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겪은 일을 그냥 편하게 써 봅니다.

와이프가 이웃집에 놀러갔다 와서

그집 카메라로 사진 몇장 찍어보고는 필이 꽃혔는지

갑자기 DSLR을 사자고 조르는 바람에

인터넷에서 검색 좀 하고

캐논 550D를 사러 신도림 테크노마트로 갔습니다.

구매 목표는 캐논 550D 와 번들렌즈, 1.8 단렌즈

렌즈는 초보들이 쓰는 저렴한 기본셋이죠.

매장에서는 패키지로 안산다고 하고

인터넷에서 가격 보고 왔다고 하니까

갑자기 있던 물건도 없다고 하더군요.

안그래도 호구하나 물어볼까 하다가 똥밟았다는 듯이...

그러다 2층 예스몰이라는 곳에서 멈춰 섰습니다.

100만원에 신품으로 다 준다는 겁니다.

예상했던 가격보다는 5~6만원 비싸다고 생각됐지만,

1살짜리 애기 안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는 것도 힘들어서

구매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싸구려 렌즈 사서 뭐하냐고

바디를 1000D로 낮추고 55만원짜리 탐론 17-200 렌즈를 사는게 낫다고 권하는 겁니다.

인터넷에서도 바디보다 렌즈가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봤었기에

그게 맞겠구나 했습니다만,

저는 용도가 집에서 애기 얼굴 찍어주는 거라서

밝은 렌즈가 필요하다고

권해준 렌즈 밝기가 3.6~6.5 라서 좀 어둡지 않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점원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가르쳐 주는양

그건 별 차이 없고 망원도 잘 된다면서 이게 훨씬 좋은 렌즈라고

계속 권해 주는 겁니다.

사람들 가장 많이 찾는 렌즈라고...

와이프도 줌 되는거 보고 솔깃 했는지 괜찮아 보인다더군요.

여기서 실수를 했습니다.

네이버에 최저가 떠 있다면서 55만원 보여주길래

그걸 믿고 돈을 넘겨 줬는데

집에 오면서 밝은 렌즈가 계속 아쉬워서

포장도 안뜯고 컴퓨터에 앉았습니다.

내가 어떤 렌즈를 산건지 궁금해서...

수입원 홈페이지에 가보니까

수입원에서 정가 다 받고 파는게 50만원인 겁니다.

(보통은 수입원 정가보단 싸게 팔죠? 현찰이니까...)

아!! 5만원 바가지 썼구나...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혹시 집에서 사진 찍었을때 어둡게 나오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밤새 고민을 하다가

다음날 테크노 마트로 바로 달려갔습니다.

판매한 점원 왈...

"이미 판매 시리얼 등록을 해 놔서 반품은 안되는데요."

(그런게 있었나요? 왜 삭제가 안되나요?)

왈가왈부 하기 싫었는지 저를 사장님한테 데려 가더이다.

예스몰은 매장이 2개나 있었습니다.

그곳 사장왈...

"한번 판매한 제품은 하자가 없는 이상 고객 변심으로 반품은 절대 없습니다."

사실... 제가 렌즈를 꺼내보거나, 마운트를 해보기라도 했으면

바꿔야 겠다는 생각조차 안했을 겁니다.

매장에서 구매한 상태 그대로 봉투에 싸있는대로 가져온 겁니다.

"손님이 집에가서 어떻게 했는지는 내가 어떻게 믿습니까?"

"이상 있어요? 없으면 절대 반품 안돼요!"

어떻게 보면 상인 입장에서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겠습니다.

원하는 렌즈가 있다고 했더니 바꿔 줄수는 있는데

차액을 16만원 정도 더 달라고 합니다.

제가 구매한 렌즈는 55만원 짜리고,

바꾸고 싶은 렌즈는 탐론 AF17-50mm F2.8  VC(흔들림방지) 렌즈 였습니다.

문제는 사장님이 VC도 없는 구형 모델을 ... 그것도 매장에 전시된 제품을

16만원 더받고 주겠다는 겁니다. (30만원짜리가 71만원 되는 순간입니다!!)

가격을 모르고 갔으면 바꿔 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병행품은 인터넷 실제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

30만원 정도 하더이다.

물론 정품 새 모델은 48만원...그래도 제가 돈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자기네는 수입가가 비싸서 71만원 이하로는 절대 못 맞춘다는 겁니다.

(수입은 수입처 선포토에서 하잖아요?! 게다가 구형 모델 가격이 신형보다 비쌉니까?)

신품 구매하는 입장이라면 절대 얼씬도 안할 상황입니다만,

전 이미 55만원을 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분 나빠도 참았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가격이라고 설명했더니,

매장마다 가격 다른건 당연한 거랍니다.

실랭이를 해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근처에 있는 소비자 보호센터로 갔습니다.

대형마트나 홈쇼핑 같았으면 간단히 해결 될 문제였겠지만,

테크노마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분쟁 조절 해주시는 분이 한분 계셨는데

실제적인 강제력이 없어서

테크노마트 쪽에서 5만원을 매장에 주고

제가 5만원을 손해보는 선에서 타협해서 환불해 주는게 어떻냐고

물어보는 정도가 고작 이었습니다.

신품을 반품해 주는 댓가로 10만원!!

(마운트는 커녕 박스도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저라면 OK!! 했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장은

20만원을 줘도 반품 못해준다는 입장만 고수하는 겁니다.

심지어

"억울하면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해서 해결해라!?"

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나중에는

"전체 물건값의 15%를 자기한테 주면 환불해 주겠다." 고 합니다.

"렌즈값 55만원이 아니라

함께 구입한 카메라 값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겁니다."

어제 총 구매 가격은 139만원 이었습니다.

15%면 20만 8천 500원 입니다.

저는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물건도 하나 못받고

21만원을 날릴 위기에 처해 버렸군요.

여차하면 반품할 생각으로 박스 테이프도 안 뜯은

카메라와 렌즈는 분한 마음을 삭히며

그냥 들고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고 시장에 20만원 정도 손해보고 팔면

그 사장 배불려주는 것보다는 낫겠죠.

더이상 싸우는 것도

그 사람한테 돈 보태 주는 것도 싫어서

그냥 물러나왔습니다만,

이번에 아주 쓰라린 경험을 했습니다.

간단히 요약해서 제가 배운 경험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테크노 마트는 각 매장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다는 것

2. 예스몰은 반품이 전혀 안되는 매장이라는 것

제가 심사숙고하지 못하고 매장 직원한테 속아서 구매한 건 맞지만,

현찰을 넘겨준 이상 제품 그대로 하루만에 들고가도 씨도 안먹히는 팅기기와

호구 잡았으니 돈 좀 더 벌어보겠다고

터무니 없는 교환 조건을 내 건 썩어빠진 상혼!!

저도 나름 사회 생활 오래한 사람입니다만,

물품 구매에 있어서 이렇게 황당한 경험은 처음입니다.

아무리 테크노 마트에서 컨트롤을 못하는 개인 매장이라고 해도

이런식으로 고객 우롱하는 매장이 앞으로 오래 가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