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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월드 대작전]소년

삼치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9.28 00:51:53
조회 31292 추천 120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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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악!!! 이 쪼그만 휴미가!!! 이 그레친 똥같은 새끼!! 으아아!!!"

차량용 용수철과 고철조각으로 만든 단순한 함정을 밟고 발목이 잘려나간 오크는 세상이 떠나가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놈은 너무 시끄럽고 팔팔했다.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소년은 숨을 몰아쉬다가 죽은 가드맨의 시체에서 찾아낸 대검을 긴 막대기에 묶어 만든 조잡한 창으로 놈의 목을 찔렀다. 익숙치 않은 일이라 몇 번이나 찔러야 했지만, 곧 놈은 조용해졌다.

아야나는 이제 열두살이 된 조그만 소년이었다. 아버지는 공방의 감독관이었고, 지금까지 소년은 아버지처럼 포지월드에서 살아가다 뼈를 묻으리라고 자각하고 있었다. 거대한 기계들, 소음과 오염된 공기만이 소년이 알고 있던 세계의 전부였다. 그리고 오크들은 단단하기 이를데 없고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소년의 세계가 얼마나 얇고 부숴지기 쉬웠는가를 죽음과 파괴로 보여주었다.

어머니는 소년을 살리기 위해 오크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돌을 던지며 그들의 시선을 끌었다. 어머니는 그리 오래 시간을 끌지 못했다. 소년이 어머니의 비명을 들으며 도망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있을 포지월드의 조립시설이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다음은, 어떻게 숨고 살아남느냐였다. 그 짧은 순간, 소년의 부모가 죽는 그 순간은 죽음과 삶의 경계가 얼마나 희미했는지를 소년의 머리 속에 낙인처럼 심어주었다. 소년은 그 낙인대로 움직였다. 사람보다는 동물과 비슷하게, 놈들의 시선을 피하고 먹을 걸 구하며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학교에서 이런 일은 가르치지 않았다. 황제 폐하의 용맹스러운 병사들과 숭고한 죽음의 천사들은 어디까지나 저 먼 별들에서 싸우는 자들이었고, 그라이아는 전쟁과 아무런 상관도 없어야 했다. 하지만 소년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구분하는 법을 신속히 배워나갔다. 상식 보다는 본능에 의존하고, 말보다는 행동을 따랐다. 가드맨들의 수첩에서 그들의 도구를 다루는 법을 배웠고, 가드맨들의 시체에서 그들의 장비를 챙겼다.

지금 이 죽은 오크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구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미끼로 놔둔 음식을 발견했지만, 음식 주변에 숨겨놓은 함정은 찾지 못했다. 소년은 허겁지겁 오크의 품에서 먹을 걸 챙겼다. 다행히도 놈들의 냄새나는 음식이 아니라 이곳에서 약탈한 음식이었다. 한참 소년이 다른 오크들의 시선을 피해 도망치던 때였다.

"총 소리?"

총 소리였다. 물론 오크의 총 소리라면 얼마든지 들어보았다. 하지만 지금 들린 총 소리는 달랐다. 오크들의 총 소리는 불규칙했다. 정신없고 시끄럽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 들린 총 소리는 달랐다. 육중하게 울리며 규칙적이었다. 오크들과는 달랐다. 그리고 비명 소리. 오크들의 그르렁 거리는 비명 소리. 소년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얼마 전 부터 저 멀리 보랏빛으로 빛나던 하늘은 몇 시간전 굉음과 함께 다시 원래 색을 찾았다. 그와 함께 하늘에서는 불을 뿜는 유성들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총소리는 그와 관련된 것일지도 모른다. 아야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황제교 성당에 같이 가던 때부터 들어온 전설을 떠올렸다.





세상이 외계인과 이단, 악마에게 고통받을 때, 성스러운 테라에 계신 황제 폐하께서 자신을 섬기는 죽음의 천사를 내려 복수하신다. 그들은 불의 날개를 펄럭이며 저 먼 하늘에서 내려오며, 천둥과 죽음으로서 인류의 적을 단죄한다.




포지월드에 전해지는 여러 미신들처럼, 소년은 어렴풋이 이 이야기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곤 했다. 어떤 공방에서 보통 사람은 두 손으로도 들지 못할 만큼 거대한 무기를 만든다는 이야기도 결국 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들이 아이들을 겁줄때나 쓰던 외계인이 그라이아를 불태웠고, 하늘이 이상한 색으로 변한 얼마 전에 소년은 악마마저 목격했다. 다행히 놈은 오크를 쫓느라 소년을 보지 못했지만, 소년 역시 다시는 놈을 보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외계인과 악마가 실존한다면, 황제 폐하의 죽음의 천사 역시 존재하지 않을까?

소년은 조심스럽게 총소리가 난 곳을 향했다.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 거인들을 위한 무기가 만들어진다는 소문만 무성한 군사 조병창이었다. 반은 호기심으로, 반은 살기 위해서, 소년은 그곳을 향했다. 총 소리와 비명 소리는 어느새 끝나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은 총 소리가 시작된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소년은 그들을 보았다.

[황제 폐하께서 우리를 축복하셨네 형제들이여. 이 무기들을 보게나. 거의 손상되지 않았어.]

붉은 갑주를 걸친, 제국의 상징을 가슴에 매단 거인들이 조병창 주변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마치 테크 프리스트 처럼 등에 서보 암을 단 다른 거인의 지시를 받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소년의 가슴은 잠시 벅차 올랐지만, 잠시후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가슴을 싸늘히 식혔다.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영광스러워 숨이 멎을 정도였지만, 행동은 너무나 익숙했다.

소년은 잠시 기시감을 느꼈다. 어느날 밤이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을 밤중에 데려와 공방 어딘가에서 망을 보라고 시켰다. 소년은 아무것도 모른채 아버지 말에 따라 망을 보던 도중 어둠속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허겁지겁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와 일행들은 공방의 창고에서 두리번 두리번 망을 보며 무언가를 꺼내던 중 소년의 부름을 듣고 재빨리 소년과 함께 도망쳤다. 그 다음날, 공방의 책임자는 체포되었다. 창고의 물건을 간수하지 못한 죄였다. 소년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죄목이었고, 대신 소년의 아버지가 공방의 책임자가 되었다.

[신속히 움직이게 형제들이여. 빨리 챙겨야만 한다.]

저들, 저 거인들도 그 어둠 속에서 움직이던 사내들과 같은 분위기가 났다. 비록 그들의 움직임은 절도 있었지만, 주변의 눈치를 보며 허겁지겁 움직이는 모습은 그 어둠 속의 사내들과 같았다. 혼란스러워진 소년은 조금 더 가까이에서 그들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 때였다.

"뭘 하는 거지 꼬마?"

아나야는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나직하고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귀를 스치고, 누군가가 소년의 목덜미를 잡아 올렸다. 소년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뒤를 돌아볼 수 조차 없었다. 소년을 잡은 자는 그대로 소년의 목덜미를 잡은 채로 거인들을 향했다. 등에 서보 암을 단 거인이 소년이 있는 곳을 향해 물었다.

[그 애는 뭔가 사이러스?]

그제야 소년은 뒤를 돌아보았다. 소년을 잡은 자 역시 다른 사람의 두 배쯤 커보이는 거인이었으나, 다른 거인들처럼 육중한 갑주를 두르지는 않았다. 그의 금발 아래에서 붉은 의안이 섬뜩하게 소년의 눈을 향했다.

"오크의 비명 소리를 듣고 뭐가 있나 보러 갔지. 그리고 이 녀석이 우리를 보고 있더군. 꼬맹이, 네가 저 오크를 잡았나? 솔직히 대답해라."

소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사실이었으니까. 소년의 가슴은 더 이상 쿵쾅거리지 않았다. 다만 차게 식어갔을 뿐이다. 죽음과 삶이 너무나 희미해져서 이제 뭐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흠, 열 살을 간신히 넘은 녀석이 홀로 오크를 사냥하고 스페이스 마린들을 감시해? 재미있군."

금발 거인은 씨익 웃었다. 평소에는 거의 웃지 않았다는듯 그의 입가 주름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어쩔건가 사이러스. 저 애는 우리가 하는 일을 봤네.]

사이러스라 불린 거인은 소년을 땅에 내려 놓고는 허리를 숙여 소년의 머리를 짚었다. 아야나는 그 손에서 기이한 따스함을 느꼈다.





"효율적으로 생각하게 마르텔러스. 아마 지금 우리는 신병 충원과 증인 제거를 동시에 할 기회를 잡은 듯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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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장비 도둑질 겸 신병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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