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쉬는 날이라 느즈막히까지 뒹굴뒹굴하다가..

밀린 빨래 하고 집 청소 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갤 들어왔다가......

프랑켄 메북 받았다는 글들을 보면서 나는 왜 하필 오늘 집에 있어서 회사로 가 있을 메북이를 영접하지 못하는가 하다가...

봉선화 나눔 글을 봤어.

'봉선화' 하는 극 제목이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아서 조금 검색 해 봤더니 위안부 피해자 분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과,

지난 여름께에 뉴욕 공연 이야기를 먼저 접하고 국내 공연 한다기에 꼭 한 번은 챙겨봐야겠다고 생각 했던 그 극이었다는 것이 상기되더라.

다행히 그 동안 손 든 사람이 없어서,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조차 잊었다는 부끄러움과 아마도 잊은 이유가 다른 극들 보느라 정신이 나가서일거라는 죄스러움으로 손 들고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극장엘 갔어.

극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확고한 극이야. 

일제강점기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고, 그야말로 지옥에서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살아 오신 그 분들이 

돌아와서도 짓지 않은 죄, 그 재앙을 겪었다는 이유로 그야말로 '없는 것'이 돼 버린 그 사실. 

그 분들을 그렇게 만든 우리의 역사와 그 역사를 만든 다른사람 아닌 바로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극이었어.

내용 중에, 애국부인회 같은 이야기는 거의 접하지 못했던 존재기도 했고..

독일이 그렇게 빨리, 확실하게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까지도 보편적인 독일인들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인지하고 그 것이 죄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은 독일 국민의 역사 인식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피해국에서 똘똘 뭉쳐서 각종 증거 자료 등으로 가해국에게서 인정을 '받아 낸 것' 이라는 것 등은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부분이었어.

이렇게, 그저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 뿐아니라 그에 관련된 세세한 이야기, 

그리고 특히 그 분들의 가족에대해 생각 하도록 유도 한 점 등은 정말 의미 있고 좋은 점이었다고 생각해.

사실 극을 풀어가는 과정이라든지.. 포커스라든지... 

대사처리나 배우 역량이라든지.......... 

언어, 단어 선택 문제나 표현 문제등 극 내적인 문제에서 아쉬운 점이 많기는 했지만, 

그래서 좀 더 많이 다듬어서 내제 된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 있는 사람 뿐 아니라 극을 보고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어필하기를 바랬고,

대중 예술의 문제제기 방법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생각도 들긴 했지만,

비단옷으로 감싸지 않은 상흔을 그대로 보여준 극이지 않나..하는 생각도 든다.

너무 날것이라 삼키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삼켜야하는 날것..

단지.......

(특히 젊은 배우들) 완급 조절좀 해 주면 정말 좋을텐데....ㅠㅠ

시종일관 웅변하면.. 정작 중요한 메세지가 오다 말아요...............

눈물이 나오다 쏙 들어가....ㅠㅠ

웅변 할 때, 되도 않는 사투리 할 때, 일본어 대사에서 포주가 다소곳하게 명령할 때......

그래도, 마직막에 피해 할머니들 기록 영상 나오는데 눈물나더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