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가 너무 길다보니 중간에 짤려서 나눠 올림.

황량한 아그렐란 행성의 대지에서 바람도 없는데 느닷없이 모래먼지가 치솟았다. 아스트라 밀리타룸의 초병들이 서둘러 그쪽으로 쌍안경을 돌렸으나, 다가오는 것은 적이 아니었다. 바이크와 렌드 스피더에 탑승한 흰 갑주의 거인들. 바로 화이트 스카 챕터의 파견대였다. 그들이 제국군의 본진으로 들어서자, 선두의 바이크에 탔던 거한이 훌쩍 뛰어내렸다. 그가 지나가는 가드맨들에게 성큼 다가가 물었다.

“이봐, 그 재수 없는 까마귀 녀석은 어디에 있나?”

질문을 받은 가드맨 부사관은 스페이스 마린에 대한 경외감이 산산이 깨지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천사시여, 죄송합니다만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배짱 없는 놈들 같으니, 그러고도 너희들이 전사더냐? 됐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

그는 휘하의 형제들에게 전투 준비를 지시하고, 라이브러리안과 아포세카리만 대동하여 가장 큰 가건물로 향했다. 마침 지휘소로 모이던 고급 장교들이 그를 알아보고 경례 했다.

“코사로 칸이시여, 아그렐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침 최종 작전안이 정해지려는 참입니다. 들어가시지요.”

“알겠네.”

지휘소 안으로 들어선 코사로 칸은 상석에 앉은 카이반 쉬라이크를 바로 알아보았다.

“이야, 출세하셨군, 챕터 마스터 형제.”

“황제 폐하와 제국의 적을 물리칠 책임을 지는 것이지 출세가 아닐세, 형제여.”

“거 딱딱하기는 여전하구만.”

“집중하게. 바로 내일이면 외계인을 격멸하기 위한 공세를 시작할 것이네.”

그러자 코사로 칸의 눈빛이 진지해지며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럼 이건 확실히 하지. 그 외계인 계집의 목은 내가 차지하겠네.”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하게. 모두 모인 것 같군. 스트로자 장군, 시작하라.”

“예, 각하.”

로드 제너럴의 지시에 홀로그램 영사기가 작동되었다.

“최종적으로 파악한 적의 방어태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외계인들은 수많은 대전차 방어거점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진지군을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여 매우 치밀한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각 방어거점은 서로 엄호하는 동시에 포병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교묘하게 배치되어 사실상 사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적 방어선의 좌측 끝은 험준한 암석 사막과 맞닿아 있는데, 지형이 너무 열악하여 궤도차량조차 통행이 불가능합니다. 적 방어선의 우측은 아군의 우회를 예상했는지 L자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십 킬로미터 가량 적 후방으로 연장되어 있습니다. 적 진지군 사이에 간격이 존재하기는 하나, 엄청난 양의 장애물과 더불어 막대한 지뢰가 매설되었습니다.”

“아스타르테스들께서 적진 후방에서 종심 정찰을 시행했으나, 외계인들의 교활한 위장과 술책으로 인해 적 예비대와 보급 거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적 기갑부대는 크게 두 무리로 나뉘어 전선 좌익과 우익 후방에 대기하고 있다고 추정되며, 예상되는 적 보급거점의 추정 위치는 홀로그램 영사기에 표시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정찰 결과를 종합한 바로는, 그나마 가장 취약한 부분이 적 방어선의 정 중앙부로 판단됩니다.”

로드 제너럴의 발언이 끝나자, 625보병연대장 스타크잔 대령이 과감하게 주장했다.

“각하, 저희 연대를 선봉으로 세워주십시오. 외계인들이 무슨 수작을 부렸더라도, 돌파해보이겠습니다.”

카이반 쉬라이크는 바로 답했다.

“허가한다.”

의아함을 품은 스트로자 장군이 질문했다.

“각하, 이전에 선언하신 작전 초안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장군,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구체적으로 명령을 하달하겠다.”

쉬라이크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외계인들은 아군이 이전처럼 과감한 정면 돌파를 시도하리라 판단하고, 일부러 전선 중앙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놈들의 장단에 어울려주는 척을 해야겠지.”

“우선 아군 전력을 크게 둘로 나눈다. 이들을 전투단 알파와 오메가라고 지정한다.”

“전투단 알파는 아군의 모든 보병연대를 중심으로 견인포병 전체와 모든 초중전차 중대, 제국 기사들 전원으로 구성된다. 스트로자 장군, 그대가 전투단 알파를 총 지휘하라.”

“전투단 알파의 임무는 적 방어선에 정면 공격을 감행하여, 외계인들로 하여금 아군이 자기들의 함정에 뛰어든다고 오판하게 만드는 데 있다.”

“625연대장, 그대가 전투단 알파의 선봉이다. 적 방어선 중앙을 맹렬히 공격하라. 그대의 공격 기세가 취약하다면, 외계인들은 아군의 의도를 의심할 것이다.”

“스트로자 장군, 전투단 알파의 임무가 성공을 거두려면 최대한 맹렬한 공격 기세를 보이면서도 지나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본인은 그대의 경험을 믿는다.”

“각하,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카이반 쉬라이크는 그 다음으로 423연대장 파스크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며 말했다.

“전투단 오메가는 초중전차를 제외한 아군의 모든 기갑전력으로 구성된다. 423연대장, 전투단 오메가의 총 지휘권을 그대에게 위임한다.”

“전투단 오메가의 임무는 적 전선의 우측단을 크게 우회하여 적의 배후로 진출한 후, 최단 시간 내에 적 방어선 좌측단과 이어지는 암석 사막 지대까지 돌진하여 적의 병참선을 끊고 외계인의 모든 전력을 포위하는데 있다.”

“423연대장, 그대의 임무가 막중하다. 외계인들의 전략 예비대가 필경 전투단 오메가의 기동을 저지하려 투입될 것이다. 그들을 격멸하고 최단시간 내에 목표 지점까지 돌진하라. 시간이 지체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파스크는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이며 답했다.

“각하,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본인은 아군 자주포병 전체와 챕터 1중대를 이끌고 전투단 오메가를 후속하며 화력지원을 조율하고 전반적인 작전 통제를 실시하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아스타르테스 전력을 투입할 것이다.”

로드 제너럴 스트로자가 질문했다.

“각하, 구체적인 기동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전투단 알파는 일출에 맞춰 적 방어선에 정면 공격을 시도하라. 세부 사안은 그대에게 위임하겠다.”

“전투단 오메가는 작전 1일차 주간에 기동 준비 및 휴식을 취하라. 일몰에 맞춰 적 정찰 범위 밖으로 크게 우회하여 야간 기동을 실시할 것이다. 일출 두 시간 전에 정지해 다시 휴식을 취한 후, 작전 2일차 일출에 맞춰 요새진지를 우회하여 적진 후방으로 돌진하라.”

그 때, 코사로 칸이 불쑥 튀어나와 물었다.

“형제여, 왜 내 몫은 없는 건가? 설마 뒤에서 구경이나 하라는 건 아니겠지?”

쉬라이크는 예상했다는 듯 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자네에게 어울리는 임무를 준비했다네.”

쉬라이크의 손짓에 홀로그램 영사기에 나타난 전투단 오메가의 전진 축선과 평행하게 선이 그어졌다.

“형제여, 전투단 오메가가 전진하는 축선 오른편 어딘가에 적 보급거점과 통신 중계소, 급수 장 등이 도처에 존재하리라 추정되나 확실치 않네.”

“저 전투지경선 오른편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며 외계인들의 후방을 어지럽혀 혼란을 일으키게. 그런 행동을 통해 전투단 오메가의 우측을 엄호하는 동시에 아그렐란 프라임 하이브 방면에서 나타날지도 모르는 외계인들의 추가적인 증원부대 이동을 차단해야 할 걸세. 자네의 통신망 주파수를 나의 전술 지휘망과 일치시키게. 그렇다면 아군이 새로 파악한 정보를 굳이 전파할 필요가 없겠지. 모든 행동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외계인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해주게. 차후 전황이 변한다면 그 때 다시 새 임무를 부여할 생각이네.”

“뭐, 마음에 드는군. 내 걱정은 하지 말게나.”

코사로 칸도 납득하자 쉬라이크는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이해했는가? 좋다. 그렇다면 내일의 작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한다. 제군들, 황제께서 우리를 가호하실 것이다. 모두의 건투를 바라겠다. 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