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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마크를 만나다-펄그림모바일에서 작성

너글ㅓ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2.23 02:45:25
조회 3470 추천 12 댓글 6



그 저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저택 외관의 가장 사소한 부분조차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생동감 넘치는 색조로 칠했거나 저택의 주인이 직접 만든, 하나하나가 걸작인 조각상으로 채워져 있었다. 외경심에 휩싸인 나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저택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다 바닥에 깔린 잔디조차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잎이 자로 잰 듯 정확하게 2인치 길이로 깎인 것이다.

Victoria는 자기 아버지가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그를 만나려면 내 행동과 차림새도 가장 완벽해야만 한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다시 한 번 타이를 고쳐 매고, 있지도 않은 셔츠의 주름을 문질러서 펴고, 호흡을 가다듬고 마지막으로 셔츠가 흐트러진 곳은 없나 점검했다. 마침내 완벽히 준비를 갖췄다는 확신이 들자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기까진 정확하게 15초가 걸렸다. 그곳엔 내가 지금껏 본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소녀가 서있었고 어찌나 아름다운지 내가 그녀와 데이트를 할 거란 사실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녀가 입은 분홍색 드레스는 어찌나 짧은지 조금만 움직여도 대형사고가 터질 것 같았고 거기다 재질은 어찌나 얇은지 자세히 보면 속이 비칠 것만 같았다. 잠깐 봤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의식이 몽롱해지고 무릎에 힘이 풀린다.

"안녕 멋쟁이 오빠."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아아! 완벽한 곡선을 그려내는 저 부드럽고 도톰한 입술이 내 심장을 뛰게 만든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난 아직 준비가 덜 끝났는데." 준비가 덜 끝났다고? 지금보다 아름다워진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걸까? 난 그런 아름다움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저기, 지금 아빠가 주방에서 음료를 만들고 있을거야. 기다리고 있으면 자길 위해서도 한 잔 만들어 주실지도?"

더듬거리며 그러겠다고 답한 뒤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날렸다. "오래 걸리진 않는다고 약속할게. 자기한테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래." 말을 끝낸 그녀는 계단을 올라 자기 방으로 향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드레스 가 흔들렸다. 그녀에게서 눈을 떼기란 불가능했고 내 마음 속 가장 수치스런 부분은 그녀가 저 드레스 아래에 뭘 입었는지 보이진 않을까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드레스 길이는 너무나 완벽했고 난 옅은 실망감을 느끼며 홀로 남겨졌다.

"이보게 젊은이! 내가 자네를 볼 수 있게 이리 들어오게!" 아름답지만 강인하고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가 주방에서 들렸다. 난 사이렌의 노래에 이끌린 사람처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주방에 들어갔다. 초조했다.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결국 프라이마크 펄그림 본인을 만나게 되다니!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무릎의 떨림이 멎었고 안도감마저 느꼈다.

내가 주방에 들어서자 모든게 바뀌었다. 완벽함이란 개념을 인간 남자의 형태로 빚어낸 듯한, 신인(god man) 펄그림 본인을 바라본 순간 경외심이 솟구쳤고 내가 원하는게 그인지 그녀의 딸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가 날 쳐다본 순간 그의 눈빛이 내 영혼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내면이 이보다 낱낱이 까발려진 순간이 있을까. 갑자기 그의 아름다운 얼굴이 순수한 혐오로 일그러졌다. 그가 고개를 젓자 스카프에 달린 회색 갈기 장식도 따라서 흔들렸다. "자넨 대체 뭐가 문젠가?" 나는 그가 내뱉은 한 마디에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심장이 떨어져 배 안쪽을 굴러다니는 것 같았고 온몸의 피가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감히 그런 몰골로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자넨 품위라는 걸 모르나?" 그 말에 내가 바지나 뭐 그런 걸 까먹고 안 입었나 재빨리 내 옷차림을 내려다 보았지만 전혀 문제될 차림새가 아니었다.

상황을 이해하지도 짐작하지도 못했지만 애써 저항하진 않았다. 나는 바 옆에 놓인 의자 중 하나를 골라 앉은 뒤 Victoria가 말한 음료가 어딨는지 살폈다. 가득 채운 54개의 술잔이 일렬로 죽 늘어선 걸 봤을 때 내가 느낀 경악을 상상해보라. 난 망설이지 않고 가장 가까운 첫번째 잔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그리고 그토록 빨리 삼켜버린 것을 아직까지 후회하고 있다.) 내 입 안에서 춤을 추는 그 풍미는 완벽하다고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알콜의 쓴 맛과 셀 수 없는 과일의 달콤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입 안에서 춤추자 나는 열대 낙원을 노니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 황홀감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난 다음 잔에 손을 뻗었다. 다시 한 번 그 맛을 느껴야만 한다! 하지만 내 손가락이 잔에 닿은 순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준비 다 끝났어 자기. 이제 가자." 고개를 돌리자 Victoria가 서있었다. 그녀가 뭘 했는진 알 수 없지만 확실히 그녀는 전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아직은 안돼!" 펄그림의 힘이 실린 목소리가 폭발하자 온 집안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곧이어 그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가 주방에 들이닥쳤을 때 그의 손에는 처음 보는 타이가 들려있었다. "여기 이걸 받게 젊은이. 우리 공주님과 식사를 하라 나가면서 그런 꼴을 하게 둘 수는 없지." 난 그가 내민 타이를 살폈고 내 눈엔 똑같은 검정 타이였다. "이거 똑같은 색 아닌-" 날 내려다보는 Victoria와 펄그림의 얼음장 같은 시선에 말을 삼켰다.

"아니야 젊은이. 자네가 여기까지 매고 온 그 행주 조각 같은 타이는 길이 1.5 피트, 너비 1인치에 흑옥색에 면으로 만들었지." 펄그림은 내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새 타이를 내 얼굴 앞에 들이댔다. "그리고 이건, 줄 마노 색이고 길이 1.5피트, 너비는 2인치에 암청색 줄무늬가 있고 재질은 비단이지... 첫 데이트에 이보다 완벽한 타이가 있을까." 그는 내가 맨 타이를 마치 교수대 밧줄인양 벗겨내더니 어느새 완벽한 타이가 내 목에 매여 있었다. "이제 좀 알겠나 젊은이?" "예! 감사합니다!" 침을 꼴깍 삼켰다. "완벽해. 그런데, 이 음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 정말 훌륭했습니다! 지금껏 제가 마신 것 중에 최고였습니다!"

"아니야!!!" 그가 소리 질렀고 난 다시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오렌지를 너무 많이 넣었고 사과는 부족했어. 게다가 포도를 넣었어야 했는데!"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눈 앞의 남자는 가장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던져진 것처럼 보였다.

"아으, 아빠... 계속 해보세요... 결국엔 성공하실 거에요..."

그는 슬픈 표정으로 딸의 얼굴을 올려다보더니 오만한 태도로 손을 내저었다. "하... 또 실패야..." 그가 중얼거렸다.

Victoria가 내 팔에 매달리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갈까?" 희망을 담아 속삭이자 그녀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뵙게 돼서 정말로 영광이었습니다 펄그림 님. 이제 저희는 이만-"

"아직 안돼!" 그가 벌떡 일어나 다시 한 번 날 살피더니, 가마에서 삐친 머리 두 가닥을 뽑고 타이를 고쳐 맸다. 내 차례가 끝나자 그는 딸에게로 몸을 돌리더니 허공에서 꺼낸 것처럼 보이는 핀셋으로 그녀의 오른쪽 눈썹 한 가닥을 뽑고 드레스의 매듭을 바싹 조여서 다시 맸다. 맹세컨대 분홍색 천조각이 터질 듯이 당겨지며 그 안에 갇힌 살덩이에 눌리는 걸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아 침을 꼴깍 삼켰다. Victoria가 윙크를 하기 전에 그녀의 눈에서 짓궂은 기색이 보였다. "완벽해... 이제 가도 좋네..."

Victoria는 최대한 빨리 걸음을 재촉했고 밖에 나오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미안해. 아빠는 사소한 것에도 확고한 기준이 있으시거든. 조금만 더 오래 있었으면 영영 나오지 못했을거야." 난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직까지도 집 안에서 겪은 시련에 동요하고 있었다. "농담이지?! 내 말은, 그 칵테일 만든다고 몇 시간을 고생하셨을텐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몇 \'시간\'이라고? 아, 우리 자기..." 그녀가 내 뺨을 어루만졌다. "아빠는 그 음료를 세 달이나 붙잡고 있었어..."

"뭐?! 빠져나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자기는 상상도 못할거아." 그녀가 낄낄거렸다.





길리먼 번역하신 햄갤러 분이 있는 건 알았는데 이거 올리기 전에 혹시나 해서 프라이마크로 검색해보니 펄그림 편이 있길래 심장 멎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게이로운 자작 소설이더군요.

  확실히 엄근진 컨셉에 딸 비중도 적은 라이온보다는 재밌었습니다. 결혼하고 게이력을 상실했는지 완벽주의자로서의 모습만 패러디 되는군요. 그러고보니 다른 프라이마크의 아내들은 불칸 말고는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사망했다고 밝혀진 건 페러스의 아내 뿐인데 왜 다른 아내들은 안 나오는지. 아 그리고 앙그론 아내는 로타라 사린입니다.

다음 편은 앙그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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