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 공연까지 이렇게 따뜻하고, 나긋나긋 꽃처럼 예쁠 수 있는 건 프리실라가 가진 힘 때문인걸까?

어떤 사막을 건너도 예쁜 분홍빛을 뿌리며 다닐 것 같은 프리실라 버스의 첫 운행길을 같이 달릴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이 배우들과 이 앙상블들과 함께 할 수 있었어서...한 정거장만 가고 내린 승객이어도

마지막 종점에 내려 반짝반짝 다시 달려가는 프리실라 버스를 배웅하고 온 승객이어도 이렇게 웃으며 보낼 수 있다는 거, 그런 공연을 만들었다는 게

이런 예쁜 기운들과, 예쁜 나날들을 함께 할 수 있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또 웃고 춤추면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버나뎃. 다시 찾은 언니의 인생이 왜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까

꽃은 저물어갈 때 향기가 짙어진다던데 버나뎃은 정말 그런 사람. 밥을 마음으로 받아들일때 울먹이던 얼굴 보면서 왜 그렇게 내 손이 떨렸는지 모르겠다.ㅠㅠ 같이 두 손 꼭 잡고, 케이크의 촛불을 함께 밝혀주고 싶고, 살아온 날들보다 빛날 앞날을 위해 힘차게 박수 쳐주고 싶은 언니의 인생이라서, 그런 엔딩이여서 참 고마웠던 캐릭터...미운 아담 품어주고 틱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언니는 참 마음 따뜻한 여사님이야. 그리고 또 언제나 소녀같은 언니...소녀는 안늙어요 언니. 오래 행복해요.

미치는 부족하기에 아름다운 사람

허전했던 손을 잡아준 벤지의 노래가 마찬가지로 참 서투르고 예뻐서, 같이 노래하는 아빠와 아들의 그림이 참 어색해서 예뻤고, 앞으로 두 사람이 서툴게 조금씩 그려나갈 그림들을 기대하게 된다. 이제 밑그림만 그린거니까. "틱"이라는 서툴고 지친 버스에 분홍색 페인트를 들고 찾아와줘서 고마웠던 벤지와 마리온. 시종일관 울컥한 얼굴로 버스를 타던 미치여서 잔상이 오래 남아. 벤지를 만났으니 이젠 언니의 진짜 인생 이야기가 들어보고 싶은데 버스가 멈췄네...짐작해보지만, 옆에 이렇게나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살아온 인생들에 있어서 얼마나 착하고 예쁜 언니였을 지 그려져.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어서 두 배로 혼란스럽고 두 배로 노력해야 할 사람이지만, 인생의 갈림길에 서있는 사람은 얼마나 축복받은 여행자인지를 당신이 보여줬어요 언니. 망가지면 잠시 쉬었다, 부서지면 천천히 고쳐가며 끝까지 가봐요.

아담은 참 아픈 손가락이야

욕쟁이에 약쟁이ㅋ 그런데 노래하고 춤추는 게 너무 행복한 언니. 앞에는 서도 뒤로 쳐지진 않을 사람.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갈증을 느끼는 사람. 태생부터 외로웠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과 상처가 따르는 지를 보여줬지만, 그렇기 때문에 왜 당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를 느끼게 해주던 이상한 언니. 매번 에어즈락에 올라가서 노래하는 아담은 눈물이 그렁그렁 해보여. 그래서 그 작은 뒷모습을 응원해주고 싶고 등을 힘껏 밀어주고 싶다. 자신의 인생을 훼방놓는 사람에게 자신이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임을 멋지게 보여주는 미친년이라서 아담은 믿음이 가고...나는 이 언니의 인생에 해석을 붙이고 싶지 않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지금처럼 꿋꿋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첫 운행에, 힘들고 무거운 버스. 더디게 갈 수도 있었지만 언제나 온 힘을 다해서 밀어주던 앙상블들은 또 왜그렇게들 생글생글 잘 웃고 열심히 춤추고.

회전문을 돌았던 승객이라면 "나태함"에 대한 우려를 안 할수가 없었을거야.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고, 그런 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미리 겁을 집어먹고 있었는데 정말 나의 기우였어서, 그렇게 남아줘서 정말 고맙단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지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걱정보다 저렇게 열심히 하다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걱정을 하게 해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버스를 타던 아홉명의 배우들도. 중년의 배우부터 발라드 부르는 아이돌까지 정말 온갖 배우들이 다 모여 으쌰으쌰 달려줘서 참 고마웠다.

그 중에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걱정으로 버스에 올라탔을 언니들도 있고.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탈피하고 프리실라의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을 언니들도 있고. 반대로 늘상 보여주던 이미지였기에 더 많은 노력이 따라야했을 언니들도 있고.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상처를 받아야 했던 언니도 있고....하지만 잘 극복했고

어떤 언니는 노래가 좀 서툴러도, 어떤 언니는 몸이 뻣뻣해도, 어떤 언니는 박자가 쓰릴해도. 결국 셋일때 하나라는 걸 몸소 보여준 배우들.

또한 프리실라라는 뮤지컬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줘서 정말 자랑스럽다.

막공은 일찍 끝났지만 마지막 공연 무대인사까지 함께 해주시던 흥여사님. 욕할 거면 보고 해보라며 프리실라에 대한 자랑을 아끼지 않던 권이도 그렇고, 첫공이 끝나고 너무 행복해서 다같이 꼭 붙잡고 울었다던 꽃다도...그밖에도...드러나진 않았어도 그들이 얼마나 프리실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했는지가 극 곳곳에 녹아있어서...그걸 발견하는 기쁨에 내가 버스를 탔나보다.

또한 쉼없는 나눔과, 금손 직찍들과 금손 후기들 많이 쪄주던 승객들도

정 많이 들었다...이렇게 예쁜 뮤지컬을 다시 만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