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덕이라고 하기엔 관극인생이 조금 부족하고 그렇다고 머글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것들을 아는 이도저도 아닌 새우젓인데.

맨 처음 공연을 보러 다녔을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무대위에 실수들이 전혀 안보였는데 뭔가를 조금씩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배우들이나 무대장치들 실수하는 것들이 자꾸 눈에 보이는거야. 그러다가 어느순간부터는 불안해하는 날 발견했어. 저기서 틀리면 어쩌지. 저 장치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쩌지.

주객전도가 된거지. ㅋㅋㅋ

그러다보니 극을 보면서 가장 화날때가 크건 작건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배우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줄때거든.

기본적으로 실수를 안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라이브인데 배우도 인간이므로, 매번 복제같은 공연을 하는건 무의미하니까 조금씩 달라지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겠지. 난 그정도는 이해해. 그렇지만 무대는 말그대로 환상이잖아. 실수를 했으면 그게 틀린건지 관객은 물론이고 본인도 모르게 넘어가야지. 같은 지문, 같은 대사를 치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매번 같은 상황이지만 그 순간의 감정으로 풀어나가는게 중요한거지. 그래서 실수를 하더라도 이건 실수가 아니야, 니들이 잘못본거야, 같은 배짱이 있는 배우가 좋더라고. 물론 그런 배짱이 하루아침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관록이라는게 필요하고 경력이라는게 필요한거겠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 엄유민법 보는 내내 그렇게 편안한 무대가 오랜만이였어.

물론 삼총사 라는 극 내용이 그닥 어려운것도 아니고, 감정을 격하게 자극하는 것도 아니고.

네 남자, 청년도 지나서 이젠 아저씨가 다된 ㅋㅋㅋㅋ 남자들의 중3놀이 같은 거지만

네 사람이 우선 무대를 너무 즐기는게 느껴졌고 신나하는게 보였고

더 좋았던거는 네 배우가 워낙 삼총사를 오래했으니 사건사고, 혹은 실수는 없을거라는 믿음이라기보단,

누구 하나 어디서든 혹시라도 실수를 해도 나머지 셋이 매꿔주겠지 하는 배짱, 믿음 그런게 느껴져서 오히려 보는 관객으로서도 너무 아늑한 공연이었어.

그래서 무대랑 객석도 너무 멀어서 아쉽고 음향도 아쉽고 참 열악한 조건의 공연이었지만

엄유민법 네 남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공연이었고.

이 조합이 몇번 없는게 참 아쉬운 공연이고.

왜 다들 엄유민법 엄유민법 하는지 알게 해준 공연이었고.

정말 엄유민법이 고유명사처럼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