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50대 동갑내기 남녀의 30년간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종군기자로 활약한 여자와 저명한 역사 교수인 남자. 잘 만든 드라마 스페셜이나, 신인 여작가가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 완성했을 법한 연애소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대사의 나열(그렇지만 잘 다듬은), 현실성 없는 캐릭터(그러나 프랑스에서는 현실성 있을 법한). 보고 나오면서 광장히 프랑스틱한? 이야기다... 했는데 원작이 진짜 프랑스 소설이구나. 몰랐네..(원작 소설과의 유사도는 잘 모름). 정민과 연옥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라드와 르네 뭐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더 진짜 같았을 것 같아. 한국을 배경으로 두고 보자면 진정성이 결여된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어. 이야기가 땅에 닿지 않은 느낌. 너무 폼 잡은 느낌.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가 없이 글로 대본을 읽었다면 좀 오글거렸을 것 같다.
그런데 많이 울고 나왔어.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어그러진 관계에 상처를 입어본 사람이면(그 관계가 연인의 관계이건 부모 자식간의 관계이건) 누구나 가슴이 아릴만한 대목들이 많았어. 그치만 이 극이 무얼 말하려고 하는거지, 하고 막상 생각해보면 진하게 남는 주제는 없는 것 같다. '관계'에 대한 흐트러진 단상들의 나열에 가깝지 그 단상들이 한데 모여서 쿵, 하고 치는 큰 줄기는 잘 잡히지 않는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도 뭔가 프랑스풍인것 같네...
방향을 돌려 생각해 보자면 이 극은 남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치열하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한 청춘을 지나 여섯번의 목요일을 거치면서 상대방을 그리고 스스로를 감내하고 받아들일줄 아는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 그 성장에 포커스가 더 가있는 것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현실 50대 부모님들 보다는 지금 현재형으로 사랑하고 싸우고 이별하는 2,30대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 극이었어 내 느낌엔. 영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을 축약시켜 놓으면 이런 연극이 나올 수도 있겠다. 세련되고 잘 만든 극이라는 것에 동감. 지루하지 않았고 재관람할 의사도 있어.
배종옥 배우의 찰지고 정확한 대사는 모두가 잘 알겠지만, 대사가 많은 연극에서 빛을 발하더라. 거기다가 자칫하면 신파로 보일 수 있는 부분도 배종옥 배우 특유의 냉정함이 스며서 극을 한레벨 업해주시는 것 같았음. 강력 추천. 이쁘시기까지 함. 조재현 아저씨도 뭐 연기의 달인이시니까. 몇 달 지속적으로 해오고 계셔서인지 대사 버벅거림도 없이 아주 스무스했어, 막판에 목이 좀 쉬긴했지만. 그러나 하이탑 운동화에 깔창 많이 까신거 너무 잘 보여요... 신발 바꾸세요... 다모쓰 이현응 배우가 늙어서 조재현 아저씨의 얼굴을 가지게 될 것 같지 않은데... 어쨌든 이현응 배우도 좋았고, 젊은 여자 역의 윤이나 배우는 약간 서툴긴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게 보여 좋았음. 덕수는 딱 덕수고, 이경 역은 오늘 이윤수 배우였는데 크게 맘에 들진 않았어. 두 베테랑 배우들 앞에 젊은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서툴러 보이는 건 근데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자 이제 대명 이야기... 글루미 봤던 1관보다 수현재관(?)은 지상이라 그런지 냄새가 훨씬 덜해. 환기 시키기에 최적으로 생겼음. 그래도 나오고 나니까 목이 칼칼하고 그렇기는 하다. 냄새가 덜 심하다는거지 안 난다는거 아냐. 1열에 앉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단차가 별로인 것 같아서 담에 또 보더라도 1열에 앉아야겠구나 생각함. 그러나 올려다봐야하긴 해. 1열이어서 큰 관크는 없었는데 주 관객 연령대가 중년층이고 덕들이 아닌만큼 관크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을거임. 여자 화장실은 두 칸 밖에 없어서 줄이 길어. 급하면 다른데서 해결하고 오는게 좋아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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