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노 보고왔어. 극이 오묘하다는 평이 있던데 역시나 1막/2막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 각본이 막판에 수정되었다더는게, 2막은 고정되어 있고 1막 대본이 바뀐게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봐.

일단 1막은 괴작 스멜이 다분함. 신화의 시대라는 부제답게 의상도 화장도 대사도? 판타지임. 뭐 역사판타지 자체가 나쁘다는건 아닌데 여러 설정들이 유치하게 느껴지는게 문제인것 같아. 칼춤같은건 괜찮았는데 캐릭설정이 1차원적인 점이 있어. 연무발도 그렇고 특히 물의 정령? 같은애들. 아 그리고 이건 개취인데 서예단 유머 촌스럽지 않아?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엔 용이할지 몰라도 나랑 코드가 안맞아서 항상 표정관리 안됨. 잃얼 축지법도 그렇고 박연 금은동도 난 별로였거든. 아무튼 1막은 영 아니더라. 이런 신화적이고 공상적인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막은 진지한 사극이야. 1막에서 금사빠였던 주몽과 소서노가 급 갈등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 흥미로웠어. 전개가 다소 급격하고 캐릭터를 쉽게 소모하는 느낌은 있는데 그만큼 장점도 있었음. 주몽과 소서노에게 감정이 집중되는 느낌이랄까? 난 2막의 분위기로 1막도 이끌고 갔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 2막에 비해 1막이 많이 라이트해. 이 극의 주제랄까? 연출의도는 2막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이게 1막이랑 잘 조화가 안돼는것 같아. 신화와 역사로 1막과 2막의 대비를 주려던게 야심만큼 극의 퀄리티가 안 따라준듯 해. 아 주몽이 되게 입체적으로 표현된건 좋았어. 감정선이 친절하진 않았다만...

배우들은 쏘쏘했어. 무엇보다 목관리 잘해야겠더라. 넘버가 은근 어렵고 고음이 많아. 특히 소서노는 목 잘 아끼길. 조정은은 특유의 낭랑한 음색이 거칠어진게 아쉬워. 그래도 노래 쓰릴하긴 해도 잘 소화했어. 1막은 연기랄것도 없어보이고 2막 후반에 떠날때의 표정아나 감정이 좋았음. 살짝 엘리자벳 느낌나더라. 박영수는 연기가 좋았어. 1막/2막 대비가 강렬했고,  2막 오프닝 고구려의시대 부를때의 비장함과 사나움이 좋더라. 옥의티라면 솔로에서 음 뒤집어진거...현실입갤 제대로 했음... 본인도 아쉬워하는게 보이더라. 아무튼 잃얼 고종이랑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어. 같은 왕인데 다르게 잘 연기했어.

다른 캐릭터는 비중이 작아 별로 할말이 없고 가장 아쉬웠던게 연무발. 1막에서 가장 특징적이고 돋보일수 있는 캐릭터인데 평면적으로 소화한 느낌. 악역인만큼 배우의 신체에서 묻어나오는 오오라같은게 중요한데 이시후배우는 밋밋해. 노래도 연기도 평타는 치는데 그 이상의 존재감이랄까 매력이 없어. 난 조풍래가 개그캐릭말고 이거했으면 근사했겠다 싶음. 무엇보다 비주얼이 확 사로잡을 것 같아서. 아무튼 1막 애매한데 연무발도 한 몫 한것 같아. 아 그리고 그 선관아저씨도 대사 한 노절 날림. 안그래도 집중 안돼는데... ㅅㅂ

짧게 정리하면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잘보인 극이었어. 나한텐 소서노보단 박연이, 박연보단 잃얼이 더 좋았다는건 분명해 보인다. 아무튼 조정은, 박영수 다 목관리 잘해서 좋은 연기 보여주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