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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네쉬수필] 듣자하니 황제네 아들들이 돌아왔다는 모양이다.-03

고등어(115.23) 2016.12.03 17:30:46
조회 6125 추천 91 댓글 24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제국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알바야 짜르지마세요


***


아무튼 이제 황가네 아들들이 거의 다 모였겠다, 젠취씨와 나는 고개를 로오체마냥 쏘옥 빼놓고 그 안을 들여다보니, 세상에 완전히 워프판이 따로 없더라.


황씨는 술만 크릴새우 들이키는 흰긴수염고래마냥 왈칵왈칵 벌컥벌컥 들이키고, 그 아들내미 날백수 러스와 라이온은 서로 마주보고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하면서 혓바닥 위로 축산협회를 차려놓고 있으며, 코모라 쌀룽 삐끼 자카타이는 귀쟁이를 양 옆이 끼고 밀가루같은 걸 집어먹고 있으며, 길리먼은 사방팔방에 동네 이장으로 길리먼을 뽑아달라는 유인물을 뿌리고, 코락스란 놈이 제일 가관인데 이놈은 '네버모어!'를 외치며 사방으로 오골계 깃털을 뿌리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더라. 총체적 개판이다, 개판. 내가 젊은 시절 엘다 그 귀쟁이놈들 나이트-클럽에서 태어나던 시절에도 이 정도로 개판은 아니었다.


"아버지! 형님들! 동상들! 잘지냈어?"


그때 어눌한 발음으로 반갑게 인사하며 골목길 절뚝절뚝 걸어오는 덩치 큰 놈이 있다. 개판을 처놓던 황가네 가족이 죄다 그 쪽을 돌아보는데, 자, 보자, 저 멀리서 저기 불칸 놈이 걸어들어온다. 이놈의 행색을 보자하니 피부는 시꺼먼게 완전히 외국인 노가다 뻬테랑이요, 눈은 시뻘건게 오밤 중 만난 호랑이 새끼 눈깔이요, 손에는 큼지막한 공사판 오함마에 몸에는 런닝샤쓰와 용가죽 때수건을 둘렀더라. 저 놈이 그 유-명한 호구 불칸이다. 어찌나 사람이 좋은지 좋다 못해 그냥 바보다 바보. 이 놈이 남들 대신 갚아준 술값이 트럭 다섯대 값이요 남들 대신 노가다 뛰어준 걸 합치면 고층 빌딩이 다섯체가 나온다더라. 그 꼬라지를 보니 참 사람이 너무 좋아도 밉상이란게 느껴진다. 어찌 저리 순진할꼬. 황씨도 비슷한 생각인지 우중충한 얼굴로 빤-히 고개를 꾸벅 숙여서 돌아오셨습니까 아부지 이러고 인사하는 불칸을 보고만 있다가 한마디 툭 던진다. 그나마 다른 자식들과 다르게 대뜸 소줏잔부터 던지진 않는걸 보아하니 평소 행실이 이리도 중요하다.


"넌 또 왜 쩔뚝거리냐."   


"아유 아부지, 암것도 아니어유."


"개뿔이 암것도 아니긴. 그리마티쿠스 그 새끼가 칼빵 논 거 아직도 따끔거려서 그러냐?"


"아부지, 칼빵이 아니라 창빵이어유. 그건 동상들이 잘 돌봐줘서 잘 치유됐수."


"근데 왜 다리 부러진 놈마냥 절뚝거리고 다녀."


"이게 그, 한 팔천년 전인가...짐승파 두목이한테 얻어맞아서 그렇슈. 신경쓰지 마소 아부지! 아부지 몸이나 건강하면 됐지."


"지랄하네. 호구같은 새끼. 짐승파는 또 뭐냐."


짐승파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좌중이 순식간에 싸하게 얼어붙는다. 저기 드잡이질하고 있던 러스놈 라이언놈 술따르던 자가타이놈 네버모어 네버스탑하던 코락스놈 할 것없이 죄다 얼굴이 돌하르방마냥 딱딱-하게 굳는다. 불탄 이놈이도 말을 잘못 꺼냈다 싶었는지 땀도 안나는 놈이 열심히 용가죽 때수건으로 이마를 훔치며 아이고 덥다, 덥다만 연발한다. 황제가 아주 아주 아주 낮은 목소리로 딱 한마디한다.


"설명."


"별것도 아니었어라...그게 그러니까..."


떠올려보니 그것이 벌써 팔천년전 일이다. 딴 고장에서 짐승파랍시고 피부는 초록색이요, 덩치는 산만하고 벤츠에 닛산 전기톱에 고-오급 골프체를 들고 처들어오던 폭력배놈들이 황가네 마당까지 들어온 적이 있었다. 비-스트인가 뭔가 하는 무식하게 힘센 놈이 대장이었는데 하여튼 그놈들이 황가네 대궐을 아주 아작을 내놓았다. 아이고, 황씨 살아있을 때는 나랏님들도 못건드리던 위세 당당한 대궐이었는데 어찌 이리됐을고, 하면서 저-기 서있는 황금양복 태진아들도 황제빠순이들도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데 그때 나타난 게 저 호구 불칸놈이었으렸다. 아들내미들은 다-아 아부지 집이 박살나든 불이 나든 나몰라라하고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 불칸이란 놈이 공사판에서 노가다 뛰다 달려와 짐승파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던 일은 지금도 아주 유명하다. 이 불칸이란 놈이 평소에는 순진하게 뺨을 때려도 허허허, 대머리라고 놀려도 허허허, 임금을 삥땅쳐도 허허허, 하던 놈이었는데 야마가 돌아뿌리니 아주 괴력난신 항우 관우가 따로 없더라. 비록 쪽수앞에 답없다고 그 비-스트 놈에게 얻어맞고 전치 오천년 진단서 끊고 병원으로 실려갔으되 그전까지 이 놈 오함마에 맞아죽은 짐승파가 글쎄 수십만은 된다더라. 아무튼 그 비-스트란 놈이 어떻게 죽었냐면 저기서 피켓흔들고 있는 황제 빠순이년들이 내지르는 빼애액 소리를 듣고 고막이 터져 뒤져부렀다고 한다.


이야기를 다 들은 황씨 얼굴이 씰룩씰룩, 부들부들, 껍질 까고 나오는 매미 굼뱅이 껍질마냥 바르르 떨린다. 그 꼴을 보고 아들내미들이란 것이 새하얗게 질려서 주춤주춤 물러나는데, 불칸이란 놈만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 싶어서 혼자 안달복달한다. 황씨가 소주잔을 바닥에 내리쳐 깨더니 스르륵 일어선다. 아주 기세가 흉흉하다 못해 옆에서 몰래 엿보던 젠취씨랑 나도 쫄아서 슬금슬금-물러난다. 저렇게 야마가 돈 황씨는 만년전에 호루스 그 패륜아를 두들겨 팰 때 이 후로 처음본다.


"불칸 넌 나가있어. 뒤지기 싫으면." 


"아유 아부지! 진정하시요! 형이랑 동상들도 다 바빠서 못온건지라, 나같은 노가다꾼이나 시간 남아서 온 거지, 진정하씨요!"


"진-정? 진-정? 니미 씨-발 진-정이라고 지껄였냐 지금? 너도 같이 뒤지고 싶구나? 니들 지금 테라가 짐승파인지 식물파인지 베지테리언인지 아무튼 그린스킨 새끼들한테 두들겨 맞을 동안 아무도 안튀어나왔다는 소리 듣고 진-정은 개뿔, 야! 야이 개만도 못한 새끼들아! 러스 이 새끼야, 넌 가만 보니까 펜리스 안구한게 문제가 아니라 테라가 그 지경이 되도 늑대들의 시간이 안왔다 이거지? 늑대들의 시간은 그래 내가 아바돈 새끼한테 후장 따이는 그 순간이냐? 어!"


러스 이 놈이 깨갱 소리를 내며 기어들어간다. 황제의 분노는 이제 시작이다.


"자가타이 너 이 남창 새끼야, 넌 귀쟁이 뽕맛에 길들여지더니 아주 눈에 보이는게 없지? 너는 시발 자새야, 자새. 자새가 뭐냐고? 자지한테 지배당하는 새끼야, 이 븅신 님포마니악 새끼야! 그래 코모라 해매다보니 테라에 불이 나든 바퀴벌레가 창궐하든 좆도 관심없지? 라이온 이 씨벌놈아, 니가 제일 좆같은 새끼야. 넌 테라에서 오크 새끼들이 반지의 제왕 찍는 동안에도 폴른 찾아다니느라 정신없었다고? 이 씨벌놈아, 넌 내가 지금 뇌졸증으로 뒈져도 문 밖에 폴른 지나가면 그 새끼부터 따라가고 볼 좆같은 새끼야."


자가타이란 놈은 민망했는지 간사하게 기른 조조 수염만 쓰다듬는다. 라이언 이놈은 졸-렬하게도 지가 그렇게 욕해대던 러스 뒤로 슬금슬금 몸을 숨긴다.


"그리고 길리먼 너 이 새끼, 환자라서 비스트 못막았다고 변명하려고 그러는 거 다 안다. 아주 지랄한다 지랄. 너 드레드노트라고 들어는 봤냐? 니 자식들은 팔다리 짤라다가 휠체어에 처넣으면서도 넌 그럴 생각 좆도 없었지? 안그러냐? 뒈진 로갈 돈 눈에 부끄럽지도 않냐 정치꾼 새끼야?"


길리먼은 앳햄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돌리니 그 장소에 태진아 황금 양복을 두른 떡대들이 서있다. 황제의 분노가 이번에는 그놈들을 향한다.


"커가 씨발 니들은 더한 새끼들이야. 야! 이 개새끼들아! 내가 니들 양복에 사시미 얼마씩 주고 맞춰줬는지 말해봐라! 그렇게 처먹어놓고 한 짓거리가 시발 테라 안방에서 날백수짓 일만년이냐? 엉! 뭐 시발 니들이 진정한 내 아들이라고? 좆까는 소리하네. 니들같은게 아들이니 차라리 호적을 파겠다, 이 개새끼들아."


태진아 황금떡대들이 멘탈이 깨졌는지 통곡을 시작한다. 아이고, 평소에 싸가지없는 놈들이 저렇게 통곡을 해대니 어찌나 꼴배기 싫은지.


"아무도 날 이해모태!!"


코락스 이 새끼는 그 와중에도 벽을 보고 고함을 지르고 있다. 황제는 한숨을 푹 쉬더니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래 시발 나도 널 이해못하겠다. 넌 시발 헤러시때도 존나 있는지 없는지 몰랐는데 예전에도 똑같았을거다. 평생 그러고 살아라, 그냥 평생 그러고 살아, 이 새끼야."


아이고, 또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아주 휘쎈 냉장고가 따로 없다. 뻘쭘-하게 혼자 서있던 불칸이 식은땀만 뻘뻘 흘리다가, 퍼뜩 손에 손에 들고온 비닐 봉다리를 들어올린다.


"아이고, 아부지! 그러지 말고 선물 받으소! 형들! 동상들! 내가 오다가 이거 좀 샀어. 다들 나눠가져."


"넌 눈치는 녹턴 용암에 밥 말아처먹었냐. 됐다. 니들끼리 놀아라. 한심한 새끼들."


황제는 한숨을 푹-쉬더니 드러누워 버린다. 이내 아들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모여들어 불칸이 나눠주는 선물을 받는데, 러스는 개소주를 받았고, 자가타이는 쌀룽 무료주차권, 라이온은 파자마 세트에, 길리먼은 정치 유세할 때 쓰라고 확성기를, 그리고 코락스는 나루톤지 뭔지 하는 일본 만화책을 선물로 받는다. 애비 황씨한테 주려고 했던 황금락카는 저멀리 밀어둔다.


그때였다. 이제 모일 아들들은 다 모였는데 저 멀리 워프 골목길에서 떡대 하나가 슬금슬금 또 걸어온다. 이놈 키가 얼마나 큰지 아주 전봇대가 따로 없다. 거기에 피부는 무슨 싸우나에서 구르다 나온 것마냥 시뻘겋고, 눈깔은 후-크 선장마냥 애꾸요, 거기다 남사스럽게 가슴에는 브라자인지 뭔지 뿔이 두개씩이나 튀어나와 있다.


젠취씨가 아주 반색을 한다.


"어이구! 저거 매그누스아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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