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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2010년 사가와 분코 리사이틀 감상

ㅇㅇ(163.152) 2015.11.16 17:00:02
조회 1420 추천 47 댓글 24

어억. 왜 자꾸 끊어지지. 이거 세번째 올리는거야;;;

좀 스크롤의 압박 있음.


어제 일본 넷에서 성진초로 이것 저것 읽다가 찾은 블로그 글이야.
올해 쇼팽 콩쿨 이야기에 5년전부터 재능에 감탄하던 조성진이 우승해서 기쁘다고..
막 하마마츠 우승하고나서 한 리사이틀 감상이 있더라고.
글이 너무 좋아서 번역해 봤어.
허락도 안 받았고, 알려지는거 싫어하실지 모르니 url은 안 쓸게.
일부러 찾아가서 읽을 건 없어. 이 글 외에 성진이 글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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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5


나는 여려서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30여년간 클래식 음악 콘서트, 녹음, 방송 등으로 친숙하게 즐겨왔습니다.
우선은 좋은 음악을 즐겨야 하므로 나름 ‘좋은 연주'‘감동할만한 연주’를 들으면 만족합니다.
때때로 깜짝 놀랄만한 굉장한 연주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감격할만한 서프라이즈한 연주와의 만남은 경험이 쌓일수록 적어지는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는 새로운 것을 만나기도 쉽고 감성도 풍부했기 때문이겠죠.


토요일 밤, 사가와 분코에서 나카무라 히로코 여사가 추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 리사이틀이 있었습니다.

오늘밤 등장한 것은 약관 15세의 조성진(한국)입니다.


사가와 문고의 음악회는 사가와 치즈루 관장의 노력으로 언제나 성황이지만 이 날은 평소보다 훨씬 성황이었습니다.
120명 정도의 공간인데 180명 가까이 입장했다고 합니다.
콩쿨로 평가가 높아져서인지 먼 지방에서도 문의가 오고 ‘의자 없어도 듣고 싶어’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베토벤 ‘정열’ 소나타의 연주를 조금 들은것 만으로 그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습니다. 멋진 음악성, 재능, 테크닉, 양식감.
제 안에서 잠들어 있던 ‘경악하다’라는 감정이 깊은 곳에서 발굴되는 기분입니다.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사가와 분코의 스타인웨이가 반짝반짝 빛나는듯한 음악을 연주해 주었습니다.


■2010/3/13 6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정열
슈만 환상소품집 작품 12
쇼팽 스케르초 2번


<앙코르>
드뷔시 월광
비제(호로비츠 편곡) 카르멘 변주곡
리스트 리골레토 파라프레이즈
무소르그스키 ‘전람회 그림’ 중 껍질이 붙은 병아리의 춤
리스트 파가니니 대연습곡 ‘라 캄파넬라’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1번


저는 예정되어 있던 3곡과 앙코르 6곡, 휴게없이 연주되는 2시간의 리사이틀을 오랜만에 느끼는 딥 입팩트에 이끌리면서 음악을 듣는 것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11월에 개최된 제7회 하마마츠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나카무라 히로코 여사가 조성진군을 ‘오랜만에 들은 거대한 재능’이라고 평가했다고 하는데, 그 말은 그의 연주를 들으면 정당한 것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 나름 잘 치는 소년소녀는 많이 있지만 그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햇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기술이 탄탄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음악의 근간’ 같은 것이 단단하게 존재하고 흔들림 없이 견고한 표현력.
자신을 정확하게 콘트롤하며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눈에 띄게 아름다운 터치와 음색, 자연스러운 프레이즈
동시에 음악을 진지하게 마주대하며 악보를 깊이 있게 읽고 통찰력과 표현력도 더할나위 없음.
흔히 보는 자기도취적 파탄이 없어서 저는 안심하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열 소나타’에서 보이는 강철 같이 심이 단단한 울림
‘라 캄파넬라’의 고음의 기분 좋은 종소리
‘월광’의 섬세한 소리가 자아내는 그라데이션


색채가 다채로운 것은 말할 것도 없는데 제가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은 프레이징인 것 같습니다.
특히 약한 소리의 뉘앙스와 강약이 전환되는 곳.
강한 임팩트가 있는 프레이즈가 약음으로 바뀌는 순간 저는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가슴 한구석이 쿵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웃음)
슈만과 쇼팽의 곡도 쳤는데, 저는 슈만 쪽이 그에게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슈만의 독특한 음의 원근감과 입체감이 잘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내성부의 소리가 울림을 두텁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피아노에는 ‘칸타빌레(노래)’가 있습니다.
샘솟는듯한 마음 속에서 노래가 나오는 것이겠지요.
그 음색, 프레이징은 그의 ‘마음 속의 노래’에서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그저 음악 애호가에 지나지 않으므로 상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그의 음악을 들은 사람이라면 ‘스타탄생’을 실감한 분이 적지 않겠지요.
위대한 연주가가 될 것이 틀림 없음. 그는 이미 거장의 풍격을 풍깁니다.
또 듣고 싶구나. 그의 피아노.


5년후에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0년후에는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15년 후에는 슈베르트의 후기 소나타
30년 후에는 모차르트 (웃음)


그러나 15살에 이정도로 쳐 버리면, 그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까요.
국제 콩쿨 우승을 위한 연습은 이미 필요 없습니다.
좋은 선생님에게 배워서 차분히 그대로 재능을 키워갔으면 하고 바랍니다.


저는 원래 사인을 잘 안 받는데 이날만은 특별입니다.
성진군은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어린아이 같은 글씨로 THANK YOU라고 써 주었습니다(웃음)
지금도 그의 연주가 믿기지 않습니다.


이 같은 저의 서툰 감상으로 그날 밤의 어마어마한 서프라이즈 감동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것이 몹시 안타깝습니다.
하이페츠의 아메리카 첫공연 (70년전 경)은 백만볼트의 충격이라고 불렸습니다.
그 공연을 듣고  크라이슬러는 ‘프로 바이올리니스트는 모두 실업자네’라고…
조성진의 데뷰도 어쩌면 이에 필적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역사적 연주를 만났습니다. 신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가와 관장님에게도.



출처: 내일도 칸타빌레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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