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즈로드 굿티 떴을때 잡아서 보고왔어
다른 개롤들 후기보니까 불편하다 씁쓸하다 마냥 밝은극은 아니다 뭐 이랬고 결말이 너무 훅 치고들어온다 이런 글도 봤어서
조금 걱정하고 들어갔어. 나 급결말나난 극 되게 안좋아하거든ㅋㅋㅋㅋ

근데 결말부분은 뭐.. 얼마전에 아!그네스 보고왔어서 그런가 이정도 급결말이면 괜찮은 것 같아.
어느정도 이제 결말입니다~하는 느낌을 쭉 주다가 끝나는거라서 급!!끝입니다 이것도 아니고.

근데 두시간 내내? 아니 젤 초반이랑 후반 결말부 빼면 거의 한시간~한시간 반 내내 불편한 극은 맞아.
자리는 내가 지정하는게 아니라 티켓에 써져있는 대로 앉는건데(선착순은 ㄴㄴ 예매순인지도 모르겠어)
어쩌다보니 내가 맨앞줄에 걸려서 제일 앞에서 다른 방해물 없이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느낌을 받았거든.
그래서 더더욱 불편했어.

재미있어. 웃겨. 텍스트도 나쁘지 않아.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않아. 몇몇 배우들이 살짝씩 씹기는 했어도 그정도면 오케이.
그런데 되게 불편해.

이건 내 성향이랑 관계가 있는것일수도 있는데
나는 현실도피적 성향이 굉장히 강하거든.
관극을 하는 이유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현실도피이고.
어렸을 때부터 내 주위에서 누군가 싸우거나 큰소리나거나 이러면 눈물부터나고 다른사람이야 어찌되든간에 자리 피해버리기 일쑤였고
내 마음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하면 가슴이 콱 막힌듯 너무 힘들고 그래서 자리뜨고 피하고.

그런데 그런 상황들이 내 눈앞에서 두시간 내내 펼쳐져.
그들은 웃고있지만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 관극만 아니었고 1열만 아니었으면 뛰쳐나가고 싶었을 것 같아.
아니, 오히려 뒷열이면 다른 관객들도 보이고 하니까 제3자의 입장에서 거리 둔 시선으로 비라봤기 때문에 덜 불편했으려나?

등장인물은 총 열명인가? 그 중 두명의 에피소드, 세명의 에피소드가 가장 불쾌한데
극의 배경은 런던의 외곽 웰즈로드이고 시기적 배경도 지금은 아니지만,
시공간을 초월해서 인간의 내면에 숨겨져있는 그 본성과 이기심, 허풍, 자만심, 콤플렉스 등을 건드리기 때문에
관극 하는 내내 더욱 몰입하게 되고, 그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

그 에피소드가 불편하고 힘들었다는 뜻은 그런 에피소드를 직접 겪어봤기 때문일수도 있고,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지켜보는 것 자체만으로 불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니까.
그렇게 안보이겠지만 이것도 멘탈극... 이라고 부르고 싶네.


그렇지만 중간중간 개그 아닌 유머코드도 섞여있고 배우들이 능청스럽게 연기도 잘하고.
극장이 작아서 더 그런진 몰라도 성량이 남다르더라ㄷㄷ 귀 떨어지는줄ㄷㄷ
개인적으로 푸날의 개그코드는 웃기긴 하지만 극을 위해 일부러 더 넣었구나라는 연출의 영리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게 썩 좋게만은 보여지지 않았었거든. 연출 영리하네. 음. 딱 이정도에 그쳤었는데
웰즈로드의 유머코드는 텍스트 안에 좀 더 녹아들어 있는 느낌이라 딱히 거부감이 들진 않았어. 여기서 웃으세요!!! 라는 느낌은 받았지만 억지오 웃으세요!! 이건 아니었고 이 유머코드도 사람의 본성에 기반했다고나 할까.



뻘소리지만 그 유머코드 중 하나에서 엠나비 지뢰 밟은건 함정...ㅠㅠ
극 초반부터 동양-서양 얘기가 나오는데 거기서부터 나비지뢰 밟고ㅠㅠ 스포는 아니니 말하자면 극 중간에 꼬맹이의 크기에 대해서 말하는 씬이 나오는데 거기서도 나비지뢰를..... ㅋㅋㅋㅋ


암튼, 지난번 갤에서 종로횽의 초대로 리더스 보러 갔을때 정보소극장 처음 가보고 다시는 안가리ㅡㅡㅅㅂ 다짐했었는데 극이 궁금하니 다시 가게 되더라... 하지만 정보소극장 진짜 허리 나갈것같아 죽겠다ㅠㅠ 후하후하



가볍게 보면 한없이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이입해서 보면 엄청 무겁게 다가오는 텍스트라는 점이 굉장히 잘 쓰여졌다고 생각해.
21일까지로 알고있는데 요즘 괜찮은 연극 찾는 개롤들 있으면 보길 바라.
난 심지어 굿티 만원으로 보고왔는데 이정도면 이만원 아니고 조금 더 받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폰갤이라 오타는 양해바람!


덧. 오늘 극장 건물 1층에 페인트칠했나본데 그거 냄새 지독하더라 으으 화욜부턴 또 괜찮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