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 저녁에 온다고 약속했는데..술 취해 버렸네..

그래..술 취한 김에, 앞으로 다시는 못 할 (깨면 후회할지라도), 역사에 대해서 단 한번 만 (3회에 걸쳐서..이 쉐끼..취했구만..) 이야기 할게.

이 드라마를 < 역사 왜곡> 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실이야.  그리고 그들은 매우 훌륭한 사람들이야. 왜냐하면 최소한 역사에 대한 공부를 나처럼 졸지 않고 열심히 했고, 거기 충실한 사람들이니까..

나는 그들이 비판하면 고개 숙일수 밖에 없어. 그들은 사료의 무기가 있고, 나는 사료의 범위를 벗어난 불순한
상상력의 범죄자니까.

<고려사>에는 천추태후는 희대의 요부이고, 통정한 남자의 아이를 내세우기 위해, 친 아들을 버리려고 작심까지 한 요즘 말로 졸라 막장녀야.

하지만 나는 (내가 원래 좀 삐뚜룸한 놈이야) 그렇게 기록된 사람에 대해, 오히려 성군이나 성인보다도 훨씬 더 관심이 가는 편이야.

10여년 전에 왕창 망한 드라마, < 천둥소리 >라는 사극을 쓴 적이 있어.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허균이야.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당대의 여타문집에도 <천지간의 괴물 >로 기록된 사람이지.  사람 취급도 못 받았던 인물이야.  그 이름을 언급하는 자체가 사대부의 부끄러움으로 여겼지.
공교롭게도 동시대를 살아간 광해군도 마찬가지야. 오죽하면 왕의 시호도 못 받고 군으로 불리었겠어?

하지만 나는 내 드라마 사상 가장 훌륭했던 역사적 인물로 허균을 기억해.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허균은 왕조시대를 살아간 민주주의자야. 그 드라마를 쓸 때 나는 정말 허균을 위해 울었던 적이 있었어..(시청률  때문에, 제기랄 더 많이 울었지만..)

당대의 선조실록이나, 광해군 일기를 쓴 쟁쟁한 유학자들은, 내 비록 역사적 입장에서 그들을 존중할지라도, 그들의 시각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내 관점이 있었지.

결론적으로 나는, <시대적 주류에 의해 쓰여진 역사적 관점 >이 몹시 중요한 사학적 토대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곧 < 진실 >이라고는 생각지 않아. 어째서 허균이, 광해군이 그들이 주장하는 역사적 막장 인물이 되어야 하느냔 말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주류의 역사적 사실에서 난도질 당하는 천추태후를 주목해.
고려사를 쓴 유학자 양반들이 너무 세게 씹어서,  나처럼 여자 좋아하는 사람은 뭔가 좀 변명해 주고도 싶었어.

그래서 따져 보는 거야. 과연 천추태후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그들의 첫번째의 주장은 김치양과의 <통정>이지.  고려사에는 간통이라 기록되지만, 사실 남편이 죽었으니 간통은 아니지. (그 고려사를 쓴 모씨 중 하나는 여종을 건드려 놓고도 아무 문제 없었어..)

고려 초기 여성의 입장에 관해서는, 이미 주류의 학술적인 입장에서도 그 자유로움을 인정하는 편이야.
(여성의 성씨, 제사, 상속, 재혼, 심지어 자유연애까지..)

그런데 유독 천추태후가 씹히는 이유는, 그녀가 선황의 비였던 왕족임과 동시에, 여자 주제에 섭정을 한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해. (이는 조선시대 문정왕후를 얼마나 실록 편찬자들이 씹어조졌는지 보면 알아..)

그럼 왜 천추태후는 나이가 18세나 된 아들을 섭정했을까?
그녀가 유난히 권력욕이 강해서?
아니면, 고려사에 쓰진 대로 김치양의 거시기가 수레바퀴를 돌릴만큼 거대해서?
(* 사실 고려사 열전의 김치양 편이나, 헌정 왕후 편을 보면, 조선조 유학자들이 얼마나 게으르고 한심한 편찬자들인지 짐작할 수 있어..김치양 이야기는 진시황때 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표절했으며, 헌정왕후의 오줌 설화도 가깝게도 김유신의 누이부터  중국설화까지 다양한 것을 지 맘대로 갖다 붙힌 것이야..)

그럼 이것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 들여야 할까, 말까? 조또 무식한 내 고민은 깊어지는 것이야..

< 연속극이니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