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슷 듣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 망상인데, 만약 미궁 속의 티타임을 다시 쓸 때 레이가 아가사의 붉은 실이 되어주지 않아서 아가사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최가사와 혜가사 모두 미궁 속의 티타임을 완성하면 자살했을 것 같아. 

최가사는 티타임을 다시 쓰는 내내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는 느낌을 안 받을 때가 간혹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최가사는 이성은 남아 있는데 가슴이 너무 차가워져서 동반자살 하는 느낌이라면 

혜가사는 티타임을 다시 쓰는 동안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고서는 자기가 저지른 일을 확인하고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느낌?

요정로이는 아가사가 미궁 속의 티타임을 완성할 때까지 끊임없이 옆에서 아가사를 닥달하고 어르고 달래서 티타임을 완성하게 하고 만족하며 웃느라 아가사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자살 시도 하는 아가사를 방치하게 되고, 그래서 자신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아가사가 왜 스스로를 죽이는 지 이해하지 못하고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뭔가 요정로이는 달의 그림자 같은 느낌으로 아가사도 로이도 서로를 절대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아가사의 일부인 느낌이라..

곰로이는 아가사가 미궁 속의 티타임을 쓰는 내내 스스로 갈등할 것 같은 느낌. 아가사를 말려야 하나...끝까지 쓰게 놔둬야 하나...그러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결국 아가사를 말리고 스스로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의 로이? 곰로이가 아가사한테 마구 들이대는 걸 보고 있으면 사랑 받고 싶은 아가사의 마음이 투영된 존재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가사를 끝까지 몰아세우지 못할 것 같아. 아가사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아가사의 모든 나쁜 기억까지 기쁘게 끌어 안고 미궁 속에 숨어서 햇빛 아래에 있는 아가사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만족할 것 같은 그런 로이. 

범로이는 아가사가 미궁 속의 티타임을 끝까지 쓰게 몰아붙이고 아가사를 끌어 안고 아가사와 함께 죽어갈 것 같은 느낌. 범로이를 보고 있으면 아가사의 자기 연민? 혹은 자기애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서...최가사도 혜가사도 범로이랑 붙으면 자기 상처를 자기가 핥으면서 나으려고 애쓰는 길고양이 같은 그런 느낌이야. 미궁 속의 티타임을 그야말로 아가사의 유서로 완성하고 아가사로서 같이 자살할 것 같은....

그냥 너무 오랜만에 아가사 보러 가게 되서 설레는 마음으로 오슷을 듣다보니 뻘생각이 자꾸 나더라. 간식으로 포도알 먹고 루팡질이나 마저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