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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준영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앱에서 작성

ㅇㅇ(180.69) 2020.09.22 01:54:13
조회 3549 추천 132 댓글 18
														



지나보면 참 별 거 아닌데  답답하고 지리멸렬한 시간들이
바로 어른이 되는 과정인가봐.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된 사람들은 그 과정들이 어떤지를
알기에 묵묵히 기다리고 또 기다려주지.
(가끔은 조바심이 내는 어른들도 있지만)

오늘 송아네 아버님이나 정경이네 아버님,
현호네 부모님 모습 보면서 이 드라마가
누군가의 성장드라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어.
(이사장님도 그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모진 세상을 견디는 법을 알려주시려는 것 같아)


준영이는 겉모습만 봤을 때는 대단한 '어른'이야.
어린 나이부터 지금까지 그야말로 소년가장이지,
타고난 재능을 현실에 맞게 잘 살려서
네임드 피아니스트로 사회적 위치도 잘 쌓아놨어.
누군가에게는 제일 어려운 일이 경제적 능력이고
천재적 재능일텐데 준영이는 다 갖추고 있어.

근데 이게 준영이에게는 저주지.
사실 어린이가 어른으로, 스스로 능력들을 갖출 때
어른들이 돌봐주고 도와주는 거잖아.
근데 이미 그걸 갖추고 있는 준영이는 그래도 어린앤데
그.부모는 기대버려. 어른이 감당해야할 그 모든 걸
그 조그마한 애한테 다 지워주지.
아니 피아노 좀 잘 친다고 애가 갑자기 성숙한 어른이냐고
애 몰아부치는 그 주변 상황들이 참 잔인한데
준영이는 그런 모든 상황을 묵묵히 견뎌내.


누군가의 불행이 자신의 행운이 된 것이
견딜 수 없었던, 그런 심성을 가진 꼬마는
투덜거릴 여유도 없이 그렇게 기계처럼 살아가.
준영이가 느낄 공허함은 어땠을까 잘 상상도 안돼.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왔겠지.
먹고 살려고라고 준영이는 말했지만
그렇게 자신을 몰아부치면서 살아서
그 공허한 시간들을 지나보냈겠지.
(준영이 부모님 꼴도 보기 싫음.
자식한테 기생하는 부모라니 최악임.)

그렇게 유년을 빼앗기고 청춘을 돈으로 바꿔온
준영이의 삶은 점점 골병이 들어가.
왜냐면 준영이에게 주어진 그 모든 무게들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그걸 지탱해온 준영이의 재능은
계속 소비만 되면서 한계에 부딪치니까.
그동안 준영이가 살아온 삶은 강요된 삶이었으니까.

준영이에게 작은 숨구멍이었던
위태롭게 유지되던 정경이와 현호와의 인연도 끝나가지.
우리의 과무위키 말씀처럼 언제까지 공부만 하는
학생일 수 없으니까. 현실이니까.
이제 준영이는 피아노 치던 예중의 그 꼬마로
계속해서 살 수 없어.
그런데 그게 어떻게 칼같이 잘려.
준영이가 겨우 29인데 15년의 흔적은
버릇처럼 깊게 남아있겠지.


많이들 준영이의 모습을 답답해하지만
이게 바로 지리멸렬하고 답답한 우리의 삶이지.
다들 칼같이 똑부러지게 사는 것 같아서 부러운데
적어도 나는 내가 해야할 말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좀 오래 걸렸어. 쉽지 않았어.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선택한 길을 걸어가는 것도
내 몫을 다하는 것도 무엇하나 쉽지 않았어.
준영이는 피아노치는 기계처럼 반복퀘스트 깨는
캐릭터처럼 살아가다 이제야 외면해온 그 많은 진실들을
마주보고 선택하고 행동해야 하는 지쳐있는 아이지.


그럼에도  준영이의 그런 시간들을 보는 게 좋은 건
준영이라는 사람이 좋아서겠지.
오케스트라에서 개망신을 당하는 송아를
당연한듯이 도와주는 그 모습
대단한 재능을 가졌음에도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
그리고 그 모든 고난을 묵묵히 견더온 그런 모습
준영이는 이미 멋진 어른으로는 자질들은
충분히 다 갖추고 있어.
(사회적 지위같은 건 평범한 사람의 그것을 넘어섰지)
다만 자신의 행복을 찾는 과정을 놓쳤을 뿐이야.

송아와 함께 준영이는 꽉 찬 어른으로 성장할거야.
준영이는 벌써 자신의 행복을 찾기 시작했어.
제 마음이 가는 곳으로 점점 움직이고 있잖아.
망설임 없이 저벅저벅 걸어가서
악보 넘겨달라고 친구하자고 같이 저녁 먹자고 걷자고.
준영이도 모르게 옮겨지는 그 발걸음들이
그 저벅저벅 소리가 크게 느껴지는 건
이제야 준영이가 자신을 위해 내딛는 진짜 걸음들이어서
그래서 그럴거야.

그리서 나는 준영이가 송아에게 기다려달라고
그렇게 말한게 좋았어.
그리고 조금씩 자신을 송아에게 내주는 모습이
마음 아프면서도 좋았어.
묘안은 아닐 수 있지만 콩쿨에 나가는 것도
송아의 곁을 맴도는 것도 다 준영이가 선택한거고
서툴러도 열심히 걷고 있잖아.
버릇처럼 남은 15년이 송아에게 상처가 된다는 거
열심히 반성하고 끊임없이 고쳐나갈 그 모습들
이 과정들을 거쳐서 준영이도 송아도 어른이 되어가겠지.
8회에서는 그 손수건부터 반성하고 치웠으면.
(송아는 내공이 이미 탄탄해서 제일 존경스러움.
다만 음악적 재능라는 한계를 어떻게 이겨낼지 그것만 마음이 쓰이고 아프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그 과정도 잘 지켜봐주고 싶어.


마음이 가는 대로만 살면
솔직히 준영이 아빠처럼 살게되는 건지도 몰라
그리고 그게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가끔은 내 반짝이는 꿈의 끝자리가,
그걸 이뤄낸 내 행복이 다른 이도 행복하게 할 수 있잖아.
이게 이상적이고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겠지.
비록 삶의 무게가 있고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들이 있어서
우리는 많은 것들 포기하면서 살겠지만
그것도 마냥 어리석은 일은 아냐.
균형을 맞춰나가면 되는 거니까.


7회 내내 현실에 맞닿은 준영이와 송아와
정경이와 현호의 삶이 삐걱이면서 맞춰지는 느낌이었어.
8회에서는 송아의 지나간 시간들도 떠나가고 다시 맞춰지겠지. 그 과정은 버겁고 아프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야 우리는 어른이 될테니까.
그리고 그 힘겨운 과정에서 준영이와 송아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겠지?
그래서 상처받을 거 알면서도 끊임없이 계속 사랑하겠지.

아ㅠㅠㅠㅠㅠㅠㅠㅠ
여운이 크게 남아서 오늘 자기는 글렀다.
마냥 애처럼 설레기만 했던 지난 회차들이
그리우면서도 이 씁쓸한 인생의 맛도 좋아서
어떻게 벗어나질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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