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오글 주의

-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유태인 수용소라고 하는 참혹하기 그지 없는 배경 위에서
주인공은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인생은 아름답고 고백해.
근데 신기하지. 이성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이 역설이
마음에선 납득이 되고, 눈물은 흐르지만 가슴은 따뜻하게 달아오르니. 이것 참.

- 나한텐 벽뚫남이 그래.

벽뚫남이라는 작품 속 인물들이나 배경, 그리고 전개되는 이야기...생각해보면 하나같이 입안이 씁쓸해지는 것들 뿐이야.

그런데 이 작품은 이 인물들에게 밝은 조명을 가하고, 발랄한 음악을 입히고, 소소한 위트를 더해 관객들을 속이고 있어.

그런데 이 속임수는, 니네 인생 아직은 괜찮아라고 우리 어깨를 툭툭 건드려 주는 착한 속임수.

그래서 난 벽뚫남을 볼 때마다 매번 울면서 위로를 가득 받고 오지.

- 사실, 난 지난 번 이대 공연도 참 좋았었는데, 그 때 개취로 단 하나 아쉬웠던 게 바로 듀티율이었어.

정말 일상에 지친 보통 남자의 그루미한 분위기가 너무 강해서, 듀티율이라는 인물이 끌고 가는 그 역설의 미학이 절반 밖에 안 살았다고나 할까.

이번 마티율을 만족하며 보는 것도, 바로 이 부분.

슬픔을 무조건 슬픔으로, 비극을 단순히 비극으로 그려내지 않은, 슬픔과 행복의 그 중간, 비극과 행복의 그 역설적 혼합을 절묘하게 능숙하게 연기해.

마티율에게서 채플린의 미학이 보이고, 로베르토 베니니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런 영리한 연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

- 마티율의 컷콜이 많이 이야기되는 것도, 마찬가지.

컷콜이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또 하나의 역설을 만들고, 마음으로 납득할 수 있는 위로를 주기 때문이라는 기분이 들어.

- 어쨌든 벽뚫남과 마티율의 조합이
참 좋은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아서 난 참 좋다.
많이들 봤으면 좋겠는데, 영업할 방법이 없네.

- 그래서 10일 후 쇼놋데이가 더 기대된다.

적어도 여기 있는 횽들은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이 열려있고,
다소 부족한 발음이지만 마티율의 진심어린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용의가 있는 관객이니까. (내가 생각하는 갤러들은 그래. ㅇㄱㄹ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