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의 프라이드- 라는 생각이 들었어.

실비아는 아프지만 아름다운 캐릭터인 것 같아. 대사만 안 까먹으면

라일락 혹은 등나무(...) 꽃향기가 날 것 같은 모든 게 아름다운 그때에

사랑하는 사람의 텅 빈 내면을 누군가가 채워줬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러나 자기 자신은 잃고 말았다는 것.

공기 중의 일렁임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실비아의 선택이었고,

감정에 대해 무디다고 해야 하나. 잘 느끼지 못하는 필립에게 그 감정들을.

고독을, 텅 비어버린 것들에 대한 존재감과 그걸 이기는 힘을 알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 

실비아는 필립과 올리버까지도 행복하길 바랐으니까.

필립을 떠나는 게 실비아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 거예요.

그 변화가 주는 고통이 당신 삶을 송두리째 흔들겠죠"

필립이 병원에 찾아가는 건 실비아가 떠나기 전일까 후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 

내가 내렸던 결론은 후. 

난 변화가 주는 고통 때문에 선택했던 방법이었던 것 같았거든. 

공허함과 고독, 상실감을 같은 감정들을 함께 느꼈겠지. 

병원에 갔던 건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아니었던 것 같아.

감정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자기 자신이 스스로 찾는 다기보단 답을 얻을 수 없어서 잊어버리고 사는....

극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1958년의 필립과 올리버, 실비아는 너무나 아팠어. 

필립의 집을 떠나기 전 코트를 만지작거리면서 미안해요, 하고 울먹이던 올리버가 가슴을 때리더라.

관습과 규율을 어기게 된 게 미안해서?

자제력을 잃게 한 게 미안해서?

이렇게 그 자리를 떠나는 게 미안해서?

아니면, 그것도 아니라면.

날 아프게 한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해요. 였을까. 

실비아가 필립의 이마에 마지막 키스를 남긴 순간의 온기와 공기의 일렁거림.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 같아.

잠 못 드는 날들도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될 수 있을 거 같아.

이제 스포 때문에 못 읽어봤던 후기들을 읽어야겠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첫이라 횡설수설하는 후기 읽어줘서 고마워.

무지개들아 잘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