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근래 미국으로 건너와서 느끼한 짓은 다 하고 있는 나카무라 덕분에 스트롱 스타일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함.
그런데 문제는 이 스트롱 스타일이라는 말이 "쎈 스타일"이라는 뜻인데 이게 뭔지 감이 잘 안 온다는 것이지.
일단 이 글은 스트롱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한 번 체크해보도록 하자.
1. 스트롱 스타일의 유래
누군가 "이노키 선수의 스타일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봤을 때 "제 스타일은 스트롱 스타일입니다"라고 대답한 것이 유래로 알려져 있음.
근데 좆같은게 이게 뭔 스타일인지는 이노키 본인도 존나 설명 한 번도 안해줌.
아마 반 농담조로 "나는 그냥 존나 쎄니까 스트롱 스타일이라고 하자?"라고 말한 게 어찌저찌 와전되어 하나의 스타일을 일컫는 표현으로 자리를 잡아버린 거 같은데, 그래서인지 이 스트롱 스타일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도 굉장히 중구난방임.
또한 이노키 본인조차 "그거 내가 이름붙인 거 아닌데..."라고 위 설을 부정했다는 이야기도 있음. 안토니오 이노키 모르나요? 그러니까 이게 사실이라면 "스트롱 스타일"은 어디서 왔는지조차 모를 정체불명의 스타일이라는 소리라는 것이다.
시작부터 좆같아서 쓰기가 싫어진다
2. 그렇다면 실제 예를 통해서 스트롱 스타일이 무엇인지 검증해보자
스트롱 스타일이라는 표현과 함께 스트롱 스타일을 체현하는 레슬러로 일컬어지는 레슬러도 다양했음. 정말 웃긴 게 뭔가하면, 이 선수들이 스타일이 다 쌩판 달라서 마찬가지로 답을 낼 수가 없다는 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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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스트롱 스타일 레슬러는 역시 안토니오 이노키를 꼽을 수 있음. 이노키의 레슬 철학과 커리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프로레슬링이 최강이다"라는 것인데, 90년대후반-2000년대 초반 이건 이미 실전에서 반박된 개소리지만 일단 그 당시엔 그렇지 않았으니 일단 넘어가자. 약간 해설하자면 "프로레슬링은 타격기도 메치기도 굳히기도 누르기도 있는 전천후 투기종목이니 모든 투기종목 중 가장 발달해있음"이라는 소리임. 지금이야 개소리지만 일리는 있지. 실제 루차 리브레는 영어로 "Free Fighting", 즉 무제한 격투에 가까운 뜻이기도 하고.
어쨌든 이노키의 경기 스타일은 "싸움"을 링 위에 구현하는 데 집중함. 이노키의 모든 기술은 진짜 일격필살이야. 심심하면 자기를 줘팬 김신락이가 얼마나 좆같았으면 촙 비슷한 것도 전혀 쓰지 않았고, 마치 오래 전에 뒤진 김신락이에게 반항하듯이 "주먹질"을 하지. 너클 애로우라고 이름붙은 이 주먹질은 명백히 반칙이라 심판들도 말리지만, 어쩌겠냐, 오너가 주먹질하는데 DQ선언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 이노키의 경기는 나름 신사적으로 수싸움을 하다가, 잘 안풀리면 빡쳐섴ㅋㅋㅋㅋ 주먹질이 터진 이후부터가 진짜야. 이 주먹질은 진짜 존나 쎄서, 치열한 수싸움 끝에 "에라이 모르겠다"하고 던져서 맞으면 상대는 진짜 거진 벌렁 뒤집어져. 제일 기본인 주먹질부터가 존나 쎄단 말임. 엔즈이기리 이런 건 말할 것도 없지.
이노키의 일격필살을 상징하는 또 다른 기술은 슬리퍼인데, 시발 걸리면 5초만에 잠들어버림. 텐류와의 경기에서는 전일본에서 맛본 적 없는 진짜 주먹질을 쳐맞은 텐류가 당황하다가 슬리퍼에 걸려버리는데, 정말 5초만에 쥐죽은 듯이 잠들어버려서 이후 5분 내내 세컨드와 심판이 텐류를 깨우려고 안간힘을 씀. 진짜 잠들었다는 게 아니라 무브의 위상이 이정도로 무시무시했다는 거지. 겨우 일어났더니 또 씨발 주먹질이 날아오곸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이때 규칙 좆까고 날리는 주먹질이 존나 효율성 쩐다는 걸 깨달은 텐류가 무브에 아구창을 섞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 앰창놈의 잽찹 원조가 텐류인데, 한 번 영상 찾아보길 바람. 내가 아는 프로레슬링 타격 컴비네이션 중 제일 아파보이는 무브임.
어쨌든 요약하자면, 이노키의 경기는 "실전은 한순간에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라는 것을 강조한 경기를 함. 마치 검객의 싸움을 연상케하는 말 그대로 "진검승부"를 연상케 하는 싸움을 연출하는 걸 즐기지. 그렇다면 이노키에 한해 스트롱 스타일은 정말 "최강의 격투 스포츠인 프로레슬링 링 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사투"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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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세대 스트롱 스타일의 화신은 분명 초슈 리키일 것임. 초슈의 레슬링은 이노키와는 또 맛이 다른데, "최대한 짧은 시간내에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퍼부어서 그로기로 만든 후 전갈 굳히기로 끝"이 초슈의 황금패턴이거든. 그 존-나 강력한 초반 공세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바로 래리어트임. 당시만 해도 래리어트란 스탠 핸선같은 떡대 괴물이 경기를 끝내는 일격 필살의 기술이었음. 근데 초슈는 위상이 산꼭대기에 있는 이 기술을 "기본기"로 가져와. "나의 초반 공세는 이렇게 강력하다"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수단이지. 신중하고 쪼이는 맛이 있는 이노키와는 달리 자신이 가장 강력한 타이밍인 초반에 승부를 보는 것, 이게 초슈의 스트롱 스타일이야. 그럼 상대는 거기에 대해 말릴 수가 없으니 본인도 전력을 다해 대항하게 되고, 그야말로 초반부터 큰기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무식한 경기가 탄생하는 것임
이 경우 스트롱 스타일은 "전력으로 치고 들어오는 상대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그보다 더 강력한 기술로 반격한다"라는 것으로 요약이 가능해. 실제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올드팬들도 상당히 많음. 특히 초슈 시대를 함께한 올드팬들이 좀 그래. 이 관념을 엿볼 수 있는 만화로 "기간토마키아"라는 만화가 있음. 주인공의 무브나 이미지도 초슈를 굉장히 닮았고, 주인공이 직접 말하는 건 아니지만 초슈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읊는 캐릭터도 있어서 작가 미우라 켄타로가 꽤나 초슈빠라는 추측이 가능함. 하여튼 근래 보기드문 프로레슬링 만화(?)니까 추천함
그리고 이제 스트롱 스타일이 뭔지 사람들이 별로 관심도 없었던 투혼삼총사 시절은 일단 넘기고, 이제 모두가 기다리던 신일본 암흑기임. 이 시기 스트롱 스타일은 한 번 더 시련을 맞게 돼. 이노키 시대의 스트롱 스타일은 "가장 종합적인 투기종목인 프로레슬링"을 구현하고자 했고, 초슈 리키는 "그 누구보다도 단련된 프로레슬러는 정면으로 치고받을 만큼 우월하다"라는 것을 어필했어. 따라서 스트롱 스타일이란 곧 "프로레슬링이 최강이다" 라는 것을 어필하는 스타일이었음. 따라서 이종격투기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신일본은 레슬러들을 종합 무대로 보내기 시작함.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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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링 이미지 구겼나요? 신일본은 바야흐로 좆되게 됩니다.
이종격투기가 종합격투기로 변혁을 이루는 과정은 너무나 빠르게 이루어졌는데, 그 선봉에 선 두 선수가 크로캅과 표도르였음. 크로캅은 테이크다운 디펜스 능력을 바탕으로 한 스프럴&스트라이커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했고, 표도르는 당시까지만 해도 가드포지션은 하위가 유리하다는 고정관념이 지배하고 있던 격투계에 가드에 들어가서도 상위에서 "그런 거 없고 아구창 쳐맞으셈"이라는, "가드든 하프든 백이든 마운트든 위에 있는 놈이 유리"라는 현대 종합격투기의 당연한 상식을 처음으로 증명한 파이터였음. 과연 이런 파이터들에게 나가타가 상대가 됐을까?
당연히 아니지. 실전에서 강하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던 신일본의 시도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고, IWGP 10회 연속 방어에 빛나던 무적의 챔피언 나가타 유지는 이때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몰락함. 이때 나가타는 팬들에게도 끔찍할 정도로 외면당했는데, 지금 고토 까이는 건 애들 장난임. 아무리 그래도 고토보고 나가 뒤지라는 놈은 없잖아? 근데 이때 나가타는 하루에도 몇번씩 나가 뒤지라는 소릴 들었음.
어쨌든 이 시기의 스트롱 스타일이란 건, "프로레슬링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라"라는 일종의 임무였지.
3. 그리고 나카무라 신스케
그리고 현재에 이르면 나카무라 신스케가 바로 자칭타칭 "킹 오브 스트롱 스타일"인데, 나카무라가 생각하는 스트롱 스타일은 인터뷰나 세그먼트를 통해 어느 정도 엿볼수가 있음. 물론 경기 스타일도 다소 실전투기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U계랑 별 차이도 없잖아. 오히려 주목해야하는 건 세그먼트임.
나카무라가 가끔 외치곤 했던 "가장 대단한 것은 프로레슬링이야!" 라는 외침이, 위의 글을 읽었다면 아마 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임. 언뜻보면 "프로레슬링이 최강이다"라는 말을 돌려서 한 것 같지만, 본질은 완전히 다르거든. 저 대사야말로 나카무라 신스케가 추구하는 스트롱 스타일을 완전히 함축한 말이니까. "가장 강한 것이 프로레슬링"이라는 기존의 전제하고는 달리, "프로레슬링이 가장 대단하다"라고 한 건, 바로 지난 시대 암흑기를 불러왔던 "강함"의 추구가 아니라 "즐길거리로써 프로레슬링이 가장 우수하"다면서 완전히 기존의 정의를 깨버리는 것임. 아마 이것이 지금 할 수 있는 "무엇이 스트롱 스타일인가?"에 대한 가장 완전한 해답이 아닐까 싶음.
요약하면, "보는 사람이 즐거운 프로레슬링"이 스트롱 스타일이지.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왕도 스타일"의 정의와 완전 100% 일치하는 정의임. 왕도도 의미의 변질로 "인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의 기술과 접수"를 뜻하는 것처럼 알려져있지만, 실제로는 "적당한 엔터테인을 섞은 밝고 에너지넘치는 레슬링과, 아무것도 몰라도 손에 땀을 쥐며 즐기게 되는 극한까지 합이 짜여진 최고 퀄리티의 경기를 조합한 가장 프로레슬링 다운 프로레슬링"이 실제 왕도의 본질이니까.
두 단체는 서로 다른 노선, 다른 길을 걸어서 비로소 같은 결론을 내린 것임. 관객이 만족하는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프로레슬링의 본질이고, 프로레슬링이라는 (비록 사실은 투기종목 흉내내기라지만) 투기 종목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스트롱한 장점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너무나 긴 세월이 걸려버린 것임.
4. 결론
중구난방인 글 읽느라 고생했는데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음.
스트롱 스타일은 "정의가 되지 않는다", 스트롱 스타일은 "그때그때 다르다", 현재의 스트롱 스타일은 "재미있고 화끈한 프로레슬링을 보여주는 것이다",
굳이 하나쯤 정의하자면 스트롱 스타일은 "그냥 신일본스러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래 별 뜻 없었던 말을 무리하게 정의하려고 할 필요 없다"
그냥 그렇다.
고로 나카무라는 별뜻없음의 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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