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너란 남자. 그 간교함의 승리.

줄리어스 시저는 일반적으로는 브루터스의 영웅담이다. 브루터스의 갈등과 고뇌가 극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고 그 세의 쇠락이 드라마의 키인데 이번 명동예술극장의 줄리어스 시저는 아주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외향상으로 안티 히어로에 가까운 윤상화의 캐스팅. 안토니의 연설을 허가하는 브루터스의 모습은 의롭다기 보다는 순진해보이고 드라이하게 처리된 브루터스의 연설은 시저의 처단에 대한 명분을 드러내며 신념을 공고히 하기 보다는, 그 죄책감을 더 드러내고 물이 엎어졌음에도 주저하는 인상을 준다.  
반대로 안토니는 섹시하게 군중을 선동하며 정치'꾼'의 모습을 보여주고 상승한다.
카시아스와 브루터스의 설전은 서로의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듯 치졸한 인상을 주는데 그들은 대의가 있지만 그 반목과 화해의 과정은 우스꽝스럽기 때문에 낯설어진다. 그들이 대의를 이룰만한 대단한 사람들인가란 질문을 던지면서 환기를 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낯설게하기가 가장 두드러지는 장면은 카시아스의 죽음이다. 김광보 연출은 죽은 카시아스를 다시 일어나게 만들어 구보를 시키고 다시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죽음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다.
이런 묘사는 세가 다한 브루터스 진영을 비통하고 비장하게 그려 안타까워하게 만들기 보다는 관객이 거리를 두고 환기시키게 만든다. 관객은 브루터스 진영을 크게 동정하지 않게 된다.
여하튼 이 거리두기는 꽤나 효과적이어서 마지막 안토니의 세련된 수습과 비교되며 브루터스 진영은 완전히 아마추어 정치집단처럼 비춰지게 된다.
안토니는 아주 가식적이지만 브루터스 잔당과 지지세력을 흡수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브루터스의 고결함을 칭송하며 다시 한번 정치'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정치'꾼'의 승리에 관객은 동조한다.
하지만 공연은 여기서 다시 한번 관객을 머쓱하게 만든다.
브루터스는 시민을 위한다는 대의가 있지만 어필하고 끌어들일 수 있는 포장술과 정치력이 없다. 그리고 안토니는 포장술과 정치력이 있지만 시민을 위한 대의가 아닌 본인의 야망만 있다. 공연을 되새김질 한 순간 안토니에 동조했던 우리들은 퍽 무안해진다.
김광보의 이번 줄리어스 시저는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과 맞닿아있다. 대안이 없는 현실 정치, 과연 차악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이 상황이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