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스트를 약회전 돈 건 선과 우영 때문이었어
아홉 살이 뭘 알았겠어! 하는
선이랑
우리는 선택한 게 아니야 그렇게 태어난 거야!
하는 우영이랑 겹쳐 보였고 슬펐어.

아키라동길은 자기 신념대로 행동했고
그 신념에 사랑하는 사람이 동참해줬고
끝까지 신념을 지키고 멋있게 죽는데

우영은 의학도였고 아버지 명으로 경부 됐잖아
굉장히 열심히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며
자신의 것들을 버리고 또 지키며 살아왔는데
그걸 무너뜨리는 일을 신념이라고 말하는 아키라
자신이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혜인이
우영은 무섭고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

그 시작점이 잘못되었거나(우영)
옳다고 해도(선)
그 둘은 아키라나 혜인처럼 자기가 선택하지 못했으니까.

아키라랑 혜인은 옳은 일을 하는 옳은 인물이지만
혜인은 내가 보기에
사랑 때문에 자명고 찢은 공주 같아.
아무리 자신이 변했다지만 혜인이 진짜 변했으면
이런 얘기를 나눌 게 너밖에 없다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준비를 하고 있어야지.
지금 혜인이는 얘가 만주 어디로나 알고 찾아 갈까 누구랑 연락은 할까 싶은
시작과 다르지 않은 공주님인데
어떻게 혜인이 아키라 신념을 이어받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대한독립만세라고 말하는 려원 혜인을 이해할 수 없었어
일제강점기라는 시기에 선도 우영도 동길도 혜인도
잘잘못도 있지만 시대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데

작가는 잘못이 있는 캐릭터를
(선ㅡ배신, 아키라ㅡ조선귀족살인, 우영ㅡ친일)
그냥 다 죽여버리고 끝냈고
혜인이로는 뭘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는데
대한독립만세를 말하니까
아키라동길이 너무 불쌍해...
그래도 동길 죽음에 울어줄 사람은 있구나가 위안이었는데
개인의 죽음이 나라를 위한 것이 되는 거랑
내 죽음을 기억하고 위해주는 사람이 있는 건 다르잖아

아키라가 선한테 내가 기억할게! 했던 것처럼
혜인은 그들을 기억할 유일한 사람인데
꽃잎처럼 죽은 사람들 중 하나로 동길을 만들어버리는 것 같았어.

진짜 대본도 엉망이고 가사도 이상하지만 나 네오극 중
유일하게 약회전 하는 극이 미스튼데...
작가가 캐릭터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
혜인이 진짜 어떻게든 해야할텐데
지금은 그냥 사랑에 올인하는 걸로밖에 안 보여
근데 거기에 대한독립만세까지 하니까
캐릭터가 이선보다 더 이상해
나는 이 이상 이해를 멈출래(...)


아쉬워서 써봤는데
작가가 생각 안 하는 부분을 내가 생각해서 채우는 거 짜증나
아직 연우혜인 못 봐서 자막 생각은 안 하는데
별로인 극 회전 도니까 현타 온다...

배우랑 캐릭터들은 매력있는데
작가가 실로 꿰다가 엉킨 걸 못 푼 것 같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ㅁㅈㅅㅂㅂㅈ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