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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4 더데빌 밤공 후기 ㅅㅍ

ㅇㅇ(122.101) 2014.08.26 12:33:18
조회 1575 추천 28 댓글 9


코러스의 현란한 율동과 어깨짓, 손짓에 시선 강탈 당하고
조명에 눈 멀 뻔한 시간들을 인내하고, 시계를 보고 싶은 유혹을 감내하면
러닝타임 3시간쯤 느껴지는 공연이 겨우 끝나있다.

난 별 장치 없는 단순한 무대 장치는 좋았어
그 단순한 철 구조물이 집도 되고, 하늘을 향해 오르는 계단도 되고,
마음 속 창살도 되었다가 침대가 제단도 되었다가.
의미없던 어떤 물건에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는,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는(혹은 보여줘야 하는) 중의적 연출을 좋아하니까 무대 자체에 불만은 없어

다만 그 무대를 변화시키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조명이라는 도구가 너무 과도했어
그리고 과도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더 부어넣은 과도한 설정들에,
너무 불쾌하고 찜찜했다


블랙먼데이에서 죽어버린 이여, 제안까지는 그냥그냥 넘어감
가디언 엔젤에서는 코러스들의 엄청난 손가락 놀림과 폭발적인 노래들에
마치 콘서트 장에 온 것 같았어.
어떤 개롤이 쓴 것처럼, 더데빌이라는 뮤지컬이 아니라 더데빌 넘버로 구성된 콘서트에 온 기분.
앞에서의 감정이 이어진다기보다 아예 화면 속에 화면 같았달까. 이야기 속의 이야기, 공연 속의 공연.

초반에 x가 왼쪽 계단에서 몸을 드러낼 때는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아
아직은 멀리서 둘을 지켜보는 어떠한 존재, 인 거겠지
신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는.
그리고 그의 존재를 인지할 필요도 없었겠지, 존과 그레첸은 충분히 행복하니까.
사람이 행복할 때는 신을 믿더라도 절박하게 그 존재에 매달리거나 그 존재를 궁금해하지 않으니까.

어떤 예감에서 넌 나의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이란 가사는 창세*에서 따온 듯 하더라
난 종교는 없지만 소싯 적에 여름 성경학교를 좀 다닌 몸이라, 익숙한 느낌이 났음
이는 내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이라, 라는 구절이 있더군
이부분은 서로를 아끼는 둘이라는 의미도 있지만은
신으로부터 파생된 두사람, 그리고 혈족처럼 하나로 이어진 둘이란 의미로도 여겨졌어
나의 누이라는 표현도 그런 의미일까.

ㅈㅁㄱ가 준 가장 큰 힌트는, 이 극을 가장 잘 나타낸다는 그 이름이 아니라
x에서 '시험에 들어도 언약을 기억해'라는 가사일지도 몰라
선택이라는 단어가 미친듯이 나오고 게임이라는 단어도 왕왕 나오지
'방황하는 인간의 숙명'대로 존은 블랙 먼데이라는 시련에 갈곳을 잃고 결국 어둠을 '선택'해
신이 준 시험에서 굴복하고 마는 거지
그리고 존은 검은 옷으로 갈아입어 
(처음 존의 의상은 회색이야 그체렌 역시 검은색과 흰색 두 색이 공존하는 색이고.)

어둠에 물든 존을 보며 그레첸은 공포에 질려
x를 멀리하라고 하지만 x라는 존재를 그레첸이 명확히 알고 있는 것도 좀 이상.
ㅈㅁㄱㅌㅇ을 보면
결국 x라는 존재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고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한 신이라는 존재인데.

1막에서 기함한 건, 다들 같겠지만 엑스와 그레첸의 정사신인데.....
같은 위치에서 벗은 셔츠를 잠그는 존이 등장하는 걸 보면 엑스와 존은 전혀 다른 존재는 아닌듯 해
과거를 회상할 때 존의 회색체크 베스트를 입고 등장하는 엑스를 봐도 그렇고.
이런 과도한 설정이 더 모호하다는 거지.
엑스가 신이나 악마같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 안에 잠재된 어둠과 빛처럼 이렇게 꾸며놓고
결국에는 인간들 사이에 깊숙이 관여한 신이라고 씨부리니까.

송오브송은 인상적이었어
더럽혀진 자신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좌절하는 그레첸에게
나의 신부여 순결한 너는 아무 흠이 없도다 라고 위로하고,
그레첸은 정말 뜨겁게 울어. 멀리서도 끅끅 거림이 느껴질 정도로.
저 여인에게 신은 참으로 잔혹했구나 싶을 정도로.
그래도 뒤늦은 위로로 울고 있는 그레첸을 보니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라는 구절이 생각나더라
그 장면이 어쩐지 그런 이미지였어, 나에게는

그레첸은 전체적으로 광신도의 느낌이라 부담이었고
매드 그레첸은 그 부담스러움의 극치였지
엑소시즘의 온갖 것을 다 때려 넣은 듯한 느낌이랄까
더러운 음.부, 666, 짐승, 지옥의 유황, 거룩한 목소리 등
전에 쓴 적 있지만 아파도 병원 가지 않고 기도하는 광신도를 보는 기분이야

ㄴㅌ신 전에 제단 위에서 흰드레스가 조명으로 인해 밑바닥이 붉게 변한 부분은 좋았어
조명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데 굳이 시각적으로 스트레스 받게 드레스에 피를 직접 묻혀야했을까
이런 부분이 과도하다
왜 공중부양하는지도 의문이고.

결국 서로의 희생으로 시험에 통과한 둘은
(여기에서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친 아브라함 이야기 생각남)
다시 빛으로 돌아오고 7번째 메리 크리스마스를 함께 하지
이때 둘을 바라보는 x의 표정은 온화하고 따뜻하여.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라는 성경 구절이 떠오르더라
마지막에 피와살을 부를 때 x의 흰 셔츠에 미친듯이 반사되는 조명
나 신이에요, 나 신이라구요! 절규하듯 부서지는 흰 조명이
이 과도하게 친절해서 오히려 불친절한 극을 압축해주는 듯 했다


몇 번이나 후기를 쓰려고 창을 켰다 껐는지 셀 수도 없다
불편하고 불쾌하고 답답하고.
보통 공연을 보고 나오면, 우와- 좋았다... 이런 부분은 이런 숨은 뜻이 있었을지도 몰라,
혼자 설레하며 곱씹어 보고는 하는데
더데빌은 감동 여운 웃음 어느 것 하나 없이 해석을 위한 해석에 급급하게 됨
최애배우가 이 덫에 갇혀 있어서 한 번 더 보긴 할거야.
그래서 더 어떻게든 해석을 하려고 애를 쓰는 거겠지

이 극 덕분에 나는, 내가 연뮤를 보는 이유를 돌아보게 되었어
나는 감동이나 재미, 여운 같은 걸 느끼고 현실로부터 잠시 벗어나고자 연뮤를 보는데
이런 찜찜하고 마음을 울리는 여운도 없는 극을 보고 있으려니,
그리고 그걸 보기 위해 억지스러운 것들을 이어서 해석을 위한 해석을 하고 있자니
괜시히 화가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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