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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아렌델 - 20

엘사앤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7.26 20:37:29
조회 1096 추천 31 댓글 6
														

“그래서 어땠어?”


그 날의 오랜만의 자매의 시간이 있었던 뒤로, 크리스토프는 안나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 안나가 언니와 만나는 시간이 줄어가는 것을 그도 걱정하고 있었기에.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별일 없이 하늘만 봤어. 오로라 예쁘더라.”


“그러면 다행이네.”


크리스토프는 그 말을 마치고 인사를 한 뒤 방 밖으로 나갔다. 아침을 맞아 안나가 모르는 어딘가로 가야 했다. 여전히 사람들과 협업을 하기는 하지만 혼자 활동할 때가 많은 크리스토프로서는 굳이 안나에게 얼음 캐는 장소를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다. 알아도 안나가 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갈 이유도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안나는 오늘 그곳에 갑자기 따라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가지 않으면 놓치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었다. 크리스토프가 그 문을 닫자마자 안나는 곧바로 열 만큼 빠르게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어 복도를 바라보니, 그는 벌써 몇 걸음 걸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잠깐!”


안나의 말에 크리스토프는 바로 뒤돌아보았다. 바라던 목소리가 언제고 들려올 때마다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


“왜? 뭐 할 말 있어?”


“얼음 캐는 곳에, 나 같이 갈래?”


예상치 못한 물음에 크리스토프는 약간 웃어 보였다. 할 말을 적당히 찾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고, 반가워하는 마음이 내심 있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안나가 좋아할 만큼이었다.


“궁금해? 한 번도 같이 가 본 적 없지. 얼음 캐는 거 본 적은 있어?”


“당연히 없지. 갈 일이 뭐 있겠어.”


크리스토프는 적당히 알아듣고 먼저 안나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는 안나의 오늘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할 일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안나가 잘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저 출발할 뿐이었다.


스벤은 안나가 크리스토프 옆에 같이 걸어오자 약간의 놀람을 드러내었다. 조금 더 무거워지겠다는 생각에 침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 안나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기도 했다. 하여간 스벤이 얼음을 끄는 것 자체도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어서 심각하게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안나는 가벼운 편이었다.


“괜찮지?”


크리스토프는 스벤과의 말을 시작했다. 또 시작이었지만 안나는 그저 좋아 행복한 표정만 지었다.


“당연히 괜찮죠! 빨리 가요!”


스벤은 적절히 주인을 따라 하며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는 말도 흉내 냈다. 사실 스벤은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충성심으로 따랐다.


“그래, 가자.”


안나를 태우고 출발한 스벤은 크리스토프의 이끎에 맞추어 이리저리 달려갔다. 스벤은 달릴 때 행복해 보였다는 안나의 말이 생각나기도 해 크리스토프의 갈 길은 조금 굽이쳤다. 큰 상관 없었다. 해 지고도 하는 게 얼음 캐는 일이었다.


“언제 다시 아렌델로 가지?”


“밤새워 볼래?”


물론 장난이었다. 안나는 웃으며 크리스토프의 어깨를 살짝 치기도 했다. 오늘은 그렇게 바쁘지 않아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 엘사는 얼음을 만들 수 있었지만 절대로 관여하지 않았다. 능력을 사용할 때가 거의 없어 사람들이 보여달라고 몇 번 말하고는 하면 가끔 아름다운 장식을 보여줄 뿐이었다.


얼음 장수들은 직업을 잃지 않았다. 크리스토프가 있었기에 엘사가 이해하는 마음이 더 생긴 것도 분명했다.


여전히 캐는 장소에는 사람들이 한 무리 모여있었지만 모두 강하고 수염 가득한 남자들이었다. 안나가 같이 있기에 어떤지 크리스토프는 잘 몰랐지만 일단은, 그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혹여 다칠까 염려되는 것도 있었다.


“오늘은 간단하게 하고 돌아가자.”


오히려 기쁜 것은 스벤이었다. 짐이 가볍다는 뜻이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북쪽 산에서도 외딴곳에 위치한 호수 공간이었다. 언제부터 얼었는지 알지 못할 만큼 깊고 단단한 표면에 물고기도 보이지 않을 만큼 두꺼운 얼음이 가득했다. 온통 투명하고 하얀 모습이었다. 다시 아렌델로 돌아갈 즈음이 되면, 분명히 노을이 가득한 공간이 멋있으리라 생각도 하는 안나였다.


“너무 조용한 거 아니야?”


“원래 그래. 그러면 아까 그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래?”


안나는 일단은 고개를 저었다. 조금 어색한 것이 문제였을까, 그저 그곳보다는 이곳이 적절하다고 느꼈다.


크리스토프는 같이 오기는 했지만 마땅히 안나에게 무언가 할 일을 맡길 것은 없었다. 안나는 그저 호기심으로 온 것이기에 약간의 심심함이 있기도 했다. 그래도 그 심심함도 좋았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고 싶었다. 그것도 모르는 건, 크리스토프 가장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노을이 지기까지 안나의 예상대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지 않았다. 긴 긴 시간의 적막함 속에 크리스토프의 곡괭이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고 땀이 어찌나 흐르는지 그런 땀은 생애 처음 본 안나였다. 가만히 앉아있는 게 미안할 만큼이었다. 얼음이 하나하나 쌓여갈 때마다 스벤은 근심이 쌓여갔다. 그래도 안나가 웃어 보였다. 스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안나였다. 심지어 크리스토프도 그만큼의 신뢰는 받지 못하는 듯 보였다. 덕분에 집에 돌아갈 때 해가 지는 절정의 노을빛 맞는 길의 스벤은 그다지 무겁지 않다고 느꼈다. 새로운 경험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처음 보는 길의 풍경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이 공간에 주로 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안나랑 같이 있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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