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은수.

가난한게 죄도 아닌데...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가난하다는 이유로, 부모가 남의 집살이하며 하수 일 한다는 이유로.

형우 엄마로부터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멸시받고, 거기에 주눅들어 상처받는 모습이 안타깝더라.

어린 나이에 크나큰 상처였을테고. 그 집구석에서 형우가족들 마주칠 때마다 그 상처 헤집어놓는 것 같았을텐데.

형우를 좋아하면서도 그걸 부정하고 모른척해야만하는 그 상황에 속상했을듯.

그래도 성정이 착한 아이라 그런지 부모의 가난을 원망하지도 않고.

심지어 자신에게 상처 준 형우엄마한테도 앙심품지 않은거 보면...

은수 널 예비보살로 임명한다.

식사 후 바리바리 싸들고 나오는 엄마에게 짜증내던건 충분히 이해가더라.

은수가 철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엄마가 그런걸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그 모습이 속상했겠지.

꽃이 되겠다고 그런 것도 아닌데. 그냥 잡초라도 좋으니 그저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데.

꽃의 성장을 방해할거란 이유로 뿌리 뽑혀 저 멀리 버려져야 한다는게 너무 슬픈거 같아.

잡초도 생명인데. 똑같은 풀인데.

일주도 많이 짠했어.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의 사랑은 커녕, 누군지 조차 모른채 살아왔고.

엄마가 세상을 뜬 뜨면서 형우 엄마에게 자신을 부탁했지만 형우 엄마는 일주를 그저 보험으로만 생각할 뿐이고.

엄마 말고 이렇게 말 오래하는 친구 만난건 니가 처음이라고 기뻐하면서도 슬픈 표정 짓는게 정말 짠했어.

은수-형우 러브라인만 놓고보면 얄미운짓 한건 맞지만.

외로움이 가득한 아이라 그런지 저 심리가 좀 이해될 것 같기도 하더라.

그래서 선수쳤지 싶어. 좋아하는 두 사람 다 자기 옆에 두고 싶어서.

외로움이 가득한 사람이다보니 이후 권력과 사랑 둘 중 하나를 택할 상황이 오면 사랑을 택할 것만 같아 보이더라.

암튼 심리묘사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면에서 오늘 좋았던거같아.

모종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은수와 일주가 가지고 있었던 결핍, 상처를 좀 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