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러 가는 길 - 관람 중 - 보고 오는 길 이렇게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극이 다시 있을까 싶더라.

조명이 화려하고 군무가 많은 쇼뮤지컬을 좋아해서 초연부터 라카지는 기대작이었어.

특히 1900년 대 후반에 만들어진 극들 특유의 촌스러움을 좋아해.

그 촌스러움이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촌스러움이 아니고

투박하고 우직한 스토리라인에 약간은 과장된 캐릭터들, 다양한 빛의 조명이 쓰이는 그런 쇼뮤지컬의 촌스러움을..

그래서 기대작이었고 초연에.. 나도 그냥 표 놨지 뭐. 

그러다가 타임세일하기에 잡았는데,

라카지는 정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극 스타일이야.

새침하지만 마음 여린 공주님같은 자자와

한국에 태어났으면 옥장판 판매왕이 됐을 급의 친화력을 가진 조지,

그냥.. 매력 터지는 자코브 등 

캐릭터들은 확실했고 모두 사랑스러워.

군무가 많은 댄서들을 보며 새의 춤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어떤 장면은 플라멩고를 추는 홍학같고, 

어떤 장면은 왈츠를 추는 종달새같고, 

화려한 춤이 수 십개의 합을 낸 조명과 맞물려서 그냥 몽롱하게 박수치면서 바라봤고. 

넘버도 어느 캐릭터 하나에 다 몰아주는 게 아니라 브라스빅밴드에 맞춰서 극을 보조했어.

주로 넘버가 극을 이끌어가는 반면에 라카지 넘버는 '라카지'란 극의 좋은 조력자같은 느낌?

그래서 아쉽더라. 

이렇게 좋은 이야기와 좋은 음악, 좋은 춤, 좋은 의상까지(!) 내 기준 완벽한 극인데

극에서 본 환상을 떠나서 현실에 돌아오면 마음이 불편해지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한테도 짜증이 났고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한 지난 일들에는 화가 나고. 

그래도 라카지오폴의 아름다운 세시간 때문에 다시 라카지를 보러 가겠지만..

보러 가는 길과 보고 오는 길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잡념들이 서서히 극에 대한 좋은 기억만으로 덮여질진 모르겠어.

아무튼. 난 좋았어 라카지. 다만 덕은 덕인지라.. 아우 나도 모르겠다!!!!

좋았던 포인트!!

1. 자코브의 모든 것!!!! 빨려드는 대본과 캐릭터와 배우가 완전히 체화된 자코브ㅋㅋㅋㅋㅋ

특히 "너 다른 클럽 스파이지?" 하면서 먼지털이로 라카지걸 촵촵 때릴 때 완전..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뮤 캐릭터가 다시 있나 싶더라

2. 장미셸이 조지에게 안느에 대한 회상을 할 때.

기둥을 등지고 조명이 사선으로 비추는데 땡땡이조명+느린 템포의 음악이 진짜 너무 좋았음.

몬테 결혼식 씬에서 이런 연출을 처음 봤었는데 내가 몬테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도 거기였듯

난 땡땡이조명+느린 재생의 합을 좋아하는 듯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