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노말 루트는 불살이랑 몰살 엔딩에 묻혀서 그런지 인기가 별로 없는데 난 개인적으로 노말 루트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도 좋았어 특히 플라위랑 싸울 때 여섯 영혼들이 나와서 다같이 체력회복시켜주는 장면은 계속 괴물들만 보다가 처음으로 같은 인간들의 호의를 받는 느낌이라 되게 훈훈했음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게임하면서 얻은 장비들도 대부분 여섯 인간들의 유품이니 난 게임 내내 얘네한테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다가 마지막에서야 이렇게 직접 만나서 도움을 받은 거네.

불살 루트는 괴물들이랑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랑 마지막에 영혼을 구하는 과정에서 얘네 개성이 잘 드러나서 재밌었고 일반 괴물들도 얘를 어떻게 살려야 할까 고민하는 과정이 좀 머리아프긴 했는데 은근히 다양해서 재밌었어.그리고 아스리엘이 결계 부술 때 인간 영혼들 중심으로 괴물 영혼들 퍼지는 게 뭔가 인간과 괴물이 협력해서 둘 사이에 장벽을 부수는 느낌이라 이제 진짜 두 종족이 평화를 이루겠구나 싶었어.제일 좋았던 건 엔딩 보기 전에 괴물들이랑 다시 대화할 때 괴물들 대부분 대사 바뀌어있는 거 보고 진짜 엑스트라 하나하나까지 정성스럽게 만든 게 느껴지더라. 마지막에 플라위가 리셋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데 이것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서 다음 회차에서 노말 엔딩 또 봤다가 내가 이미 본 장면이 똑같이 또 나오니까 지루해져서 마음 단단히 먹고 몰살 뜀

몰살루트는 진행하는데 브금도 음산하게 변하고 캐릭터들도 대부분 대피하는 부분에서 가슴 아프기도 했는데 이미 몰살 진행하기로 마음 굳게 먹어서 중간에 탈선할까 하는 고민은 그다지 안했음 근데 파피루스 죽일 때는 확실히 죄책감 들긴 하더라. 워터폴에서 키드 만났을 때는 자기를 도와준 친구조차 가차없이 공격하는 내 스스로를 보고 LV를 쌓을수록 자신에게서 멀어진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더라. 언다인 각성할 때는 대사가 길어서 솔직히 좀 지루했는데 전투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쫙 올라오면서 진짜 현실에서 싸우는 것처럼 긴장되더라. 3번 죽고 4트에 깼는데 죽으면서 아스고어가 영혼을 흡수할 거라 믿고 웃으면서 죽는데 나중에 아스고어가 허무하게 죽는 거 보고 언다인의 믿음이 진짜 헛됐구나 싶으면서 되게 언다인이 비참해보이더라. 언다인 다음에 메타톤 네오는 워낙 허무하게 죽기도 했고 직전에 싸우는 언다인이랑  직후에 싸우는 샌즈가 너무 임팩트가 강해서 솔직히 그냥 허무하게 죽어서 아쉽다 싶은 느낌밖에 없었어. 대망의 샌즈전에서는 언다인이랑 메타톤이 되게 비장한 태도이던데 비해 샌즈는 여유로운 태도인 게 되게 간지났고 싸우다 보니까 얘가 세이브 로드 능력을 알게 되면서 허무감에 쩔게 되었다는 걸 알고 낙천적인 성격 뒤에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구나 싶어서 되게 충격이었어. 근데 샌즈한테만 수십번씩 죽다 보니까 그런 느낌은 금세 사라지고 얘를 어떻게 이기지?싶은 마음밖에 안 들었고 겨우겨우 깼을 때는 미안하기도 했고 성취감도 들고 되게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어. 차라 나왔을 때는 내가 세계 지우기 거부하니까 피눈물 흘리면서 다가오는 거 보고 얘가 진짜 미친X이구나 싶기도 하고 내가 얘를 이렇게 만든 건가?싶기도 했음.

엔딩 다보고 느낀 감상은 일단 세가지 엔딩이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었고 루트에 따라 캐릭터들 행적이 달라지는 거 보는 재미도 있었어. 내가 왜 이 명작을 한창 유행할 때는 안하고 인기 다 식고 나서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엄청 몰입하면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