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가 황금옥좌를 봉인한 거대한 문 앞에 섰다. 그의 뒤에는 형형색색의 배신자 군단들과 각양각색의 악마, 그리고 필멸자들의 피가 강을 이루고 있었다. 아바돈이 시체 황제를 알현하러 가는 길에 용감하게도 수많은 필멸자 신도들과 순례자들이 황궁 수비병 잔당들과 함께 그 앞을 막아섰지만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고 그들의 곤죽이 된 몸뚱아리와 피는 황궁 입구에서부터 황금옥좌에 이르는 문까지 황금으로 도금된 계단에 붉은 환영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것들은 마법사들에 의해 끊임없이 워프의 존재들을 소환하는 의식의 재료가 되고 있었다.

"못난 아비시여, 그대의 아드님이 해냈소. 당신이 모든 어둠의 신들께 축복을 받고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말이오.." 아바돈이 중얼거리며 드라크니옌을 황금옥좌의 문에 꽂아넣었다. 문을 보호하는 싸이킥의 푸른 방어막이 현실은 물론 워프조차 갈라버릴 수 있는 그 저주받은 칼날에 잠시 저항했지만 이내 사라져 버렸고 이후에는 마치 두부를 찌르듯 황금문에 들어갔다. 아바돈은 애검의 길이가 문의 두께보다 길다는 것을 알고 만족을 느꼈다.

하지만 기계교의 작품은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이 안에서부터 닫히는 듯한 소리가 났고 몇 번 더 반복되었다. 아바돈은 신경질적으로 검을 빼내고는 자신을 따르는 카오스의 군세에게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 그것을 신호로 악마들과 배신자 군단이 그 어떤 물질도, 그 어떤 존재도 견디기 힘들만한 화력을 황금문에 쏟아내었다. 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임페리얼 피스트가 영원히 뚫리지 않으리라고 장담한 영원의 문도 부숴버렸던 화력이었다.

내부는 또 다른 거대한 홀이었다. 족히 아스타르테스 2개 군단은 들어갈 수 있을듯한 넓이였고 모든 벽면에는 기계장치로 가득했다. 그리고 천장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열려 있었다. 테라의 궤도에서 본 황금탑이 이곳이었군이라고 아바돈은 생각했다. 반대편에는 기계교의 상징과 아퀼라가 그려진 황금 성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성벽 위에는 황금빛과 은빛 아머를 입은 기사들을 비롯해 공성전에서 살아남은 마린과 전투수녀, 이곳이 지어질 때부터 영구히 배치되어있었던 4기의 타이탄과 전쟁기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쿠스토데스가 여기 있는 것을 보니 이것은 최후의 방어선이다. 분명 시체 황제가 그 너머에 있으리라. 아바돈은 쿠스토데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개다. 여러 프라이마크와 형제들이 황제에게 무릎을 꿇던 날, 그와 함께 선 놈들이 우리를 비웃는 것을 보았다. 못난 아비가 실패하던 날, 황제와 함께 도함한 놈들이 형제들을 참살하는 것을 보았다. 아바돈은 언제나 그렇듯이 또다른 복수의 순간이 찾아왔음을 알았고 희열에 차 마지막 공격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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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커스토디안 가드와 그레이 나이트, 마린, 전투수녀가 아바돈의 자비를 입어 생포되었다. 그 넷의 아머는 벗겨져 알몸이 되었고 사지는 잘려나갔다. 커스토디안 가드의 몸통에는 코른의 표식이, 그레이 나이트에게는 젠취의 표식이, 마린에게는 너글의 표식이, 전투수녀에게는 슬라네쉬의 표식이 새겨졌다. 악마들이 그들을 워프의 사슬로 속박해 시체 황제가 보이는 높은 곳에 매달았다. 황금옥좌에 모인 마지막 방어군은 사흘동안 자신들 숫자의 10배가 넘는 악마와 배신자 군단원들을 도륙했으나 끊임없이 쏟아지는 공격에 끝내 전열이 붕괴되었다. 그러나 개개인이 발휘하는 초인적인 능력에 이들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는데 또 사흘이 꼬박 걸렸다. 

테라의 모든 저항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배신자의 함선들이 속속 테라의 궤도에 모여들었고 악마들은 지표를 물들이고 있었다. 그들은 아바돈의 즉위를 고대하고 있었다. 아바돈이 온갖 사악하고 더러운 것들의 호위를 받으며 옥좌로 향했다. 드디어 그의 눈에 시체 황제가 보였다. 그 곁에는 하이로드들과 그 수행원들이 공포에 떨고 있었다. 황제의 육체는 이미 옥좌에서 내려져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가련하게도 하이로드들이 황제가 부활하지 않을까 해서 절박함에 한 짓일 것이라 짐작했다. 아바돈은 눈짓으로 쓸모없는 수행원들의 살가죽을 벗겼다. 에버츄즌으로서의 그의 권능으로는 필멸자들이 개미를 죽이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몇몇 하급 악마들이 피칠갑이 되어 몸을 뒤트는 그들을 워프로 끌고 갔다. 남겨진 하이로드 6명도 사지를 잘라 워프 사슬로 묶어 높은 곳에 매달았다. 늙을 대로 늙은 그들은 엄청난 공포에 짓눌려 혼절할만 했지만 슬라네쉬의 축복이 깃든 각성약물이 이들의 정신과 감각을 생애 어느 때보다도 맑게 만들고 있었다. 이 10인은 테라의 대표로서 위대한 에제카일 아바돈 더 디스포일러가 인류제국의 제위를 찬탈하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면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영원히 반복해서 떠들도록 저주가 내릴 예정이었다.

아바돈은 황제의 시체를 다시 옥좌에 앉게 하도록 한 다음 한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 말라 비틀어진 살가죽과 뼈만 남았지만 그마저도 위엄이 서렸고 또 그의 선 키높이와 맞먹었다. 해골 주변에서는 여전히 희미하지만 선명한 아우라가 감돌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황제를 보았을 때 이 휘광은 너무나도 눈부셨었다. 그런 황제 앞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는 것 밖에 없었다. 아바돈이 황제를 향해 오른손을 들었다가 이내 멈칫하고는 씨익 웃었다. 워프 역사에도 길이 남을 업적이 자신의 못난 아비에게 조금이라도 돌아가선 안되었다. 아바돈은 호루스의 발톱을 내팽개쳐버리고 드라크니옌을 쥔 왼손을 들어올렸다. 사악한 미소가 그의 만면에 번졌다. 지난 수 만년 간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해왔던가? 나는 거짓된 시체 황제와 그가 남긴 압제와 속박에서 인류를 구원하였다. 앞으로 인류에게는 능력껏 자유롭게 카오스의 신들을 기쁘게하며 진화하며 영생할 수 있는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그 신세계의 영원한 황제는 바로 내가 될 것이다.. 드라크니옌이 현실을 찢는 끔찍한 소리를 내며 공간을 갈랐다. 마침내 칼날이 거짓 황제의 육신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