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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있어요 스핀오프 _ #08. 우리의 가을

애인있어요(218.146) 2020.06.13 01:42:49
조회 939 추천 26 댓글 3


전지적 최진언 시점 스핀오프 _ 08. 우리의 가을


연애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2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너 해강이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다.

전공 수업을 거의 빼고 교양 과목을 모두 해강이에게 맞췄고,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해강이의 옆자리를 사수했다.


이제 해강이도 이런 내가 익숙한 지 더이상 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나를 더 철저하게 무시하는 법을 알아가는 것 같아 문제지만 말이다.



"야 최진언"


가끔 내가 선을 넘을 때면 해강이는 딱 저 네 글자만 말한다.

섭섭한 적도 많았다.

근데 이상하게 해강이에게는 화가 나지 않는다.

입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눈으로는 자꾸 나를 찾는 그녀의 눈만 보면 아프고 떨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해강아"

"왜 또"

"세상에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 당기고 있다. 너는 날, 나는 널"

"뭐?"

"공부하는거야. 너도 외워두라고"


해강이는 그럴 때 나를 보며 피식 웃는다.

이제 나의 고백에 해강이가 웃는다. 



중간고사가 다가오면서 해강이는 도서관에서 새벽까지 있는 날이 많았다.

집중하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날 무렵, 학교에서는 축제를 시작했다.

평소 자리가 없는 도서관에도 10명 넘짓한 학생들 밖에 없었다. 


"오늘도 밤 샐거야?"

"넌 들어가. 어차피 공부도 안하잖아"

"너는?"

"나는 전공시험 하나 남았어."

"오늘 축제인데.."

"빨리 가. 나 공부할거야."


해강이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어폰을 끼고 공부를 시작했다.

한 번도 해강이를 두고 간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해강이가 얄미워 가방을 싸고 나와버렸다.

축제라고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있었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공부는 되나? 

어쩔 수 없는 최진언.. 결국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해강이 자리에 해강이가 보이지 않는다.

놀라서 가까이 가보니 책들 사이로 해강이가 엎드려 있다.

해강이는 한 번도 도서관에서 자세를 바꾸지 않는 사람이다.

너무 놀라 해강이의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펄펄 난다.

얼른 해강이를 엎고 병원으로 가야한다.


"나 괜찮아"

"도해강 너 진짜"


나도 모르게 해강이한테 화를 내고 말았다.

처음이었다.

하루 종일 해강이만 보고 있었는데 대체 왜 몰랐을까..


"잔말 말고 따라와"


안오겠다는 해강이를 엎고 미친듯이 뛰었다.

그 때 마침,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불꽃이 빵빵 터졌다.


"아파, 그만 좀 내려줘. 내가 걸어 갈게"


아프다는 말에 내 몸이 먼저 반응해서 해강이를 내려주었다.


"나 괜찮아"

"너 진짜 어떻게 아프다는 말은 해줄 수 있잖아.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그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잖아."

"우와. 나 불꽃놀이 처음 봐"

"말 돌리지 마"

"너 나한테 지금 화 내는 거야?"


해강이는 조금 괜찮아진 듯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이게 해강이에 난 화인지 아픈지도 모르고 바보같은 이야기를 한 나에게 난 화인지 모르겠다.

그냥 화가 난다.


"화 풀어, 나 진짜 괜찮아. 나 원래 가을 겨울 감기 달고 살아"

"좋아해"

"알아."

"널 좋아하니까 난 너에 대해 다 알고 싶어. 근데 그 중에서도 너가 아플고 힘든 건 특히 알고 싶어.

근데 그 걸 못하니까 화가 나. 너한테 화내는 거 아니야. 나한테 화내는 거야."


해강이는 처음으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최진언, 너는 어떻게 이렇게 나를 좋아할 수 있어?"

"뭐?"

"내가 매일 밀어내고 모진 말을 해도 어떻게 이렇게 나를 좋아해?"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어"

"바람이 좋다. 감기가 나은 거 같아."

"병원 가자"

"최진언, 내가 오늘 처음으로 불꽃놀이를 봐서 하는 말인데.. 계속 좋아해 나"


뭐라고 도해강? 

그게 무슨 말이냐고 채 묻기도 전에 

해강이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가버렸다.


"너 어디가?"

"가방 가져올거야."


해강이는 그렇게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꿈을 꾼 걸까? 그 때 다시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고,

도서관으로 들어갔던 해강이가 나오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 해강아,

천천히 와. 

네가 오고 싶을 때 와.

그게 언제가 됐든 너를 기다릴게. 



#번외. 그 날 저녁 해강이에게 보내는 삐삐 (38317)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김남조, 그대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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