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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고독, 괴물의 이야기下

(119.82) 2014.04.04 00:51:33
조회 1944 추천 42 댓글 17

 

유은 후기가 생각보다 안 올라오길래..

스포있고 꽤 김.

다른 쏘세지들과 보는 관점이 다를 수도 있으니 괜찮다면 읽어줘.

上은 부끄럽게도 개념 글 어딘가에..

 

 

 

 

 

고독, 괴물의 이야기 下

 

 

 

 

 

 

넌 쓸모없는 괴물이야.

 

 

자신을 괴롭히던 자크가 했던 말들이니까, 믿고 싶지 않아.

복수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탄생이유엔 실험일지에 쓰여 있는 이유 말고, 다른 것이 있을 거라고 믿었을 거야.

 

 

 

빅터를 찾아가지만, 엘렌과 화해하고, 줄리아와 결혼해서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삶을 유지하고 있는 빅터를 보고 말아.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용서할 수 없었겠지. 3년 동안 인간에게 받은 거라고는 아픈 기억들밖에 없으니까.

괴물은 이해할 수 없어.

 

자신에게는 죽음의 저주를 걸어 주고, 인간들에게 매를 맞게 홀로 내버려 두고, 빅터와 똑같이 생긴 인간들이 주는 상처를 받았어.

그 절망의 시간 속에서 울부짖었던 자신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시간을 지내고 있길 바라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빅터를 이해하고 싶었겠지. 다른 이유가 있길 바랐어. 사랑하고 싶었을 거야.

그래서 빅터의 이름을 불러.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절망적이야.

 

 

너였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자신을 기억하고 있지만, 독기어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빅터를 보고 느꼈을 거야.

아직도 빅터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걸. 그래서 괴물 역시도 더 차가워지지.

 

빅터의 죄책감을 덜어 줄 생각은 없기에 괴물은 돌려 말하지 않아.

 

어떻게 살았는지, 말은 누구에게 배웠는지, 어떤 능력들을 터득했는지 궁금하지 않으냐고.

자신이 지내왔던 시간을 떠올리며, 숲을 훑어 보다가 빅터를 똑바로 바라보지.  

 

괴물은 앙리라는 이름에 염증이 날 만큼 괴로웠을 거야.

처음 눈 뜨자마자 들었던 이름도 앙리, 실험일지에 언급되는 것도 앙리,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보고 부르는 이름도 앙리.

앙리의 이름을 부르는 빅터에게 애원하듯 소리쳐.

그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나는 당신이 만들어낸 이름이 없는 괴물이라고.

 

빅터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괴물의 존재를 부정해.

앙리라고 부르고, 실험일지의 내용을 되묻는 괴물에게 아니라고 말하지.

 

 

왜 돌아왔어, 원하는 게 뭐야.

 

 

작은 희망을 품고 물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빅터의 입으로 직접 부정당해.

앙리를 살리려다 만들어낸, (빅터의 입장에선) 실패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아.

 

복수하려고 돌아왔지만, 더 큰 상처를 받았어. 빅터를 벌하는 것이 생의 목표가 되고 말아.

 

 

난 돌아왔어, 그리고 간절히 원해.

하지만 나의 창조주여, 그 전에 먼저 나의 얘기를 들어라.

그동안 내가 겪은 세상, 내가 겪은 인간, 그리고 눈물을.

 

 

괴물은 울부짖으며 말해.

 

당신이 만들어 낸 내가 살아왔던 시간을, 고통을, 눈물을 빠짐없이 기억하라고.

혹시라도 빅터를 믿게 되어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까 봐 자신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왜 존재 자체만으로 위협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었으며,

태어나자마자 창조주의 쇠사슬을 목에 걸고, 숨이 넘어 갈 뻔 해야 했었는지.

 

빅터의 실험실에서 도망쳐 나와 맨발로, 숲 속을 뛰었어.

발바닥에 나뭇가지도 박히고, 비에 젖은 웅덩이에 발이 빠져 넘어지기도 해.

 

다시 죽고 싶지 않아. 서늘하고 비린 쇠사슬에 감촉이 싫어.

도망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느껴서, 비에 젖어 무거워진 몸으로 계속 뛰어.

그런데 왜 도망쳐야 하는지 이유를 몰라. 잠시 멈춰서 쉬고 싶어.

 

춥고 몸도 무거운데, 여기서 멈추면 모든 게 끝날 것만 같아.

 

 

 

괴물은 인간의 마을에 내려와서야 자신이 빅터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 존재인 룽게를 '죽였다'는 걸 알게 되었을 거야.

인간이 무리로 산다는 걸 배웠고, 가족과 집사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중한 존재라는 건 알았겠지.

자신을 피해서 인간들이 도망쳐다녀. 자신이 보이면 비명을 지르고 총을 쏴.

 

처음 자신을 봤을 때의 빅터는 따뜻했는데, 왜 돌변해 자신을 죽이려 했던 걸까.

 

자신이 인간을 죽였어. 빅터와 똑같이 생긴. 그리고, 어렴풋이 자신이 인간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았어.

빅터와 똑같이 생긴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안타깝지만, 인간들을 피해 숲을 혼자서 헤매며 학습하게 되었을 거로 생각해.

 

 

실험실에서 괴물은 엘렌의 비명도 들었어. 그리고 숲 속에서도 까뜨린느의 비명을 들었지.

그때의 엘렌은 슬픔에서 구해주지 못했지만, 까뜨린느는 구할 수 있었어.

 

까뜨린느를 구했던 건 괴물 나름의 속죄이자 인간에 대한 그리움이 밑바탕에 깔렸던 거로 생각해.

 

빅터가 내게 다시 따뜻해지지 않을까.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빅터와 똑같이 생긴 저 인간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을까.

 

 

 

까뜨린느를 구해 왔는데, 인간들의 반응이 괴물의 생각과 달라.

횃불로 위협하고, 쇠사슬로 묶어서 끌고 가.

 

 

 

괴물이라고 그들에게 불리고, 격투장에 끌려와서 매를 맞고 나서야 알았겠지.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만 허기를 채울 수 있고,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는 걸.

 

그때까지도 괴물은 자기가 왜 괴물인지 몰랐어. 자신의 이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격투에 나서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만을 해.

 

인간보다 더 우월한 신체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인간을 죽일 수 있어.

악력만으로도 충분히 뼈를 산산조각낼 수 있는데, 괴물은 주저해.

빅터와 똑같은 인간이잖아. 이 인간을 죽이면 빅터가 내게 다정하지 않을 거야.

 

돈을 들고 소리치는 인간들이, 피비린내에 환호하는 인간이, 채찍을 들고 죽이라고 외치는 에바를 이해할 수 없어.

상대를 바닥에 두고 들어와. 그러나 괴물은 들었겠지. 그가 죽음으로 환호하는 인간들의 소리를.

 

매를 맞고, 격투에 끌려가고, 인간을 죽이지 않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아.  

 

 

그러던 어느 날이었겠지. 페르난도가 찾아오고, 자크는 인두도 준비해 오라고 해.

 

격투장의 인간들과 싸우면서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건 깨달았을 거야.

자기가 누구인지 조금씩 깨닫고 있을 그즈음에, 자크의 고문을 당해.

 

 

 

 

 

나의 사랑하는 친구 앙리 뒤프레의 머리를 마지막 재료로 나는 생명을 창조하려 한다.

 

 

저 말을 듣는 순간, 괴물의 기분이 어땠을까.

친한 친구의 머리로 만들어진 존재야. 인간이 아니라 진짜 괴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

미치광이가 만든, 존재 이유도, 가치도 없는, 심심한 인간이 취미로 만든 호기심의 결정체라고.

 

매를 맞아 멍이 든 적은 있었어도, 단 한 번 도 인두로 고문을 당한 적은 없었을 거야.

 

자크가 인두를 들고 오는 순간 괴물은 겁먹지만 피하지는 않았거든.

 

저 말의 정신적인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뜨거운 인두가 자신의 살을 태워.

살 타는 냄새가 올라오고, 제대로 앓는 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로 아파.

 

 

괴물이 진짜 괴물이라는 걸 아는 자크는 끝없이 잔인해지고, 상처를 줘,

 

 

쓰레기라고. 인간이 만든 쓸모없는 괴물, 아니 쓸모없는 장난감이라고.

너의 주인이 버려 내가 주웠으니, 넌 내 괴물이라고.

 

매일매일 자크는 괴물에게 말했을 것 같아.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하게, 의욕도 들지 않게.

 

 

 

고문에 몸도 아프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아닌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을 거야.

창조주는, 날 그저 실험했을 뿐. 인간이 아닌 존재로 자신을 만들고, 또 죽이려 했을 뿐.

괴롭고, 또 외로워. 인간이 싫고, 무서워. 또아프게 할 것만 같아.

 

 

그런 괴물에게 까뜨린느가 다가와.

까뜨린느는 괴물에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야.

괴물이 알고 있는 인간들과는 달라. 자신에게 손을 뻗어주었고, 곪은 상처를 닦아줘.

 

간지러움, 이라는 새로운 감각에 으르렁거리지만 까뜨린느는 그런 괴물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웃고 말아.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였어.

어린아이를 달래듯, 천천히 괴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까뜨린느가 괴물에게는 잠시나마 빅터 같은 존재였을 거라고 생각해.

저주하고, 괴롭게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함께 웃었겠지.

 

 

 

격투장의 살벌한 철장 속이지만 둘은 북극의 설원 속, 오로라가 펼쳐진 하늘 밑에서 잠시 행복해져.

슬픔도, 인간도, 욕심도 없는 곳에서 눈을 맞추고 자유를 노래해.

손을 맞잡고, 세상의 사슬을 벗어나자고 말해.

 

까뜨린느의 노예의 사슬, 괴물이 받은 저주의 사슬.

 

 

까뜨린느를 때리는 그들에게 이를 드러내 보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일 뿐, 괴물에게 현실은 가혹해.

인두가 얼마나 아픈지 기억하고 있는데, 시뻘건 불이 또 눈앞으로 다가와.

그리고 밤새 고문을 당했겠지. 자크의 분풀이로, 격투장 다른 이들의 장난감으로.

 

지쳐 잠들었는데, 꿈을 꾸었어. 현실의 고통이 다 달아나는 따뜻하고 포근한 꿈.

 

 

날이 밝고, 까뜨린느가 약을 탄 음식을 살기 위해 먹었어.

결투가 시작되고, 괴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악의를 드러내.

까뜨린느를 괴롭게 한 인간들에 대한 복수인 것처럼, 자신의 창조주에게 내리고 싶은 벌인 것처럼.

그런데 거짓말처럼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목이 꺾이고 말아.

 

 

이상하게 의식이 끊어지지 않고, 자신은 죽지 못하는 괴물이라는 걸 깨달아.

까뜨린느가 보여서 손을 뻗어보는데 마음대로 되지는 않고, 까뜨린느가 에바와 자크에게 빌고, 자신에게 손가락질을해.

그제야 조금씩 상황파악이 되기 시작해.

 

까뜨린느도 똑같은 인간이구나.

 

 

묻고 싶어. 왜 그래야만 했던 건지. 함께 인간이 없는 곳을 꿈꾼 거 아니었느냐고.

너도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 않으냐고 까뜨린느가 되물어.

자신에게 줄 자비도, 꿈도, 곁을 내 줄 용의도 없다고 말하는 까뜨린느를 계속 쳐다만 봐.

까뜨린느가 끌려가고, 에바는 불태우겠다고 말하고, 자크는 다 망가져 버렸다고 말하지.

 

또, 다시 버림받았어. 까뜨린느에게, 에바에게, 자크에게. 인간에게.

 

 

왜 난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려야 하나

 

 

 

또 버려졌어. 또 고독 속에 빠졌어.

 

맨살에 닿아오던 철 침대의 서늘한 느낌, 자신의 숨소리만 들려오던 실험실.

지금과 다르지 않아.

왜 날 만든 걸까. 왜 태어나게 했나. 왜 이름조차 주지 않았을까.

나도 인간처럼 심장이 있는데, 온기를 느낄 수 있는데. 감각이 있는데, 감정이 있는데.

 

어긋난 뼈를 맞추고, 태어나던 그때의 고통 속에 다시 한 번 빠져.

왜 나만 아파야 할까. 울고 또 울고, 소리를 지르고 해도 고통은 나아지지 않아.

(아.. 난 괴물은 더 못 쓰겠다. 노래 자체가 괴물의 마음 그 자체라고 생각해.)

 

 

 

 

 

난 불행하기에 악하다, 악하기에 복수를 원해.

 

 

 

복수하기 위해 피 칠갑을 한 채 어둠을 헤매며 사는 삶은 얼마나 끔찍할까.

 

빅터가 결혼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복수심에 사로잡혀서 집안에 숨어들었어.

인간이 무엇에 약한지, 격투장에서 깨달았으니까, 인간들을 쉽게 교란시키는 방법을 알아.

괴물은 돈에 눈이 멀었던 인간들을 기억해. 돈 때문에 거짓말하던 인간들을 기억해. 그게 괴물이 기억하는 인간이야.

목적을 위해 서로 거짓말을 하고,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것.

 

사냥을 가는 슈테판을 숲 속에서 발견하고 그의 사냥개를 찢어 죽이고, 그 개의 피를 마시고 복수를 다시 한번 다짐해.

슈테판이 가지고 있던 칼로 그를 찔렀지.

산장에서 나오던 도중 골짜기를 헤매던 엘렌을 마주쳐.

괴물은 엘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실험실에서 들려오던 유리가 깨질 것 같이 들리던 비명.

 

 

괴물 역시도 빅터를 향한 완벽한 복수라고 생각했을 거야. 자신의 편 없이 고독하게 만드는 것.

괴물이 세운 복수의 계획은, 신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려 했던 빅터를 벌하듯 타이밍마저 딱 맞아 떨어져.

 

 

 

괴물은 빅터를 알아. 실험일지를 닳도록 읽었겠지.

자신을 만들었을 때 '누나, 내가 앙리를 살렸어' 라고 했던 것 또한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실험실에 가서 기계를 다시는 작동할 수 없게 망가뜨려.

 

자신과 같은 존재가 다시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빅터가 더 고통스러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괴물의 예상대로 빅터는 누나를 다시 살리려고 실험실로 와.  

 

 

그런데 빅터는 아직도, 괴물에게서 앙리를 찾으려 해.

오만한 빅터가, 끝까지 자신을 실수라고 말하는 빅터가 끔찍하고, 진절머리나.

어쩌면 마지막 유예가 될지도 모르는 보름달이 갈라지는 날을 이야기해.

 

 

나도 길을 잃었는데

 

 

바람 소리와 호숫가 근처의 서늘한 기온은 괴물이 처음 태어났을 때와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어.

괴물이 자신이 처음 탄생하던 그 날과 가장 비슷한 곳을 찾아내고만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울고 있는 어린아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괴물의 마음 같았어.

 

 

온전한 괴물일 경우라면 복수를 다 한다고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것 때문에 길을 잃은 것도 같았고.

 

앙리가 기억을 되찾고 괴물이 된 거라면

같은 꿈을 꾸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빅터는 실험은 내팽개친 채 줄리아와 함께 행복하게 살려고 했던 것에 실망해서

자신이 무엇 때문에 희생한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길을 잃은 것도 같았고.

 

괴물과 앙리가 양립하고 있는 상태라면

앙리가 빅터와 꾸던 꿈, 앙리가 알고 있는 빅터의 과거, 상처받아 헤매는 괴물의 현재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어.

 

그 어떤 경우든 진짜 마지막 복수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 같았어.

 

 

아이가 괴물의 목에 있는 상처를 이야기할 때, 괴물은 깨달아.

자신이 태어나자 자신의 존재 자체를 실패로 간주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인간 빅터의 모습을.

 

오로지 자신의 행복만을 꿈꾸던 빅터를 용서 할수 없어.

인간의 추악한 모습, 자신만을 생각하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어.

인간처럼 그를 잠시라도 살려주려고 했던 자신을 벌하듯 아이를 호수에 빠트려.

 

 

세상 끝 그곳에 행복, 그런 게 있을까

 

 

괴물은 줄리아 마저 죽이고, 빅터를 피붙이 없이 외롭게 만들어. 세상에서 홀로 떨어진 존재가 된 거야.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아.

 

혼자서 눈물로, 고독 속에 갇혀 살던 상처 가득한 3년의 세월을 빅터가 알기 원해.

자신이 왜 복수를 결심했는지 빅터가 알게 되길 원해.

인간이 없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게 되는 북극으로 빅터를 불러내.

 

 

나는, 북극으로 간다. 인간이 없는.

 

 

빅터가 '고독'을 모르고 이대로 죽는 건 원하지 않았지. 철저하게 혼자 남겨진 상태임에도 괴물은 북극으로 그를 이끌어.

 

빅터보다 앞서 북극으로 가지만, 빅터가 오는 길이 힘들어서 그냥 죽는 걸 원하지는 않았을 거야.

제네바에서 북극까지 오는 동안 아무 일이 없지는 않았겠지. 

분명, 여러 번 괴물이 빅터를 살려냈을 거라고 믿어.

빅터는 그냥 '인간'이니까.

 

그 사이에 괴물은 아주 잠시지만, 빅터와 함께 산다는 생각을 했을 거야.

만약, 실험실에서 빅터가 자신에게 걸음마를 알려주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생각도 했겠지.

 

 

결국, 끝까지 자신을 따라 오는 빅터를 본 괴물은 괴롭고 두려웠어.

복수를 생각하며 인간의 악해진 모습이, 그리고 곧 사라질 것 같은 창조주의 모습이.

 

쓰러진 빅터를 안아 드는 괴물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

익숙해 보이기도 했고. 조금 처연하기도 했어.

 

 

쓰러진 척하며 결국 자신에게 칼을 꽂는 빅터에게, 괴물은 실망조차 하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 인간은 속이고 상처만 주는 존재니까. 행복을 꿈꾸면 뭐해.

 

자신이 겪었던 똑같은 고통을 빅터가 겪기 원해.

빅터의 허벅지에 칼을 꽂아 넣고, 뽑아버려. 피비린내가 진동하지.

 

끝까지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빅터가 불쌍해. 이렇게까지 살아내려고 해야 하나.

 

인간을 사랑하고 싶었어. 함께 살고 싶었어.

그만큼 진절머리나게 싫어. 괴로움만 주는 존재라면 없는 게 나아.

나약한 인간이었구나, 이런 나약한 인간에게 복수하기 위해 달려온 자신의 삶은...

 

3년의 원망을 담아 빅터에게 총을 겨누지만, 빅터가 죽는 걸 원하지 않아.

빅터는 절대 자신보다 먼저 죽어서는 안 돼. 혼자 남겨져야만 해.

 

나만큼 불행해져야 해, 상처 받아야 해, 고독해져야 해.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괴물은 빅터에게 마지막 선택권을 넘겨.

 

괴물은 앙리라고 자신을 부르는 빅터의 목소리를 들으며 의식이 희미해져.

성공했다는 느낌이었을까, 아니면 괴로웠을까.

 

끝까지 괴물이라는 독립적인 존재는 인정받지 못했어.

마지막까지 괴물은 빅터에 의해서 철저하게, 상처받아 버려지고 말아.

 

그리고 빅터는 차가운 얼음과 바람 소리 속에 홀로 남겨지지.

 

 

 

빅터, 이해하겠어?

 

 

빅터가 이해해야 하는 건 뭐였을까.

고독, 상처, 3년의 세월, 괴물의 아픔.

 

이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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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니까 진이 빠진다ㅠㅠㅠ

하루 종일 쓴 것 같아... 글을 다듬을 여력도 없엌ㅋㅋㅋㅋㅋㅋㅋㅋ

후기쓰는게 이렇게 고통인 극은 처음이다..ㅠㅠㅠㅠ

 

 

고문씬은 상상하고 싶지 않아서 나름의 생략을 해보았어;;;

 

괴물이 앙리가 된 건지, 앙리가 배신감에 못 이겨 괴물이 된 건지, 둘이 양립하고 있는 존재인건지, 아니면 괴물 그 자체인건지

솔직히 아직까지도 나는 잘 모르겠어서 호숫가 씬 후기는 엉망진창이다. 북극도 마찬가지.

프랑켄은 생각의 여지가 많아서, 보면 볼 수록 관점도 달라지고 생각도 많아진다ㅠㅠㅠ 막공까지 아마 왔다갔다 하겠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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