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배우며 오케며 투입된 인원과 무대 장치도 장난 아니라 화려하고 재밌어. 작품성 좋은 것도 얼마나 많아? 수십 부어가며 회전문도 돌아.

근데 내 공연 체험은 연극에서 시작됐어.
지금도 기억 나. 어릴 때 봤던 어린이극이었는데 1열 명당 자리에서 봤었어.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는데, 난 형제나 친구들까지 영업해서 그 연극 회전문을 돌았어. 지원을 받은 극이라 어린이에게 오백원인가... 천원? 정도를 받았거든. 그래도 그 시절 나한텐 큰 돈이었어. 막공 있을 때 무대 위로 올라가 배우에게 직접 인사를 할 수 있었는데, 말 걸고 싶어서 집에 안 가고 남아 기다렸었지. 어찌보면 그 기억이 내 문화생활의 방향을 결정한 거 같아.
기회가 있고 용돈이 모이면 작은 연극을 봤었고
대학 시절엔 대학로에 특히 많이 갔어.
앉기도 힘든 좁은 소극장이 좋았어. 때로는 관객이 나 혼자라 그리 좁지도 않았고ㅋㅋ거기도 혼자 앉으면 너무 넓더라.
연극제를 쫓아다니기도 했고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희곡이 있으면 공연을 찾고, 기회가 있으면 일단 봤어. 특히 부조리극 엄청 찾아다녔지. 장주네 100주기에 하녀들을 놓친 건 정말...한이야...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마음에 남았던 소극장의 공연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소리없이 사라지고, 돌아오지 않고, 잊힌다는 거야.
난 아직도 내가 좋았던 5-6년 전의 연극을 검색해. 혹시 다시 해줄까 하고. 그 극단 이름도 다 기억하고 있어서 카페나 블로그 들어가서 새 공연 확인도 하고. 근데 많이 사라졌어.

그러다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뮤지컬을 접했고, 본진과 애정 배우도 생기고 지금까지 왔어. 사족이지만 우리나라에 뮤지컬 진짜 많아지긴 했다ㅋㅋㅋㅋ가끔 놀라ㅋㅋㅋㅋ

근데 참 이상한 게,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오페라든 발레든 모두 통틀어 가장 좋은 극이 뭐였냐고 하면 항상 대답하는 작품이 연극이더라고.
가장 강렬한 감정 체험과 무대와의 교감, 같은 대본에 연출마다 상이한 해석과 장치들. 그래서 연극이 더 좋았나봐.

뮤지컬과 오페라는 화려해. 감상도 즐겁고 볼거리도 정말 많아. 사실 아무거나 골라잡
아도 볼거리가 아예 없지는 않아. 스토리도 재밌어. 자주 봐.
근데 가장 강렬한 기억과 내적 체험과 추억은 연극에 있다는 게 참 희한해 그래서 지금도 연극을 찾아보고 있어.
관객이 점점 주는 것도 보여서 안타까울 때도 있고, 그때마다 극을 올려주는 극단이 걱정도 되면서 고마워.

아래 푸른달에 대한 글을 보고 떠오르는 게 있어서 적어봤어... 갤은 갤기장이 아닌데 너무 ㅃ글이라 미안...
근데 푸른달횽 같은 창작자들에게 정말 고마워.
그냥 평소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나 같은 관객도 있다고 말해보고 싶었어...
많은 공연들 있지만 소극장에서 한 달도 안 되어 사라진 작은 공연이 내 인생 최고의 극이야. 지금도 기립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

푸른달의 마지막 작품도 만나러 갈게. 이 글 읽을지 모르지만 미리 고맙다고 인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