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은. 

이제는 내가 떠나야 할 것 같아. 내 걱정은 하지마. 그루 졸업식을 봤으니 난 이제 괜찮아. 그리고... 난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 같아. 그동안 긴 잠을 많이 잤잖아.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럼 난 정말 괜찮아. 거기에서는 아프지도, 기억을 잃지도 않을거야. 그저 서지은 네가 없는게 조금 힘들 것 같지만... 나는 지금 너무 나쁘게도 네가 없어도 이 통증이 없는 곳이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내 옆에서 우는 널 보면서, 이제 나는 더 이상 아픔을 견디지 못하겠는데 내가 이대로 세상의 끈을 놓아버리면 너는 어떻게 그 슬픔을 견딜까 그런 생각을 해. 미안해 서지은. 내가 정말 너를 위해서 조금 더 버텨보고 싶었는데, 이젠 조금 힘드네. 더 이상 내가 숨을 쉬는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아파하며 하루에 한 시간도 나로 남아있기가 힘든데, 이럴 바에는 그냥 이제라도 떠나는 게 모두에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너무 나쁜 사람이지만, 어쩌면 너도 점점 히스테릭해지는 날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었으리라 생각해.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네가 말했었는데, 그 약속은 못 지킬 것 같네. 사실 저번에 긴 잠을 잘 때 봤었던 꽃밭이 너무 예뻤어. 꿈에서 깨기 싫을 만큼이나. 잠이 들면 꿈에 그곳이 계속 나와. 아마 내가 여길 떠나 갈 곳은 거긴가봐. 그곳에 너와 같이 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네가 올 곳이 아니니까, 네가 올 때까지 예쁘게 잘 관리하고 있을게. 나중에, 정말 먼 훗날 너도 여기를 와야 할 때, 무서워하지 않도록. 너도 나처럼 편안히 올 수 있도록, 잘 가꾸고 있을게. 내가 먼저 가서 꽃밭을 가꾸고 있을테니, 혹시 네가 여기 오게 되면, 그루이야기, 네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줄래? 서지은, 나의 서지은. 정말 이젠 너를 이 병에서 놓아줄게. 나는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아. 꽃향기가 난다. 다시 꽃밭으로 가나봐. 이번에 가면 아마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정말 마지막 인사를 할게. 다시 만날 그날 까지 안녕.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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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똥손이지만.... 초여름에 다시 마마를 찾아보고 감성에 젖은 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