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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아렌델 - 9

엘사앤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6.04 00: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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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엘사가 지도를 제작하는 와중에도, 신하들과 의논하는 중간에도, 몇 달이 지나기까지도 그랬다. 이따금 아렌델 시민들 사이에서는 그 날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다. 애초에 엘사와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북쪽산에 가서 하루 뒤에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일이었기 때문에, 몇몇 이야기가 가설처럼 지어져 퍼지기도 했다.


이런 일은 후대에 보통 동화의 모습으로 전해져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게 되는 것처럼 아직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각양각색의 동화가 존재하게 되었고 그래서 엘사의 이름은 아렌델과 그 후대 국가에서도 계속 읽혔다. 물론 당사자들은 그렇게 될 줄 아주 몰랐지만 하루 동안의 모험으로 얻은 수확치고는 꽤 큰 것이기에 나쁠 건 전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엘사는 그 이후로 몇 달 동안 이렇다 할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지만 꾸준히 사소한 일상의 재미는 그녀를 찾아와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다. 안나는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나날이었고 엘사를 돕는 재미도 새로 알게 되었다. 크리스토프는 얼음 장수 일로 한가로울 때는 별로 없었지만 여름의 아렌델 시민들에게 차가운 북쪽 산의 얼음을 배달하는 일은 얼음을 자신의 인생처럼 생각하는 그에게 언제나 좋은 일이었다.


크리스토프의 하루는 한결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안나와 인사하고, 성에서 달려나가(이미 그는 안나와 엘사의 동의 속에서 그들과 같은 궁전에서 살고 있었다.) 스벤에게 향하면 일과가 시작하는 것이다. 스벤은 언제나 크리스토프가 자신에게 오는 시간을 반겼다. 아직 해가 강하게 내리쬐지는 않는 시간이 그의 출발 시각이었다. 하룻밤을 북쪽 산에서 지새웠던 사건이 있던 뒤로 몇 달이 지나 이미 여름이 된 날이었다. 그렇기에 그런 아침에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크리스토프만 여름을 맞이하는 건 아니었다. 아렌델 시민들과 엘사도 여름에 적응해야 했다. 안나는 언제나 여름처럼 활발하게 살고 있었기에 딱히 적응의 과정이 필요한 건 아니어서 평소처럼 재미있게 지내는 나날이 이어졌다. 정말로 재미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녀였다. 웃는 모습과 지치지 않는 힘은 그녀에게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안나는 언제나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성인이 되지는 않아 업무의 부담을 질 필요도 없었고 엘사도 그런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노는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가지지는 않았다. 신하들도 안나와 엘사의 일에 대하여 관여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안나도 그녀에게 주어진 몇 가지의 필요한 일과가 있었다.


공주의 할 일이라는 것은 여왕의 할 일에 비해서는 그래도 쉬운 법이었다. 안 그래도 공주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다른 자신을 잘 알고 있고 또 즐기는 안나였기에 주위에서도 지나치게 공주답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니 안나는 스트레스가 없다시피 살았다. 시민들과도 자주 어울려 누구도 그녀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공주님이라는 수식어만 빼면 그냥 시민과 같았다.


안나가 크리스토프와 만나게 되는 것을 가장 찬성한 사람은 엘사였다. 이미 키스까지 한 사이에다가 안나의 목숨을 구해준(엘사에게로 이끌어 준) 크리스토프는 엘사의 신뢰를 언제나 받고 있었고 스벤이 아니었다면 안나가 자기에게로 와 포옹을 할 수도 없었다는 것도 잘 알았다. 크리스토프와 스벤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그들 주위에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친한 사이를 유지했고 마치 스벤의 말인 것처럼 동물 흉내를 내는 것도 멈추지 않는 크리스토프였다.


엘사는 그 모든 사람보다 힘든 하루를 보냈다. 그녀는 여왕이라는 사람들의 맡긴 직책이 버겁게 느끼기도 했다. 사실 그녀보다 잘 맡을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대부분 사람이 생각하기에 그런 부담감을 떨쳐내는 것도 필요했다. 그래서 엘사는 그 여름날 내내 태양의 뜨거움 이상으로 바쁘게 열심히 모든 일을 했다.


신하들은 그런 엘사가 있어 쉬지 못했다. 그것을 좋아하는 신하들은 할 일이 줄지 않아 오히려 기뻤다. 시녀도 신하도 그녀와 궁전에서 보내는 생활이 즐거웠기에 아렌델 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대’라고 자주 부르고는 했다. 실제로 가장 행복한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그런 말이 내부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어떤 상태였는지를 말해주었다. 시민들도 알고 있었다. 엘사는 훌륭한 국왕이라는 것을.


그 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평소처럼 여름의 아침을 맞아 뜨거운 햇빛이 창문 사이로 비쳐 내려 들어오는 것을 느끼던 엘사는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피곤함보다는 하루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해 몸이 움직이는 모습이 재빨랐다. 침대에는 그녀가 장식해 둔 얼음 조각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고 바닥과 천장 사이에 가득 쌓인 공기는 그 냉기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 적당히 좋은 온도를 유지했다.


그리고 준비를 마치고 그녀 방을 나서 복도의 은근히 차가운 공기를 맞이한 그녀는(당연하게도 복도에 여름을 준비해 곳곳에 얼음을 준비한 엘사가 발휘한 능력 덕분이었다.) 방 이곳저곳에 별다른 말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느꼈다. 이럴 때면 늘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일찍 일어나 본인들의 일과를 시작해 놓곤 했었으므로 엘사는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걸어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었다. 걷는 그녀의 발걸음은 우아해서 굳이 의식하고 의도하지 않아도 멋이 있었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 아래층에서 왕실의 요리사를 만난 엘사는 뜻밖에도 안나와 크리스토프의 소식을 그에게 전해 듣게 되었다. 그 소식은 놀라운 것이어서 엘사가 약간은 입이 벌려지며 눈이 휘둥그레 커질 만한 소식이었다.


그래서 엘사는 말을 듣자마자 안나와 크리스토프를 찾으러 재빨리 뛸 수밖에 없었다. 안나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 또 일을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엘사 자신은 그때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막아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발걸음이 너무 빨라 넘어질 뻔하기도 한 그녀였다.


안나와 크리스토프를 선착장에서 간신히 불러 대화를 하게 되기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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