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코인에 투자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뭘까요? 바로 '탈중앙성' 아니겠어요? 내 자산을 은행이나 정부 같은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오롯이 내가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 "내 키가 곧 내 지갑이다"라는 이 명제는 크립토의 알파이자 오메가죠.
그런데 만약, 우리가 믿고 있는 그 블록체인 자체에 내 자산을 순식간에 동결시킬 수 있는 일종의 비상 스위치가 숨겨져 있다면 어떨까요? 좀 섬뜩한 이야기죠? 최근에 제가 바이비트의 보안 연구팀에서 낸 보고서를 하나 보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탈중앙'의 민낯, 16개 블록체인의 동결 기능
바이비트의 '라자루스 시큐리티 랩'이라는 곳에서 166개나 되는 블록체인을 샅샅이 분석했더라고요. 그런데 결과가 정말 놀라웠습니다. 무려 16개의 블록체인에서 프로토콜, 즉 시스템 자체적으로 특정 주소의 자금을 동결하거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기능이 발견됐다는 거예요.
여기에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BNB체인, 비체인 같은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심지어 코스모스 생태계의 19개 체인은 약간의 코드 수정만 거치면 언제든 이런 동결 기능을 도입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보고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동결 방식도 여러 가지였어요. 아예 소스 코드에 블랙리스트 기능이 박혀있는 '하드코딩' 방식, 검증인(Validator)이나 재단만 접근할 수 있는 설정 파일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 그리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는 방식까지요. 이건 마치 개발사나 재단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특정 지갑을 잠글 수 있는 '마스터키'를 쥐고 있는 셈이죠.
해커 잡는 칼인가, 이용자 억압하는 족쇄인가
물론 이런 기능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긴 합니다. 바로 '보안' 때문이죠. 대규모 해킹 사건이 터졌을 때, 해커의 지갑을 신속하게 동결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좋은 의도에서 만들어졌을 거예요. 실제로 지난 바이비트 해킹 사건 때도 여러 파트너사와의 공조로 도난 자금의 일부를 동결시키기도 했고요.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칼이 언제나 선하게만 쓰일까요? 누가 '해커'이고 누가 '선량한 이용자'인지 판단하는 주체는 결국 재단이나 개발팀 같은 중앙화된 조직이잖아요.
만약 어떤 정부가 특정 블록체인 재단을 압박해서 반체제 인사의 지갑을 동결해달라고 요구한다면? 혹은 내부자의 실수나 악의로 엉뚱한 사람의 지갑이 동결된다면? 그때는 정말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우리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중앙의 통제'가 블록체인 안에서 버젓이 일어나게 되는 겁니다.
더욱 '통제 가능한' 크립토를 향한 큰 그림
이런 기술적인 변화는 더 큰 흐름과 맞물려 있어요. 바로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죠. 최근 미국 SEC 의장이 앞으로 '토큰 분류체계'를 만들어서 어떤 코인이 증권이고 아닌지를 명확히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이걸 앞서 말한 '동결 기능'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요? 앞으로 규제 당국은 소위 '안전하고 규제를 준수하는' 블록체인을 선호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런 블록체인들은 유사시에 당국의 요구에 협조할 수 있는 이런 '통제 기능'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죠.
결국 우리가 믿었던 완전한 탈중앙화의 꿈은 조금씩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보안과 편의성, 그리고 규제 준수라는 명목 아래 조금씩 중앙화된 통제 장치들이 생겨나고 있는 거죠.
물론 이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닐 수 있어요. 더 안전한 투자 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처음 크립토에 열광했던 이유, 그 '탈중앙'이라는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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