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연극, 뮤지컬 거의 본 적 없는 일반인.

어느날 고딩인 동생이 학교에서 대성당들의 시대라는 곡을 듣고

거의 충격을 먹고와서는 엠피쓰리 한 곡만 사달라고 부탁했어

찾아봤더니 불어 버전 한국어 버전 몇 개 나오길래 세 개 사줬지

몇 달 지나 질릴 때 안되나? 싶은데도 걍 그곡만 듣더니

한 달~ 두 달쯤 전이었어

어디서 노담 뮤지컬 예매 오픈 광고를 보고 와서는 애가 얼굴이 상기되서

자기가 용돈 모아 갚을테니 예매 좀 해달라고....

(얜 입시생이라 10월에는 예매할 시간도 없었고 인팍 아디도 없으니까)

아. 하지만 우리 형편으로는 입장료가 상상 이상으로 비쌌어

그 때부터 난 만원의 행복이니 할인이니 다 뒤지고 다녔지만

노담은 그런거 못찾겠더라

매일매일 인팍가서 좌석 상황만 살피다가

선뜻 예매창을 못 누르고 나오길 여러 차례

여기서 캐스팅 별로 같은 공연을 것두 좋은 자리에서 척척 감상하고

쓴 후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

꼭 형편이 넉넉해야만 공연을 보러 다니는게 아니라는 것은 알아

여기에도 좋아하는 공연 보기 위해 밥값아끼고 교통비 아끼는  사람들이 있을거니까

암튼 공연관람을 포기하고 그래도 동생 시험 끝나는 기념인데

씨디라도 한 장 사다줘야지 하고 결론 내렸다가

못난 나를 내가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더라

정말 한 달동안 회사에서 삼각김밥이랑 컵라면, 식빵으로 버티면서 10만원을 모았어

자, 이제 수능은 끝났고 고민은 시작됐지

동생을 데리고 가서(서울지리 잘 모름) 입장시키고 난 밖에서 기다린다.

그럼 동생이 돈 때문에 나 못들어가는거 눈치챌텐데 어쩌지 등등

11만원짜리 좋은 자리(그래봐야 R석) 한 장 사서 동생만 집어 넣을 것이냐

6만원짜리 3층 좌석(A석)들로 두 장 사서 같이 볼 것이냐.

그리고 난 후자를 택했고 8일날 표 사서 9일 토요일, 대망의 낮공연을 보고 왔어

ㅅㅂ..... 미칠 것 같더라.

난 뮤지컬이 그렇게 멋지고 아름답고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건지 몰랐어

배우 한 분 한 분

그리고 존재감 쩌는 닌자 같은 무용수(나 용어 모르겠다 미안해) 분들..

그 돈이 비싼게 아니더라구.

동생이랑 약속했어

내가 조금씩 더 아껴서 다른거 하나 더 보러가자고

뒷자리라도 좋아

자 다음을 멀 볼까...

우린 마치 애호가나 된양 인팍 티켓을 이리저리 살피며

오늘 하루 무착 행복했다.

그리고 그 행복감에 여태까지 둘이 수다 떨다가

자는 놈 옆에 두고 여기 와서 주절주절 해본다.

연극 뮤지컬에 아는 것도 없는데다가 지지리 궁상맞은 소리는 다해놨으니

앞으로 글을 쓸 일은 없을것 같고, 많이 많이 눈팅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