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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네쉬수필] 듣자하니 황제네 아들들이 돌아왔다는 모양이다.

고등어(115.23) 2016.12.01 17:42:27
조회 5975 추천 97 댓글 41

전에두 얘기했지만서두 황제란 양반은 척추가 또각하고 부러진데다 눈알 한짝은 가출을 나갔으며 팔은 후레자식같은 아들네미한테 잡아뜯긴 가엾은 양반이다.


소싯적에 벌어둔 돈이 워낙 많아 지금도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 휠체어에 앉아서 이마빡에서 빛을 번쩍번쩍-하고 다니니 그런데로 풍채가 없지는 않지만, 아무튼 몸이 성한 군대가 하나도 없는 노친네란건 변함없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자식복까지 없다. 어찌나 정력이 황소같은지 아들만 열여덟이요, 호적에서 파버린 놈까지 합치면 스물인데, 글쎄 그중에 애비 뒷통수를 때리고 워프로 도망간 놈이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도 장애인된 애비 수발들기 싫다고 죄다 뿔뿔히 흩어져버렸다. 참 가관이다. 자식 새끼 키워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건 나도 딸내미 키워봐서 알고 옆집 젠취씨도 대가리 둘 달린 아들 키워봐서 알고 앞집 코씨도 동네 깡패 스카-브란도를 키워봐서 다 안다.


그런데 바로 그 집나간 아들들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황가네 집에 참으로 경사가 따로 없다. 남의 집 경사잔치에 직접 비벼들어가긴 그렇고 하니 옆집 젠취씨랑 같이 해서 황가네 마당이 들여다보이는 높-다란 워프 언덕에 올라가 거기서 뭔가 좀 엿듣고 엿보기로 했다. 꼴사나운 일이지만 아주머니 주책이 다 그런걸 어쩌누, 주식인지 뭐시깽인지는 알려줘도 듣고 싶지 않지만 남의 집 가정사는 듣고싶은 게 아줌마 마음이다.


언덕에 올라서서 황가네 대궐집을 내려다보니, 그 기세가 아주 웅장한 게 아방궁이다, 아방궁. 태진아마냥 금색 양복을 쫙 빼입은 떡대들이 담벼락을 쫘라락-둘러쌓고 엄한 표정을 하고있는데 어찌나 표정이 싸가지 없는지 파리도 그 콧대에 찔려 추락할 기세다. 태진아 황금 덩치들만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머리를 죄다 면도하고 딴따라 아바돈 마냥 야자수처럼 틀어올린 날라리 년들도 있다. 이년들은 벙어리인가, 말한마디 뻥긋하질 않는데, 그래서 지들끼리 요상스런 피켓을 만들어 콘싸트온 학생들마냥 열심히 흔들어대고 있다. 잘 읽어보니 우윳빛깔 황제폐하라든가 황금간지 황제오빠라던가 별 요상스런 주문같은 말들을 적어놨다. 저게 요즘 유행한다는 빠순인가 뭔가 그런건가보다.


하여튼 황제가 그렇게 잔치판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저 멀리 워프-골목길을 돌아 휘청휘청 기어들어오는 그림자가 있다. 요놈, 잘 걸렸다. 딱 보니 그 유명한 동네백수 리만-러스렸다. 이 망나니같은 놈은 애비 생신 잔치에 들어가면서도 왼손에는 워프-소주를 들고있고 오른손에는 워프-맥주를 들고있고 입에는 워프-오징어를 질겅거리는 아주 모범적인 주정뱅이 꼬라지를 하고있더라. 오늘도 마그누스 놈이 불싸질러 버린 고향집이 생각나 소주를 퍼마시고 있던 모양이다.


"어? 아빠? 아빠! 아이고, 우리 아빠!"


그런데 이 주정뱅이 백수놈이 불이 훤-하게 켜진 황가네 대궐집을 보자마자 손에 든 소주병 맥주병 오징어를 죄-다 팽개치고 눈물을 흘리며 달려가더라. 꼭 주인만난 강아지 새끼마냥. 썩어도 굴러도 자식인가, 그 모습이 갸륵해 옆집 젠취씨와 나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콕 콕 닦고 있는데, 휠체어에 앉아있던 황제 양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자길 향해 달려오는 리만 러스를 뻥-걷어차버린다.


"어이구! 아버지! 아빠! 왜 이러우!"


그놈이 옆구리 걷어채인 강아지마냥 낑낑대는데, 황씨는 부들부들 떨면서 눈에서 광선을 번쩍번쩍, 입에서 불길을 번쩍번쩍, 이마빡에서 연기가 우글우글 솟아오르는게 보통 열받은 눈치가 아니다. 나는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아 젠취씨 뒤로 살그머니-숨어 눈치를 본다. 황제란 양반이 기침 쿨럭쿨럭, 부러진 허리를 몇번 두들기더니 사납기 그지없는 욕설을 한사발 쏟아붙는다.


"야이 개자지같은 날백수 새끼야, 넌 도대체 왜 그 모양이냐?"


"아버지, 왜 이러우!"


"넌 도대체 뭐하고 있었냐? 늑대왕? 지-랄. 넌 시발 존나 사자야, 사자. 왜냐고? 백수의 왕이니까 이 동물의 왕국같은 새끼야."


아이고, 무슨 일인지 알 것 같다. 황씨는 지금 아들내미가 백수짓 주정뱅이짓해먹다가 마그누스한테 고향집을 홀랑 태워먹은 것을 문책하고 있는 것이렸다. 이 리만 러스란 놈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닌지 입술을 대빨만하게 내놓고 변명을 시작한다.


"아부지, 하지만 늑대들의 시간이 안왔는데 어떡하우, 그럼."


"늑대들의 시간? 늑-대-타-임? 아주 시발 개지랄하고 자빠졌네. 그게 도대체 언제냐? 펜리스 다 뽀개지고 니네 챕터 씹창나고 민간인 다 뒈지고도 안왔으면 그 다음엔 도대체 언제올거냐? 시발 내가 테라 살 때 맨날 늦었던 대구행 완행열차도 너보단 시간감각있었어 새끼야. 너 시발 핸드폰 좀 줘바라. 어쭈. 부재중전화 일억 삼백만통? 이게 다 누가 보낸건줄 아냐? 로간 그 어린 것이 이제 우리 어떻게하냐고 징징대면서 보낸거야, 이 정신빠진 놈아. 넌 애비란 새끼가 아들내미들이 집 불타고 깡패들한테 맞아죽는 판국에도 늑대들의 시간 안왔다고 술이나 퍼마시고 있었냐?"


러스놈이 할 말이 없는지 뒷통수만 긁적긁적한다. 그러는 사이에 태진아 황금 떡대놈들이 지들끼리 고소한 것마냥 낄낄대는데, 인성 수준봐라. 그 중에 한 황금떡대가 게걸음으로 슬금슬금 다가와 씩씩대는 황제 입에 담배를 물려주고 불을 붙이면서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이는데,


"역시 우리가 진정한 아들들 아입니까. 안그렇습니까, 폐하?"


이런다. 황씨는 아주 눈빛으로 찢어죽일 것처럼 황금양복을 노려보더니 그 놈도 발로 걷어차버린다.


아이고, 저기 또 온다. 워프 골목길로 덩치 큰 그림자가 하나 굼실굼실 기어온다. 오토바이라도 타고 오는지 부릉부릉 소리가 아주 요란해 온동네가 시끄럽다. 


"아이고, 아버지! 접니다! 자카타이 칸입니다!"


저기 온다, 저기 오토바이 타고오는 놈이 그 유-명한 코모라 룸쌀룽 삐끼 자카타이다. 이놈 꼬라지를 보자, 할리 데이비슨인지 해리 포터인지 시꺼멓게 물든 오토바이를 타고왔는데, 삼국지 조조마냥 간사하게 기른 수염이 나폴나폴거리고 대머리가 찬란하게 빛나더라. 그뿐이랴, 털이 수북한 가슴은 확 열어재꼈고 그 알몸뚱이 위에 가죽재킷 하나 달랑 둘렀다. 손가락 발가락 귀고리 코고리 눈고리에 얼마나 많은 반지 팔찌 발찌 금니 은니 피어싱을 둘렀는지 아주 걸어다니는 금은방이다. 그뿐이랴, 오토바이 뒷자석에는 귀 길다란 외국인 호스트 호스티스를 아주 중대규모로 태우고 끌고왔는데 이년놈들 꼬라지도 가관이 따로 없다. 남정네고 여편네고 죄다 젖꼭지까지 드러내고 거기에 사슬인지 고무줄인지를 묶어놔서 에이구 남사스러워라, 내 젊은 시절 생각나더라. 우리 딸년 마스크가 저런 놈년들 닮으면 정말 큰일인데, 아이고.


당연히 황씨는 말할 것도 없이 엄청 열받았다.


"야."


"아이고, 아버지! 건강하십니까!"


"내려 이 씹할 것아."


자가타이가 어리둥절해서 눈만 굴리고 있으니 황제가 눈에서 비-임을 확 뿜는다. 노친네 불같은 성격하고는. 폭발한 오토바이에서 자가카이가 기어나오고 온몸에 불이 붙은 귀쟁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더라.


"넌 또 왜 귀쟁이 새끼들이랑 어울리고 지랄이냐? 내가 뭐라고 했는지 읊어봐라. 좋은 귀쟁이는 뭐다?"


"아이고, 아버지, 그렇게 말씀하지 마이소. 저놈들도 같이 놀다보면..."


비-임이 또 뿜어져나온다. 


"좋은 귀쟁이는 뭐다?"


"죽은 귀쟁이입니다, 아버지."


"옳지. 설명해봐라."


듣자하니 자가타이란 놈이 처음부터 저런 날라리년놈들이랑 놀아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놈이 오토바이는 처음부터 좋아했다만 원래는 견실한 폭주족 두목이었고 애비한테 방해되는 건 다 때려부수고 다녔다는 모양인데, 글쎄 애비가 식물인간 신세가 된 이후로는 주색잡기에 빠졌다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쌀룽 중에서도 제일 악질 쌀룽이라는 코모라 쌀룽에 들어갔다 눈뜨고 코베이고 입베이고 귀베이고 아무튼 빚이 엄청나게 생겼다더라. 그 덕분에 몇천년째 생긴 빚을 삐끼질하면서 갚고 있다는 모양이다. 하여간 귀쟁이 그 외국놈들은 상종할 놈들이 못된다.


"내가 시발 널 병신이라고 부르진 않을게. 널 병신이라고 부르기엔 내 장애인 친구들에게 너무 모독적이다. 이 좆같은 아들 새끼야."


"말이 심하우, 아버지..."


"내가 왜 시발 귀쟁이 새끼들은 일단 보이는데로 족치고 다니라고 했는지 이제 이해는 좀 가냐?"


"아우 아버지, 그래도 쟤들이 끼고 누우면 아주 뽕맞은 것마냥 환상적인데..."


비-임. 


그때였다. 왠 후드티를 입은 깡패놈들이 건들건들거리면서 황가네 문을 야구방맹이에 빳다에 쇠파이프로 쾅쾅 두들긴다.


"할배! 야! 할배! 여기 혹시 폴른 없냐?"









****



내가 뭘 쓴거지.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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