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아끼는 대상에게 전염되는 건 실비아였을지 몰라도, 

먼저 부서져 버린 건 필립이었어. 

필립은 사랑에 완전히 무너져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되었어. 

자제력도 잃었고, 마음마저도, 사랑마저도 잃었어. 

다시 만날 수 없겠죠? 

오늘 필립은 얼음 같았어. 아주 얇게 얼어있는 얼음. 

조그마한 균열이 생긴다면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필립의 모든 감정이 다 보이는데도 일부러 필립을 흔들어 놓는 것 같은 올리버의 말에 얼음은 산산조각 나버렸어. 

길을 잃은 필립. 

우느라 말을 잇지 못하는 필립.

자신에게 사과하는 필립을 토닥이는 올리버에게선 희망과 사랑이 보였어. 그것도 아주 잠시였지만... 

미안해요, 하고 말하던 올리버가 목소리에 숨겨뒀던 말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당신의 벨리핀치는 고독한 정원에서 오래도록 살겠네요.

필립, 미안해요. 나는 당신에게 기회였는데. 

2014 

올리버를 떠난 그 밤부터 필립은 잠을 이루었을까. 

잠 못 드는 밤은 생각이 많아져서 더 괴로웠을 거야. 

1년 반의 시간 동안 자신의 목소리가 올리버에게 닿지 않았던 것 같아서. 

비참했고 고통스러운 만큼, 간절하게 올리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그렇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찾아간 건 올리버가 변하길 바랐기 때문이었는데.

변한다면, 올리버의 목소리에 뒤돌아 볼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텐데..

그렇게 실망하고 집에 돌아간 필립은 천장을 보면서 울었겠지. 많이 힘들었을 거야.

지금의 잠 못 드는 날들도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퍼레이드에서 필립이 운 건 올리버의 목소리가 닿아서였던 것 같아. 

더 나아가, 올리버가 자기 자신을 아끼는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지.

필립 자신의 마음이, 필립의 목소리가 올리버에게 닿았으니까. 

58년 필립이 너무나 아팠지만 

14년 필립 때문에 행복해서 갤망 진창 벽갤에 후기를 쓰러 왔어ㅠㅠㅠㅠㅠ

잠을 못 잔 상태로 3일째 관극 중이라 내가 뭐라고 쓰는 지도 모르겠다.. 

읽어줘서 고마워 무지개들아. 

갤도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