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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단편] 막을 수 없는 물결

냉동고등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2.22 20:04:02
조회 4307 추천 81 댓글 37

스페이스 울프 베테랑 진돗개리우스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


근무에 나서는데 어느 서비터놈이 쫄랑쫄랑 다가와 그에게 뜬금없이 옷을 벗으라 하는 것이 아닌가. 진돗개리우스는 한순간 이 서비터의 뇌기능에 심각한 데이터-스크레치가 일어난 것이 아닌지 의심했으며, 그것을 교정하는 제 1수단을 시행하려고 했었다. (1수단은 무시다)


"아스타르테스 진돗개리우스-. 모피를 벗어주십시오-. 가엾은 동물들의 얼굴을 떠올리십시오-모피는 야만적인 풍습입니다-"


"좆이나 까시게, 깡통이여."


그러나 계속해서 길을 가려는 진돗개리우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또다른 서비터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서비터의 모습도 이상했다. 인체의 일부를 그대로 쓰는 서비터가 아닌, 최대한 둥글둥글한 외장을 많이 쓴 괴이쩍은 형상을 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은 꼭 고대 테라의 초고대 문학작품,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혐오스러운-지능 운반체처럼 보였다.


"아스타르테스 진돗개리우스-. 모피를 벗어주십시오-. 우리는 동물을 보호해야 합니다-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해야 합니다-"


진돗개리우스는 더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고장난 서비터를 위한 제2 교정수단을 시행하려고 했다.(2수단은 강력한 외부 타격이다)

주먹을 들어올린 스페이스 울프의 용사를 누군가가 제지했다. 진돗개리우스만큼이나 거대한 그는 초록빛 갑옷을 걸친 아스타르테스였다.


"그만 두게, 형제. 그냥 모피를 벗는 게 좋을걸세."


"-자네는 샐러맨더 챕터의 도마뱀투스로군. 하지만 이 역겨운 기계뭉치는 나를 모독했네."


"형제, 내 말을 들어주게."


차분히 고하는 도마뱀투스의 얼굴을 무시할 순 없었던 스페이스 울프는 투덜거리면서 어깨에서 펜리스 늑대 가죽을 때어 바닥에 팽개쳤다. 서비터는 그것을 둥글둥글해진 팔로 힘겹게 들어올리더니, 보이지 않는 곳으로 들고가버렸다.


"도마뱀투스 형제, 도대체 무슨 좆같은 일이..."


"형제, 미안하네. 목소리를 좀 낮춰주게."


주변을 둘러보니 또 서비터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것들의 소름끼치는 둥글둥글한 얼굴들은 단조롭게 명령어를 뱉기 시작했다.


"거친 언어를 사용하지 말아주십시오- 문명인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자라나는 우리 새싹들에게 바르고 고운 말을 들려줍시다-"


"씨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거친 언어를 사용하지 말아주십시오-"


"이쪽으로, 진돗개리우스 형제.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도마뱀투스는 그를 격납고로 안내했다. 스페이스울프는 그 참혹한 격납고의 꼬라지를 보며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벽에 무수히 걸려있던 펜리스 늑대들의 가죽이 어디에도 없었다. 그가 직접 목을 따 걸어놓은 오크 워보스의 대가리도 사라졌다! 심지어 벽에 세겨져 있던 신성한 문구들, '외계인은 불로써 정화하리라.' '이단들에게 배풀 자비는 볼터 끝에서 나오느니라.' '귀쟁이의 귀를 토막내 샐러드에 넣으면 좋도다.' 같은 격언들조차 깔끔하게 서비터들이 지우고 있었다. 진돗개리우스는 너무도 큰 충격에 잠시 비틀거렸고, 도마뱀투스가 안쓰러운 얼굴로 그를 부축했다.


"이..씨발같은 일들이 왜 일어난 거지?"


"형제여, 어제자로 막을 수 없는 물결이 우리를 덮쳤다네. 그 물결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가, 이 맨들맨들한 몸뚱이만을 남겨두었지."


"그 악마같은 물결은 대체 무엇인가?"


"'순화'일세. 일종의 우주적 법칙이지."


"'순화'라고?"


도마뱀투스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전사에게서 광기를 빼앗고, 마법사에게서 저주를 빼앗으며, 희귀함을 범상함으로 추락시키는 저주라네. 우리 말고 다른 모든 우주에도 그 '순화'가 덮쳤다고 하네. 우주를 손에 넣으려 배신과 폭력으로 자기 손을 더럽힌, 역겨운 벌레들의 여왕이 하루 아침에 우주를 구할 여신이 되었다더군."


"그건 불가능해!"


"가능하네. '순화'의 힘 앞에서는 말이지. 저 끔찍한 모습을 보게."


그의 눈에 격납고 한구석에서 오토바이를 닦고있는 화이트스카들이 보였다. 화이트스카들은 눈물을 삼키며, 오토바이를 장식한 그들의 전리품들을 때내고 그 자리에 왁스를 칠하고 있었다.


"이 무슨 괴악한...! 저건 하이피쉬-카발의 블러드라이더들의 목일세! 화이트 스카들은 그 악독한 귀쟁이 폭주족을 죽이기 위해 한달 동안 바이크에서 내려오지 않고 맹추적을 벌여 저 목들을 얻어냈는데, 왜 저걸 때내고 있는건가?"


"'순화'때문일세. 순화가 이르길, 그런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풍습은 대중이 좋아하지 않을거라더군."


"대중이라니? 우리 아스타르테스가 언제 대중의 시선을 신경썼단 말인가?"


도마뱀투스는 서글프게 웃었다. 그제야 진돗개리우스는 도마뱀투스가 고향의 물건이라며 자랑스럽게 두르고 다니던 용가죽조차도 몸에서 때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안타까움과, 그를 넘어서는 격렬한 분노가 스페이스 울프를 덮쳤다.


그때였다. 도무지 마린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격납고에 들어와 이쪽저쪽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것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진돗개리우스의 눈이 맹수처럼 변했다.


"타우! 저 두 발로 걸어다니는 고-등어같은 생선 놈들이 감히 이 요새에 침투해?"


냉큼 체인소드를 뽑아들려는 스페이스울프에게 갑작스레 수많은 둥글둥글한 서비터들이 달려들었다.


"아스타르테스 진돗개리우스-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사과하십시오-"


"아스타르테스 진돗개리우스-체인소드는 지나치게 폭력적인 디자인 때문에 금지되었으니-저 쪽에 있는 파워-용자검을 이용하십시오-"


"좆까! 좆까라고, 이 개새끼들아! 좆까!"


"아스타르테스 진돗개리우스-개새끼라는 언행을 사과하십시오-동물에 대한 모독입니다-"


아스타르테스는 결국 역겨운 타우놈들을 족치지 못했고, 그놈들은 마치 안마당에라도 들어온 듯 멋대로 들어와 아스타르테스의 갑옷을 훔쳐보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며 즐겁게 지내다 멋대로 돌아가버렸다. 도마뱀투스의 설명을 듣자하니 타우들은 '소수민족'이며, 소수민족은 순화의 법칙에 따라 절대 다치게 하거나 악독하게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끔찍한 현실에 직면한 진돗개리우스는 얼굴을 손에 묻었다.


"어쩌다...이렇게 된 건가?"


"그래도 우린 사정이 좀 나을지도 모르네. 이걸 보게."


도마뱀투스가 홀로-액정 tv를 열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제국 뉴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너글, 이샤에게 청혼...예쁜 사랑하세요!


슬라네쉬, 앞으로는 옷을 입고다니겠다고 선언...


코른, 정정당당한 경기장에서 권투글러브를 끼고 싸울 것을 선언...


젠취, 정직한 말만을 하겠다며 미소로 악수...


"이런...이런 끔찍한..."


"그뿐만이 아닐세. 뉴스에 나오지는 않지만, 전 우주에서 데모넷들이 자살하고 있다는군. 아마 그들의 가치가 사라지자 절망한 모양이야. 자살하지 않은 데모넷들은 수녀가 되었다네."


"끔찍하군..."


"레이븐가드 친구들도 철퇴를 당한 모양이네. 우리 챕터야 모두 피부가 검으니 상관없네만, 그들은 위장크림을 지급받고 있다네."


"위장크림? 어째서지?"


"순화의 법칙에 따라 챕터 원 중 30%는 반드시 흑인이어야 하기 때문이지."


"세상의 종말이 온 느낌이군...이것이 순화인가."


그때였다. 격납고 옆을 지나가는 시스터즈 오브 배틀들이 보였다. 그들은 걱정스런 얼굴로 전투-수녀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이야 말로 이 우주에서 가장 '순화'에 반대되는 종족 아닌가. 광신적이고 악랄하고 노출도 많고 인명 또한 경시하는. 그들이 받은 탄압은 얼마나 가혹할 것인가. 도마뱀투스는 일어서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자매분들, 오늘의 사태에 유감을 표하오."


"아, 안녕하세요, 아스타르테스 형제들이어."


두 시스터들은 어쩐지 눈물섞인 얼굴로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런데 그들의 행동 또한 이상했다. 옷차림은 조금 정숙해 진 것을 빼면 그다지 변화가 없었으나, 두 수녀들은 마치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서로 팔짱을 끼고 있었던 것이다.

진돗개리우스가 이상하단 얼굴로 보자 수녀들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숙여보였다.


"여, 역시 이상한가요."


"아니...친근하니 좋군요."


석연찮다. 수녀 중 하나는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수, 순화의 법칙께서, 우, 우리는 LGBT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등장인물 중에는 성소수자가 나와야 한다고...그래서 오늘부터 저희는 애인이...흑!"


두 아스타르테스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들은 침통하게 고개를 숙였고, 강제로 애인이 된 두 수녀는 서로 어색하게 껴안은채 길을 나아갔다....










저는 정치적 올바름을 지지합니다만, 아무 때나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워해머에게는 순화의 물결이 오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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