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샐러맨더 단편] 헌신의 무게-06

고등어(115.23) 2016.10.26 23:27:51
조회 6571 추천 85 댓글 36
														


viewimage.php?id=3abcc22ee4df35a37c&no=29bcc427b28077a16fb3dab004c86b6f2de39bc5b73a49ebe83222741e9bfa9c38469c79cfe129da939854c0806cb28f383ff350f20513d48ca2c0203914d0





드디어 끝이 보인다. 


이번화의 브금은 나우시카.


************************************************************


테크마린의 보고가 정확했는지, 후미카-2의 햇살은 행성에 내려와서 처음 보이는 색깔로 바뀌고 있었다. 보랏빛 섞인 주홍빛, 어떻게 보면 테라의 석양처럼 보이는 녹아내리는듯한 빛깔. 일식이 가까이오고 있었다. 일 년에 한번 있다는 석양빛깔 속에서, 테크마린의 서보암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이윽고 그것은 드레드노트를 휘감고 있던 마지막 뿌리를 잘라내었다. 드레드노트의 슬릿 안에서 녹색등이 느리게 깜박거렸다. 저 점등은 무엇을 표현하는 점등일까. 바르텔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만 년째 홀로 앉아계신 폐하가 아니신 바에야 누가 천칠백 년을 한자리에 못박혀있던 자의 심정을 이해할까.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선조시여.”


‘녹색 거인의 나무’의 밑동에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없던 구멍이 크게 뚫려있었다. 한때 바스통이 세상과 단절되어 묻혀있던 나무뿌리 동굴은 이제 크게 구멍이 뚫려, 석양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 빛은 바스통의 육체에 쌓인 먼지와 흙무더기와 들꽃을 남김없이 비추어 드러냈다. 녹슨 금속 육체 위로 돋아난 버섯들이 석양 속에서 부서지는 포자들을 뿜고 있었고 잡초들은 미풍에 까불거리며 흔들렸다. 그것들은 아름다웠다. 바르텔로와 테크마린을 제외한 샐러맨더들은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바스통이 천칠 백 년 동안 지켜봐왔던 작은 왕국을 밟아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들은 가만히 선조가 말을 하길 기다렸다. 바스통은 느릿하게 말을 시작했다.


[오랜 세월동안…. 기다려왔다. 지켜보았다. 이 땅의 흙에 잠들고, 이 땅의 비에 깨어났고, 이 땅의 바람을 받으며 숨 쉬었노라. 권태가 내 잃어버린 발목을 휘감아도 그것들은 언제나 아름다웠노라. 미물들이 세우는 왕국이 흥하고 멸하고 다시 세워지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 그것이 수십 만 번을 반복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 가끔 달이 그립고 별들 사이의 진공이 떠오를 때는 있어도, 바란다고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노라. 그리하여 나는 기다렸다. 들꽃이 지는 것을, 들꽃이 피는 것을 수십 만 번 보며 기다렸노라.]


샐러맨더들은 엄숙히 고개를 숙였다. 이천년 만에 전장에 돌아가는 선조가 시작하는 복귀사였다. 드레드노트의 말은 한참 뒤에야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기다림이 끝났구나, 후손들아.]


“바스통 형제의 복귀를 도울 수 있어 영광된 일입니다.”


바르텔로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숙였다. 드레드노트는 잠시의 침묵 후에, 기계음에도 불구하고 명백히 주저하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동력을 공급해 줄 수 있겠느냐? 약간이라도 좋도다. 이 땅을 한번만 더 걸어보고 싶구나.]


예상치 못한 요구였다. 바르텔로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테크마린이 끼어들었다.


“존경하옵는 선조시여, 유감스럽지만 선조의 육체는 동력을 공급한다고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줄 아뢰옵니다. 지금 궤도상으로 크루저가 이동 중이오니, 거기서 정밀한 검사가 선행되어야….”


[여기서 조치하거라.]


드레드노트의 기계음은 명령조는 아니었다. 그것은 나이 먹은 퇴역병이 곤란해 하는 모병관에게 억지로 쥐어주는 입대신청서와도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그런 종류의 억지는, 젊은이들이(물론 상대적인 의미지만)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테크마린, 바스통형제의 융합로와 프로메슘 연소장치를 수리하도록 하게. 자네의 실력이라면 일시적으로나마 동력을 공급할 수 있을 걸세.”


테크마린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바르텔로 형제, 진심이십니까?”


“선조의 말씀을 듣게나. 아직 크루저선이 올 때까지 시간은 남았지 않나.” 


바르텔로는 헬멧 안의 통신장치를 조작해, 테크마린에게만 수신이 가도록 주파수를 바꿔 속삭였다.


“테크마린, 자네의 걱정은 이해하네만 나는 바스통 형제가 이단이라고 믿지 않네. 나는 이천년의 기다림을 이겨낸 형제를 존중하고 싶네. 고작 한 시간일지라도 이 분께 자유를 드리고 싶단 말일세.”


테크마린은 잠시 고민하는 눈치더니, 머리 대신 서보암을 끄덕거렸다. 그도 아스타르테스고, 해아릴 수 없는 세월을 견뎌온 선조에게 존경심을 품고있었으리라.

 

“알겠습니다, 바르텔로 형제.”


복귀 준비에 여념이 없던 스카웃 마린 중 몇을 골라 데려가는 테크마린을 바라보던 바르텔로에게, 드레드노트의 느릿한 기계음이 날아왔다. 언제나처럼의 정신 나간 헛소리나 호통이 아니라, 단조롭지만 진심어린 말투였다.


[고맙구나, 후손이여.]


“별 말씀을. 존경하시는 선조시여. 테크마린을 믿으십시오. 곧 걷게 되실 겁니다.”


드레드노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천칠백년의 세월을 건너 마침내 만난 선조와 후손은 나란히 석양을 바라보았다.


바르텔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드레드노트는 석양을 보고 있지 않았다. 바스통은 침묵 속에서 자신의 파워피스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저 성실한 후손들이 알면 얼마나 경악할까요, 폐하. 제가 동력을 요구한 이유를 알게 된다면. 그 이유가 제 손안에 쥐어져있는 것을 안다면. 오오, 폐하. 저는 얼마나 미약하고 위선적인 것이나이까.


이제 천칠백년 동안의 유혹을 끝낼 시간이 이제 왔나이다. 그게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말이지요. 끔찍한 권태와 욕구 속에서 끝없이 들려오던, 손 안에 쥔 심장이 지껄이던 유혹 말입니다.


몸을 주겠노라. 다리를 주겠노라. 팔을 주겠노라. 눈과 귀와 코와 혀를 주겠노라. 바람을 다시 맞을 수 있도록, 꽃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보고 듣고 노래할 수 있도록…. 오, 폐하. 부디 저를 용서하지 마시옵소서. 그건 너무나 유혹적이었나이다.  


악마는 언제서부턴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천년전? 오백년전? 모르겠나이다, 그 간특한 것이 속삭이는 사악한 사탕발림을 듣지 않게된 것은.

아마도 그것은 이미 죽어버린 상태일지도 모르지요. 혹은 그렇게 믿길 바라며 천년이 넘는 세월을 기만 중인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천칠백년전의 전투에서 끝내 쥐어 터뜨리지 못했던 심장은 아직도 제 손 안에 쥐어져있나이다. 풀려나는 순간 즉시 그것은 제 몸을 차지하고, 자신이 태어난 불결한 워프로 돌아가기 위해 난동을 피울지도 모르지요. 그럴 목적으로 그것은 끝없이 이 바스통에게 주먹을 풀라고, 함께 살아가자고 유혹을 해온 것 아니겠습니까? 잃어버린 육체를 다시 안겨주겠다는 사탕발림을 하며. 그것을 멈추는 방법은 간단했나이다. 그대로 손에 힘을 주어 심장을 쥐어짜, 그 역겨운 악마를 완전히 끝장내면 될 일이었단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국 그러지 못했나이다. 동력이 떨어져,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될 때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했나이다. 그리하여 초원 한가운데 주저앉아, 한 알의 씨앗이 언덕보다도 거대한 거목이 될 때까지 그저 앉아만 있었습니다.


긴 세월.


긴 유혹.


긴 불경.


저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침묵 속에서 동력이 끊긴 주먹을 내려다봅니다. 동력이 공급되는 순간, 제가 주먹을 꽉 쥐어 심장을 부숴버릴지, 혹은 펴버릴 지는, 저 스스로도 알지 못했나이다.


예, 고해하겠나이다. 저는 흔들렸나이다. 천칠백년을 흔들거리며 있었나이다. 그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계속 나약하게 흔들렸나이다. 형제들을 속이면서 기다렸나이다. 그들이 제게 동력을 공급해 줄 시간을, 움켜쥐었던 심장을 풀어줄 시간을….


그러나 옥좌에 계신 폐하, 그리고 아버지 불칸이시여.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 그 아이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나이다.

그 아이가 그린 당신께서는 얼마나 아름다우시던지요. 이 먼지낀 눈에, 타버린 시신경에, 당신께서는…. 기다림의 마지막 순간에 제게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이제 유혹을 떨칠 각오가 섰나이다. 한점 부끄러움 없이 당신께 돌아가겠나이다.


=============================================================================


하늘을 살라먹던 석양이 이내 급속히 검푸르게 바뀌어간다. 후미카-2에 끝없는 여름을 가져다주던 쌍둥이 항성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서로에게 덮어씌웠다. 검은 원과 밝은 원의 만남. 양털처럼 번져나가는 코로나. 이윽고 어둠이 찾아온다. 도둑처럼 찾아온다. 녹주석의 빛에서 빠르게 남보랏빛. 그리고 이내 검은 색으로. 후미카-2는 이제 어둠의 행성이다.


추수제의 날이 왔다.


촛불들이 피어오른다. 아직 열기가 남아 후끈거리는 대지지만, 이내 곧 식을 것이기에 화톳불과 횃불들도 피어오른다. 행성 전역에서 노란, 붉은 빛들이 은하수처럼 점점히 피어오른다. 그리고 연들이 떠오른다. 제각기 그림을 세긴, 무수한 사연을 간직한 연들을 날린다. 풍요를 바라며 어린 아이들이 그린 연이, 수십년째 사용하는 손때묻은 연이, 그리고 별들 너머에서 찾아온 죽음의 천사들을 그린 총독의 연이 떠오른다. 연의 아래에 달린 랜턴들이 별들보다 밝게, 태양보다는 점잖게 까불거린다.


얼레를 풀며, 후미카-2의 유일한 리멤브란서, 총독의 딸, 그리고 추수제의 주인공이 노래를 부른다. 구슬과 금실, 장식이 수놓아진 성장이 아름답다. 평소의 가벼운 몸가짐은 어디에도 없이, 눈을 단아하게 감고 깨끗한 입술과 이를 열어 노래한다.


테라에 계신 분이여, 옥좌에 계신 분이여

그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는도다


제국의 성가. 후미카-2의 수확에 대한 감사. 저 먼 테라에서 빛나는 황제를 위한 노래.


갑옷을 입고 우리 앞에 서신 분

창검을 만들고 용광로를 두드리시는 분

천사들을 만들어 벼려내시니라

그분은 병마에 굴하지 않으시니라

기만에 속지 않으시니라

파괴에 사로잡히지 않으시니라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실지니

슬픔으로 기쁨으로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카데는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으로 둥글게 모인 농민들은 하이고딕으로 씌어진 기도문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한없는 존경심 속에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이윽고 성가가 끝나자, 카데는 조용히 미소 짓곤 얼레를 풀어 땅에 내려놓았다.


“영원한 여름을 우리 땅에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폐하.”


추수제가 시작되었다. 가벼운 웃음소리, 낮은 환호. 추수제는 그리 시끄러운 축제는 아니다. 애초에 어둠 속에서 이루어지는 축제다. 보다 화려하고 경건한 축제는 황제승천일에 제대로 치러질 것이다. 성 주변에 운집해있던 수만명의 농부들은 낮게 웃고 떠들면서 오늘을 위해 만들어둔 음식들을 즐겼다. 화톳불 주변에 빙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그들은 행복했다. 춤을 추는 아낙네들, 마구잡이로 달리며 이리저리 부딪치는 아이들이 행복하다. 개중에는 난생 처음으로 밤을 본 신생아도 있다. 생전 처음 보는 어둠을 행해 내미는 고사리 같은 손이 행복하다. 카데는 빙긋 웃으면서 연단에 걸터앉는다. 아아, 나도 저렇게 행복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소박한 것에 소박하게 행복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씨, 아씨! 이번 성가도 정말 멋졌어요!”


“아, 고마워. 너희들도 멋지네.”


호들갑을 떠는 하녀들이 다가와 카데는 웃어준다. 하녀들도 오늘은 잘생긴 농부 청년을 하나씩 낚을 작정인지 제법 옷을 신경 써서 입고 온 모양이다. 하녀 중의 하나가 들뜬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카데의 손을 잡았다.


“총독께서 장로들을 데리고 연회를 배푸신다는데 가실건가요?”


“응? 글쎄, 어쩔까.”


썩 내키지 않는 제안이다. 술고래 아빠의 술주정에 어울려줄 생각 따위는 없다. 깊은 눈동자를 가진 소작농 장로들은 좋은 그림 모델이긴 하지만, 어차피 날씨가 이래서야 그들을 그릴수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연회니까 어차피 그림 도구도 못가져갈테고. 카데가 망설이는 동안, 하녀들은 춤을 청해 온 남자들의 무리를 만나 저쪽으로 가버렸다. 홀로 남은 카데는 하늘에 떠 있는 연줄을 손가락으로 튕기면서 입술을 삐죽 내민다.


아스타르테스님들은 지금쯤 떠났겠지. 저 초원 너머, 지평선 너머, 나무를 잘라내고, 그 안에 있던 강철의 거인을 깨워, 강철의 배를 타고 다시 하늘로 돌아갔겠지.


“어, 카데 아씨 아닙니까?”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카데에게, 연단 아래에서 흙먼지가 묻은 목소리가 날아왔다. 고개를 내밀어보니, 아스타르테스들의 작업을 도와주던 늙은 소작농이 육족마를 끌고 나와있다. 자세히 보니, 그 뒤로도 젊은 장정들이 여럿, 등에 음식 바구니와 술동이들을 매고 서 있었다. 어디 다른 곳에 가서 따로 연회를 열려는걸까.


“왜 혼자 계십디까?”


“할 게 없어서. 노래도 다 불렀는걸, 뭐.”


“축제를 즐기시지 않구….”


“나야말로 묻고 싶은 말인데. 다들 어디가?”


“아, 천사님들게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그럽디다. 소박한 먹거리라도 좀 챙겨드리고 싶어서….”


카데가 놀란 얼굴을 한다. 저것들을 아스타르테스들에게 준다고? 처음에는 먼치서 보기만 해도 도망가던 소작농들이?


“어, 아스타르테스 님들에게? 왜?”


“도움을 받은 게 좀 있어서…. 그, 뭐냐, 한스 녀석? 너였지? 그록스를 도랑에 빠뜨렸다가 천사님들이 건져주신게?”


“네, 접니다, 어르신.”


“저두 비슷하게 도움 받은 적이 있읍죠. 그, 그룩스 새끼가 도망을 갔는데, 천사 중의 한분이 날아다니는 마차로 찾아주셨답니다.”


“저두 같이 있었습지요. 우물을 파 주셨습디다. 일주일은 걸릴 일을 한시간만에 해주시덥디다. 어찌나 힘이 장사신지.”


카데는 웃었다. 샐러맨더들은 그런 일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교대로 작업하던 아스타르테스 중 일부는 그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을 소작농들을 돕는데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미 떠나시지 않았을까?”


“아닙니다, 카데 아씨. 좀 전에 한스 녀석이 이웃마을에 다녀오던 길에 봤답니다. 녹색 거인의 거목 주변이 대낮처럼 환하고, 천사님들은 아직 머물러 계신답니다. 그래서 쉰네들은 얼른 찾아가서 인사라도 좀 드리려고…. 허락해주시려나요?”


조심스럽게 묻던 늙은 소작농은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얼래를 쥐고 연단에서 뛰어내리는 카데 때문에 경악했다. 카데는 씩 웃고는 예복의 무거운 장식들을 몇 개 때어내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놨다. 이내 팔까지 걷어붙이고는 그녀는 몸을 이리저리 풀었다. 마치 어딘가로 당장 달려가기라도 할 것처럼.


“흠, 그러고 보니 나도 같이 가야될 거 같은데?”


“네?”


“나, 아스타르테스님들에게 그림 그려준 거 있거든. 생각해보니 그거 그려준 값을 다 못 받았어.”


소작농들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는 사이 카데는 가벼워진 몸으로 육족마 위에 올라탔다. 리멤브란서는 웃음을 띠고 후미카-2의 밤 사이로 달렸다.


=============================================================================


아스타르테스에게 어둠은 장막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후미카-2의 어둠은 그렇게 짙지도 않았다. 별다른 산업시설이 없는 아그리월드의 대기는 맑았고, 별빛이 어찌나 찬란히 쏟아지는지 폭포수 같았다. 덧붙여서 스카웃 마린들은 가져왔지만 쓸 일이 없었던 조명탄들을 사방에 뿌려놓고 있어, 테크마린의 응급수리는 일식에도 별 지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거목에 비치는 조명탄의 빛들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융합로에 신성한 오일을 바르고 연료를 주입한다. 끊어진 전선을 잊고 파이프를 교체하고 벌어진 틈을 때운다. 서보암들이 피어 올리는 마그네슘 불꽃이 지상에 수십개의 별들을 수놓는다. 풀벌레보다도 빨리 생명을 소모해버리는, 그렇기에 아름다운 불꽃들을.


드레드노트 바스통은 천칠백년동안 쌓아온 세월을 단 몇시간만에 날려보내고 있었다. 묵묵히 앉아 테크마린에게 몸을 맡긴 바스통은 침묵에 잠겨있었다. 그의 눈은 앞에 놓인 이젤에 걸린 황제의 초상을 향해 있을 뿐이었고, 이리 저리 오가며 작업을 진행하는 테크마린과 경계를 서고있는 초병들을 제외한 다른 샐러맨더들은 경건한 자세로 원을 그리며 서있었다. 


“존경하는 선조시여, 응급수리는 끝났나이다. 이제 동력을 재가동하겠나이다.”


[내 억지를 들어줘서 고맙구나, 테크마린.]


“제 의무이옵나이다.”


테크마린이 서보암에 스파크를 일으켜 동력계를 다시 회생시키려고 했을 때였다. 스카웃 마린 중 하나가 전체 회신으로 샐러맨더들에게 통신을 걸어왔다.


“스카웃 버네칸이 보고합니다.”


“보고하라, 버네칸 형제.”


거목의 등치에서 우두커니서서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중대장이 응답했다. 테크마린은 잠시 손을 멈추었다. 신병 버네칸이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지평선에 광원들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샐러맨더들은 잠시 경계를 멈추고 도시 방향을 보았다. 신병의 보고대로, 별들이라 하기엔 조금 낮은 위치, 그러나 가로등이라기엔 높은 위치에서 빛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지평성을 가득 매울 정도의 숫자의 광원들이 조금씩 흔들거리며, 일렁인다. 낮은 목소리로 의아함을 나누는 샐러맨더들 사이에서 묵직한 기계음이 울렸다.


[연이다.]


“연이라 하셨습니까, 선조시여?”


[이 별의 풍습이노라. 일년에 한번, 이 별의 주민들은 연에 불빛을 달아 올리노라.]


“그렇습니까?”


테크마린은 별일 아니었다는 듯 고갤 끄덕이고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때 바스통이 말을 이었다.


[천칠백년동안 천칠백번을 보아온 불빛이로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름답구나.]


선조께서 보시는 마지막 불빛이겠지요. 테크마린은 속으로 안타깝게 중얼거리며 서보암을 마저 움직였다. 스파크가 튀었다. 드레드노트의 동력부는 한순간 새파랗게 달아오르다, 이내 밤을 불사르는 거센 화염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먼지와 흙더미, 낙엽조각과 이천년의 세월을 불태우며 배기구에서 불똥들이 타닥거리며 튀었다. 샐러맨더들은 녹턴의 화산을 연상시키는 그 장면을 보며 잠시 숨을 삼켰다. 이천년만에 선조가 다시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 테라의 어느 미래를 연상시키는 가슴 아린 광경이었다. 그분께서도, 언젠가는 옥좌에서 다시 저렇게 일어나실 수 있을까.

샐러맨더들이 다가오는 일행을 눈치 챈 것은 그 광경 때문일까, 평소보다 조금 늦은 일이었다.


“신병 버네칸이 보고합니다. 광원 중 일부가 이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


소작농들과 함께 육족마를 타고 온 카데는 조명탄 덕분에 대낮처럼 밝은 ‘녹색 거인의 거목’을 보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새하얀 프로메슘-마그네슘 조명은 순백색의 빛을 하늘로 쏘아올리며 불타고 있었고, 그 중에 몇 개는 거목에 걸려있어 마치 불타는 열매가 열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원형으로 진을 친 거인들이 서 있었다. 중앙에는, 등 뒤의 엔진에서 불을 피워올리는 드레드노트가 있었다. 카데의 얼굴이 기쁨으로 가득찼다.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신걸까, 바스통님은.


리멤브란서는 가볍게 육족마의 등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 동작에 놀란 소작농들이 말리려 들었지만, 카데는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풀잎이 그녀의 발을 스치우고 놀란 빛벌레들이 날아오르고 개구리기 끽끽거렸다.


그리고, 기다려왔던 누군가가 웃었다.


=============================================================================


전원이 들어와, 다시 색적기능이 가동된 바스통은 달려오는 리멤브란서를 식별할 수 있었다. 아직 몸 전체에 동력이 돌질 않아,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바스통은 다시 한번 갈망을 느꼈다. 달려오는 저 처녀를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면…. 맨 손으로 저 리멤브란서의 그림을 들어올릴 수 있다면…. 맨 발로 이 대지를 함께 거닐며 마지막으로 얘기할 수 있다면…. 

바스통의 파워피스트에 마침내 동력이 돌아왔다. 바스통은 리멤브란서에게서 짧게 눈을 돌려 그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그저 손을 펴기만 하는 단순한 동작. 샐러맨더들은 눈치채지 못하리라. 그러나 마지막 순간, 바스통은 이젤에 놓인 처녀의 그림과, 달려오는 리멤브란서를 한번씩 돌아보았다. 그림 안의 황제는, 그저 조용한 눈으로 바스통을 보고 있었다. 달려오는 리멤브란서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것을 지키고 싶었다.


바스통은 있는 힘껏 파워피스트를 가동해 쥐어올렸다. 관절 사이에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불똥이 뛸 정도로, 그 안에 쥐어진 것이 불칸께서 제련한 아다만티움이라 할지라도 뭉그러져 으깨질 정도로 강하게. 


놀란 테크마린이 급히 제지해왔다.


“선조시여, 왜 그러시나이까?”


바스통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천칠백년만에 가동한 자신의 무구를 한참 내려다보다, 천천히 펴올렸다. 다음 순간 바스통은 기계몸체까지 떨릴 정도로 숨을 삼켰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쥐어짜진 악마의 심장 파편도, 역겹게 흐르는 워프에너지도 없었다. 바스통은 테크마린조차 신경 쓰지 않고 파워피스트를 들여다보았다. 어찌된 것일까, 수백년동안 그에게 유혹을 속삭이던 심장은 온데간데 없었다. 설마 숨이 끊어져 사라진 것일까? 그놈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아마테리움의 세계로 돌아간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환상이었나? 그 많은 유혹들은 전부 나 자신의 미욱함이 만들어낸 미련이었나?


바스통은 천천히 주먹을 다시 쥐곤, 밑으로 늘어뜨렸다.


[무장을 확인했노라, 테크마린. 훌륭하다. 작동에 지장이 없구나.]


뭐라 말하기 힘든 허무함과, 동시에 해방감 속에서, 바스통은 천천히 발을 내딛어보았다. 너무도 오랜만의 보행. 발 아래에서 뭉그러지는 흙과 풀더미들이 너무도 낯설다. 바스통은 조심스럽게 발을 딛었다. 그러나 충분히 주의하지는 못했던 것일까, 금속 발톱 중 하나가 결국 흰개미의 첨탑 하나를 무너뜨리고 만다. 놀란 바스통은 뒤뚱거리며 발을 옮기려고 한다.


“아, 안돼요, 바스통님! 움직이지 마세요!”


짜랑짜랑한 처녀의 목소리가 드레드노트를 멈춘다. 바스통은 한쪽 발을 들어올린 어정쩡한 자세로 헐떡거리며 손을 무릎에 짚은 처녀를 보았다. 열에 달아오른, 그러나 웃음기 가득한 활달한 얼굴이다. 그녀가 씩 웃으며 숨을 가다듬곤 바스통의 발 아래를 가리켰다.


“거기, 검은 개미 7번 농장이잖아요?”


바스통은 한참이나 침묵을 유지하다, 천천히 발을 안전한 곳에 내려놓았다. 낮은 쿵 소리가 가라앉자, 드레드노트가 입을 열었다.


[여기는 12번 농경지로다. 미욱한 것.]


카데는 픽 웃었다. 그녀의 손에는 얼레가 쥐어져 있었고, 그 얼레에 묶인 연은 하늘에서 나부끼면서 아스타르테스와 리멤브란서, 그리고 소작농들에게 맑은 빛을 내리쬐고 있었다.


“어머. 사실 아무렇게나 대충 말해본건데.”


심퉁스런 기계음. 이젠 익숙한 그 기계음이 벌써부터 그리워 질 거라고 생각하며, 카데는 양 팔을 벌렸다.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신 걸 축하드려요.”


=============================================================================


술병이 돈다. 진흙으로 빚어 햇볕에 굳힌 토기에선 흙향기가 난다. 후미카-2의 향기다. 샐러맨더들은 자신들의 가슴께나 올까한 농민들이 공손히 내미는 바구니들을 받아들곤 고개를 엄숙히 숙여보인다. 질박한 음식, 소박한 술. 그러나 풍만한 만족.


“러스의 자식들이라도 된 것 같군.”


버네칸은 작게 웃으며 받아 든 음식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작전 중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음주는 말도 안 돼는 일이지만 그는 술병을 들이키는 신병들을 말리지 않았다. 제노스의 독조차도 몇분 안에 해독해버리는 아스타르테스의 간 기능을 생각하면, 정말로 스페이스 울프들의 독주라도 되지 않는 한 취한 기분조차 내기도 힘들다. 신병들에게 음주와 휴식을 허락한 까닭은 여기까지 선물을 가져온 소작농들을 무안하게 만들기 싫어서였지, 딱히 태만을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즐겁다는 사실은 바르텔로로서도 부정하기 힘든 일이었다. 어둠이 깔린 초원에서의 소박한 식사라. 스카웃들은 소작농들과 농부 처녀들에게 둘러쌓여 조용히 이야기를 하고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녹턴의 이야기리라. 이곳에 비하면 지옥에 가까운 녹턴의 험악한 자연환경을 들은 농민들의 얼굴이 경외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테크마린, 크루저는? 예상보다 늦는 것 같군.”


“중대장 바르텔로 형제, 유감스럽습니다만 교신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일식중에 발생한 코로나 현상이 원인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한가? 그럼 조금 더 기다리도록 하지. 유감이로군.”


테크마린은 조금도 유감처럼 느껴지지 않는 중대장의 말투를 지적하려다, 금세 그만두었다. 그의 서보암을 보며 감탄하는 소작농들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는 눈을 빛내는 소년도 있어, 테크마린 펠메오는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소년이 손을 뻗자 테크마린은 어쩔 수 없이 서보암을 내밀어보였다. 작은 경탄. 그리고 작은 평온함.


그 모습을 보며 헬멧 속에서 웃던 바르텔로는 문득 이번 작전의 목표를 떠올렸다. 드레드노트는 조금 삐꺽이는 동작으로 리멤브란서와 함께 거닐고 있었다. 밤의 초원 속에서 달아오른 엔진이 잘 보였다. 그들은 아치처럼 꺾인 녹색 거인의 거목 위를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


“테라는 어떤 곳인가요?”


드레드노트의 짤막한 팔다리는 등산(정확히 말하면 등목이지만)에 적합하지 않아, 바스통은 한참을 버둥거린 뒤에야 간신히 기다리고 있던 카데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러지는 않았을텐데, 라고 투덜거리느라 바스통의 대답은 언제나처럼 조금 늦었다.


[영광에 찬 별이로다.]


“폐하께서 계신 곳이니까 당연하네요. 그럼 녹턴은 어떤 곳인가요?”


카데는 거목의 그루터기에 주저앉아 맨발을 허공에 젖고 있었다. 바스통은 한참을 침묵을 지키더니, 낮게 대답했다.


[기억나지 않노라.]


“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렸노라. 녹턴의 풍경이 기억나지 않노라. 전우들이 기억나지 않노라.]


카데는 안쓰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바스통을 바라보았다. 바스통은 천천히 주먹을 쥐어 돌리며 말을 이었다.


[부끄러운 일이로다. 하마터면 폐하께서 주신 성은마저도 잊을 뻔 했노라.]


“바스통님….”


[네가 없었다면 그리 되었을 것이다.]


“네?”


[너는 내게 폐하를 돌려주었노라. 잊어버렸던 헌신의 무게를 다시 지어주었노라. 나는 그에 감사한다, 리멤브란서. 그 무게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고통스럽지 않다면 나는 그걸지지 않았으리라. 너에게 감사한다, 리멤브란서.]


카데는 물끄러미 바스통을 바라보다, 조금 민망했던지 헛기침을 몇 번하곤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녀는 여지껏 들고있던 얼레를 되감기 시작했다. 빛이 끌려 그녀에게 다가왔다. 


“바스통님은 이제 떠나시겠죠?”


[그렇노라.]


“저는 여기에 남을 테고요.”


[여기서 의무를 다하거라.]


“그럴게요. 제가 이 별의 선물을 드리면 잘 간직해주겠다고 약속해주시겠나요?”


[선물.]


얼레가 멈췄다. 카데는 조심스럽게 연에서 랜턴을 분리해, 그림이 그려진 연 부분을 때어냈다.


“이걸 드릴게요. 후미카-2 최고의 리멤브란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나 원, 그림값 마저 받아내려 온 건데 덤만 더 얹어주고 가네요.”


카데는 후미카-2의 유일한 리멤브란서고, 최고의 리멤브란서란 말은 틀린 말을 아니었다. 바스통은 웃고싶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웃었다.


[약속하노라. 내 깃발로 삼겠다.]


“아, 진짜죠? 약속? 지금 달아주셔야 해요?”


[그리하라.]


바스통은 손을 내밀었다. 차체 위에는 넝쿨에 휘감겨있지만 아직 깃대가 남아있었다. 카데는 킥 웃고는 조심스럽게 드레드노트의 몸을 타고 올랐다. 얼레에 감긴 실을 풀어내, 카데는 바스통의 깃대에 연을 매달았다. 그때 그녀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분홍빛이었다.


=============================================================================

이제 너는 나


나는 너 우리노라


기다렸노라 긴 시간을


빛나는 어둠의 왕자께 돌아갈 시간을


천년이 넘는 세월을 유혹했노라 먹히지 않았노라


시체황제의 시체종복이여 강직하고 우둔하고 어리석었노라


허나 우둔하여 몰랐구나 나를 쥐어 터뜨리지 못한 순간 이미 너는 굴복했음을


육체를 원했음을 자유를 원했음을 쾌락을 원했음을 그 순간 나는 너 너는 나였노라 


천년동안 나는 너와 동화되었느니라 너의 손에 쥐어진 심장은 이미 없노라


너의 손에는 내 심장이 없나니 왜냐면 이미 동화는 끝났기 때문이노라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었도다 목마른 그녀의 품으로 몸을 다시 얻어


어리석은 종복아 이제 열쇠이자 문인 소녀가 왔구나


모든 것이 충족되었노라 너의 몸에는 동력이 


나의 눈 앞에는 워프로 가는 열쇠가


이제 울거라 비명지르거라


슬라네쉬의 개가 되어라


내가 된 너야


=============================================================================


카데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몸이 기형적으로 뒤틀리며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가르륵거리는 신음소리가 목구멍을 비집고 튀어나오나, 이내 사그라든다. 통제를 잃은 몸이 바스통의 차체 위에서 굴러떨어졌다. 드레드노트가 그 몸을 보고 황급히 손을 내민 순간이었다. 


바스통의 왼쪽팔, 멀티멜타가 부착되어있던 좌반신이 통째로 폭발했다. 


바르텔로와 샐러맨더들이 일제히 거목 위로 눈을 돌렸다. 그들의 입에서 경악에 찬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늘이 찢어지며 섬뜩한 보랏빛 섬광이 바스통에게로 내려 꽂히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안에 있던 것이 밖으로 튀어나온 듯 꺾이고 파열된 바스통의 좌반신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그 보랏빛 섬광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그것은 기괴하고, 욕되었으며, 불경했다.


바스통의 육체에서 튀어나온 자줏빛 말머리가 환희에 가득찬 불경한 울음소리를 허공에 토해냈다. 이윽고 그것은 수십개의 촉수를 내부에서 뻗어내, 드레드노트의 육체를 고깃덩이로 바꾸어 휘감기 시작했다.


바르텔로는 신음소리처럼 중얼거렸다.


“헬부르트…!”


=============================================================================


떨어진 카데는 한때 바스통이 묻혀있던 동굴의 천장을 부수고 그 안으로 떨어졌다. 그녀의 경련은 바닥에 부딪치고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가속화되어, 그녀의 가느다란 팔다리가 활에 맞은 사슴처럼 땅바닥으로 마구 두들겨댔다. 퍽, 퍽, 퍽. 금발 속으로 파고들 손가락들이 두피를 할퀴어 피를 낸다. 뽑혀나온 밀밭의 머리칼들이 사방으로 날렸다. 입에서, 눈에서 뿜어져 나온 액체가 단아한 얼굴을 더럽혔다.


한순간, 카데는 경련을 멈추고 허리를 활처럼 튕겨올렸다. 그 자세 그대로 공중으로 떠오른 리멤브란서의 눈은 허옇게 뒤집혀 있었다. 이윽고, 그녀의 몸 위에 자줏빛으로 태를 두른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원형태를 그리는 자줏빛 불길의 내부는 새까만 무였다. 이윽고, 워프게이트가 천천히,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추천 비추천

85

고정닉 5

1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AD 희귀 정령 획득 기회! <아스달 연대기> 출석 이벤트 운영자 24/05/23 - -
공지 워해머 갤러리 개념글/ 소개글 및 팁, 설정번역 모음집 REMASTER [12] 랔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06 35655 38
공지 에이지 오브 지그마 소개 [23] 지사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0.19 73223 79
공지 워해머 갤러리 이용 안내 [216] 운영자 06.10.30 143615 28
1867982 너글너글하다 : 매우 너그럽고 시원스럽다는 뜻 워갤러(112.149) 05.27 18 0
1867981 워해머 미니어처게임 찍먹해볼수 있는 곳 있나요? 워갤러(112.171) 05.27 14 0
1867980 워해머라고 ㅇ앞으로 부르지말자 진짜;; 워갤러(221.149) 05.26 41 0
1867979 던옵워3 지금 멀티하는사람있음? 워갤러(123.111) 05.25 20 0
1867977 저456ㅂ저456 [1] 워갤러(124.54) 05.22 55 0
1867975 ∙∙∙∙ 워갤러(124.54) 05.18 42 0
1867973 이갤 망함. 블랙라이브러리 갤가면 상주해있는 파딱, 고닉 수백명이 대기중 [1] ㅇㅇ(121.186) 05.13 195 5
1867972 워해머 1 2 3 있는데 3만 설치 되있습니다 1 2도 설치를 해야하나요 [1] 워갤러(118.218) 05.12 115 0
1867971 지나가는 사람인데 "40K" << 이거 어케 읽어요?? [1] 워갤러(211.241) 05.12 131 0
1867969 컬티스트가 스마나 카스마와 비슷한 수준으로 싸울수 있나? [2] 00(220.78) 05.06 146 0
1867968 워해머 관련 티셔츠 사본사람? [1] 워갤러(116.41) 05.04 137 0
1867967 던오브워1 소울스톰 유닛제한 클라우디오맑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104 0
1867966 워해머 3 살까 생각중인데 질문좀 [3] ㅇㅇ(220.86) 04.29 300 0
1867965 헬만 고스트 좀비새끼들이 카오스 워리어 이기는데 이게 맞냐 ㅋㅋㅋ [1] 워갤러(211.193) 04.28 199 0
1867964 토탈워 피팩 질문 워갤러(58.141) 04.26 121 0
1867963 현실 워해머교회 [1] 워갤러(221.139) 04.26 237 2
1867962 여기 갤 망함? [2] 워갤러(59.31) 04.25 484 0
1867961 햄탈할때 무슨 모드씀? ㅇㅇ(223.38) 04.25 110 0
1867960 햄탈워 DLC 비싸다는 거 공감이 안됨 [3] 워갤러(106.153) 04.24 253 0
1867959 노란 옷의 왕은 [3] 도동도동도동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2 254 0
1867958 이 갤러리는 지금부터 검은원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2 143 0
1867957 드워프 여혐종족이얌 ㅇㅇ(14.54) 04.21 148 0
1867956 타이탄은 행성에 착륙 어떻게 하는거? [1] 워갤러(114.200) 04.21 235 0
1867955 워해머판타지랑 40000이랑 별개 세계관임?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307 0
1867954 여긴 뭐하는 갤이냐 ㅇㅇ(106.101) 04.18 217 0
1867953 다크 크루세이드 분대제한 해제하고 싶은데 워갤러(110.10) 04.15 141 0
1867952 볼트건 하는중인데 ㅅㅂ 왜 여러번 죽으니까 템 다 없어짐? (218.148) 04.14 149 0
1867951 신황제의 장자 라이온님의 신성한 조각상 [1] 워갤러(123.143) 04.12 310 1
1867950 워햄 입문 전에 프마에 신세 좀 졌었는데 워갤러(61.79) 04.12 163 0
1867946 안녕하세요 하나 질문하러 왔습니다 워갤러(112.150) 04.06 221 0
1867945 워해머40k 데몬헌터 다운받았는데 [2] 워갤러(211.214) 04.06 359 0
1867944 여긴 언제 와도 존나 웃기는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5 542 9
1867943 워해머 쪽 사람이 지구인을 보면 뭐래 생각할까 워갤러(112.164) 04.03 200 0
1867942 첫 불멸캠 하는데 종족 추천좀 [2] ㅇㅇ(117.20) 04.03 283 0
1867941 뭐야 포탈타는 이밴트 ESC누르면 안들어갈수 있엇내 ㅇㅇ(58.121) 04.01 192 0
1867940 제국은 진짜 저주받았나ㅋㅋㅋ 워갤러(49.165) 04.01 265 0
1867939 워해머판타지 엔드게임에서 엘프여신은 뭐했길래 그렇게 욕먹는거임? [4] 워갤러(59.7) 03.31 392 0
1867938 아키하바라 워해머 스토어 [1] 다랑어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0 438 0
1867936 워해머 스토리 좀 궁금한거 있는데 [2] 워갤러(49.165) 03.29 281 0
1867934 황가놈이 의자에 박제된게 다행이다 정말 [19] 문명인(59.14) 03.27 1522 32
1867928 햄탈워 하엘 지령 어떻게함? [1] 워갤러(158.62) 03.18 296 0
1867927 햄2 제국 대장간 없애는 모드좀 워갤러(106.253) 03.17 244 0
1867925 위쳐와 워해머의 만남 워갤러(211.218) 03.17 4897 0
1867924 !! 워해머가 영국산이어도 러시아에서 인기있는 이유 !! [19] 우랄의혼(211.38) 03.16 1339 26
1867923 저 ㅂㅅ은 아직도 저러고 혼자 놀고 있네 ㅇㅇ(61.39) 03.15 330 1
1867922 충격! 황제께서 프라이마크를 자매로 만들지 않은 이유 [16] 꺼무트길리먼(121.170) 03.13 1310 22
1867921 워해머엔드버민타이드1이랑 2중에 뭐가 더 잼서요? [1] 워갤러(175.125) 03.13 36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