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법원 청사의 중요성 그리고 기대감이 실망감으로[부장판사 출신 김태형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02 09:00:10
조회 6612 추천 1 댓글 9
법원 청사의 중요성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파이낸셜뉴스]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 당시 극악무도한 범행부터 아주 경미한 비행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하였는데 지난 칼럼에 이어 오늘도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경험들에 대하여 공유해보고자 한다.

법원 청사의 중요성
내가 근무했던 수원가정법원은 2020년까지는 수원지방법원 가사과가 사용하던 동수원 등기소 건물을 그대로 사용했기에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그 좁은 동수원 등기소 건물에 비행소년들, 소년의 보호자들, 보조인들까지 모두 모여들어 매우 혼잡스러웠고, 사건이 많은 경우 청사 복도에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내가 진행하는 소년재판을 통해 오전에 소년원 처분을 받은 비행소년들을 점심시간에 식사하러 나가다 다시 마주치기도 하였다(소년원 처분을 받은 비행소년들은 청사 내 일정 장소에 대기하다가 점심시간에 한꺼번에 소년원으로 호송되었는데 동수원 등기소 건물처럼 청사가 열악한 경우 호송 동선과 판사의 이동 동선이 겹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동수원 등기소 건물 일층 공터에서 겁 없이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도 있었고, 소년재판을 받는 비행소년을 응원해 준답시고 법원 근처에서 시끄럽게 몰려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마디로 시장 한복판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어수선한 모습들은 수원가정법원이 2021년 새롭게 지어진 10층짜리 웅장한 건물로 들어서면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새로운 청사로 이전하게 되면서 법원 직원 출입구와 재판 당사자가 출입하는 통로가 완전히 분리되었고, 비행소년들은 외부와 차단된 별도의 공간에서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소년원에 오가는 호송차량에 탑승하고 하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무너질 듯한 초라한 건물에서 재판할 때보다 웅장한 10층 건물에서 재판할 때 재판 당사자들이 법원의 권위를 더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느낌은 나뿐만 아니라 그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료 판사들도 비슷하게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크고 세련된 건물에서 근무할 때보다 작고 열악한 건물에서 근무할 때 더 좋았던 점도 있었다. 일단 구청사에는 판사실까지 연결된 승강기가 없어서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계단을 오르내리게 되면서 하체 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하체 운동량이 채워졌다. 또한 판사실과 법정이 같은 층에 있는 데다가 그 거리가 채 10m가 되지 않아 미국처럼 판사의 법정 접근이 매우 용이했다(대부분의 법원 청사에는 법정과 판사실이 다른 층에 위치하고 있어 판사가 법정까지 가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나아가 법원 직원 사무실도 판사실과 같은 층에 있어 종이기록으로만 되어 있는 소년사건 재판기록의 이동이 매우 빠르고 편리했고, 접수된 문건 역시 수시로 빠르게 판사에게 전달되었다. 마지막으로 판사와 직원들이 같은 층에 근무하게 되면서 서로 얼굴을 자주 보게 되었고 그래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한번은 동료 판사님들과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면서 법원 청사 근처에서 우연히 내가 1년 전에 6호 처분을 내렸던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된 적이 있었다. 아마 소년재판을 받는 다른 비행소년을 보러 온 것 같았다. 나는 그 소년이 6호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한 후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든지 아니면 이제껏 미뤄왔던 자신의 꿈을 위해 한창 노력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소년은 다른 비행소년의 재판을 보기 위해 법원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어떤 여학생이 그 소년 옆에 있었고, 그 소년의 뺨에는 빨간색 립스틱 자국까지 묻어 있었다.

그 소년은 6호 아동복지시설 입소 당시 워낙 성실하고 성격도 밝아 시설 내 칭찬이 자자한 아이였다. 그 소년의 어머니가 보호자 특별교육을 받고 나서 작성한 소감문을 읽은 기억이 난다. 둘째 아이였던가 보다. ‘아이가 어렸을 적 너무나 밝아 항상 가정에 웃음을 주곤 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반항과 탈선을 반복하다가 여러 비행을 저질러 소년재판까지 받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아이의 웃음기도 사라지고 눈빛도 차가워져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판사님의 처분으로 6호 아동복지시설을 다녀온 뒤 다시 예전과 같은 환한 웃음을 되찾았고 따듯한 눈빛도 되돌아왔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나의 처분으로 인해 그렇게 바뀌었다고 생각한 소년이 내가 기대했던 바와 달리 다시 가정법원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다른 비행소년을 격려 내지 응원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실망했다. 나는 그 소년에게 법원 근처에서 절대 서성거리지 말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호관찰관을 통해 계속 감독하겠다고 엄중하게 경고하였다. 그러나 그 소년은 나의 바람과 달리 채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내가 진행하던 소년재판에 비행소년으로 서게 되었고, 결국 나는 그 소년을 소년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소년재판을 하던 당시 민사재판이나 형사재판을 할 때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지만 위와 같이 내가 처분했던 비행소년을 다시 법정에서 마주하게 될 때는 소년재판이 매우 힘들게 느껴졌다. 현재도 많은 소년부 판사님들이 단 한 명의 비행소년이라도 비행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에게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임미숙, 김학래 '바람' 눈치 챈 결정적 이유 "팬티를..."▶ 논산서 숨진 채 발견 시의회 부의장, 필리핀 여행 갔다가...▶ 김건희 여사, 의미심장한 발언 "남편이 젊은 女와..."▶ 삼성전자 직원들 한숨 "초봉 5150만원, 솔직히..."▶ '이선균 협박' 유흥업소 女실장, 알고보니 강남의사와...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3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대를 잘 타고나서 뜬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6/02/16 - -
23684 귀찮아서 차단한 '실종경보 문자'…잃어버린 가족 2500명 찾는 열쇠 [10]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0 1121 6
23683 유승민 "국힘 집안싸움, 정상적 당 모습 아냐…경기지사 불출마" [1]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5 60 0
23682 中 외교부장, 유럽 각국과 연쇄 회담…우군 확보 속도전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5 37 0
23681 사법연수원 교수 "재판소원, 조선시대 '소송지옥' 재현할 것"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5 35 0
23680 "김주애 후계 공식화 땐 고모 김여정과 권력투쟁 가능성" [5]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5 1108 3
23679 국힘 공관위원장 "지선에서 미래형 지역 리더 발굴에 역점"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5 36 0
23678 설연휴 둘째날 귀성길 정체 본격 시작...서울→부산 7시간 소요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5 41 0
23677 "투자하면 2배 만들어줄게" 지인들에게 수천만원 뜯어낸 남성...결국 [5]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5 1075 1
23676 불륜 후 '성폭행' 무고했다 들키면 위자료는? 남편 교수 동료와... [6]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4 1008 8
23675 술자리서 전기톱 들고 "죽인다" 협박…60대男 징역형 집행유예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67 0
23674 박정보 서울청장, 설 앞두고 신림역 일대 특별치안 점검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47 0
23673 경찰, 김용원 前인권위 상임위원 '강요미수 혐의' 불구속 송치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45 0
23672 김경 이어 또...경찰, 강선우 '前시의원 후원금 의혹' 고발인 조사 [4]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649 0
23671 검찰, '미공개정보 주식거래' 의혹 LG家 장녀 1심 무죄에 항소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51 0
23670 '불법 정치자금' 송영길 2심 전부 무죄…'먹사연' 유죄도 뒤집혀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64 0
23669 헌재, 재판소원 '소송지옥' 우려에 반박…"지연되도 오류는 바로잡아야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48 0
23668 중수청법 수정 정부 입법예고안 설 연휴 이후에 나올까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44 0
23667 지인 가스라이팅하다 살해하고 유기…30대男 구속기소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60 0
23666 '변호사법 위반' 이종호 1심서 징역 1년 6개월 선고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41 0
23665 법원, '부산 돌려차기 사건' 부실수사 인정..."국가 배상하라"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51 0
23664 [인사] 경찰청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48 0
23663 강남경찰서 보관 비트코인 22개 유출...시세 21억원 증발 [19]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1634 6
23662 경찰, '채용 비리' 의혹 강서구의회 의장 소환 조사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52 0
23661 '메이드 인 동대문'이 명품으로...35억원어치 '짝퉁' 판매한 일당 [1]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726 3
23660 '반값 학원비' 미끼 운전연수…7억여원 챙긴 불법 업체 적발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55 0
23659 "AI, 판사도 돕는다"...법원, AI 재판지원 시스템 시범 도입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45 0
23658 경찰, '尹 탄핵심판 위증' 이진우 前 수방사령관 소환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47 0
23657 서울중앙지법, '내란전담재판부' 장성훈 부장판사 등 지정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40 0
23656 檢, '대장동 50억' 곽상도 부자 항소 제기…"사실관계·법리 판단 [1]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63 0
23655 가덕도 테러 수사TF, 국정원·국무조정실·국회 압수수색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6 0
23654 경찰 헌법존중TF, 22명 징계 요구…중징계 16명 전원 총경급 이상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0 0
23653 금품·유흥주점 접대 받고 수사정보 빼돌린 경찰관 구속 기소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2 0
23652 대법 "전두환 회고록 5·18 왜곡"...배상책임 확정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48 0
23651 법무부, '1억 공천헌금 수수' 강선우 체포동의요구서 국회 제출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2 0
23650 민희진, 하이브 상대 풋옵션 승소…법원 "256억 지급하라"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1 0
23649 '제2수사단 모의' 노상원 전 사령관 2심도 징역 2년…"형 무겁지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1 0
23648 '찰나의 졸음' 대가 컸다...설 명절 앞두고 졸음운전 경고음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1 0
23647 '언론사 단전·단수' 이상민 1심서 징역 7년 선고.."계엄은 내란" [63]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1419 9
23646 쿠팡 주주 3곳, ISDS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추가 제출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47 0
23645 “안 줬던 두 해가 결정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판단 엇갈린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1367 4
23644 '강북구 모텔 연쇄 사망' 피의자 구속…"도망할 염려"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170 0
23643 강북구 숨진 남성 2명에 '약물 음료' 건넨 20대女 "재우려고만 했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1643 0
23642 설 앞두고 기동대 전진 배치…서울경찰, 민생치안 4대 분야 집중 관리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6 0
23641 경찰, 아동학대 고위험 가정 점검…학대 의심 아동 68명 발견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2 0
23640 '李대통령 명예훼손' 전한길 경찰 조사…"정치보복성 무리한 고발"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71 0
23639 대법 "SK하이닉스 경영성과급, 평균임금 아냐"[종합] [1]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77 0
23638 김경 "강선우 사실 다른 주장 유감...法 판단 기다릴 것"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0 0
23637 강북구 모텔 '약물 음료' 남성 2명 사망…20대 여성 구속 기로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238 0
23636 대법 "SK하이닉스 경영성과급, 임금 아냐"…퇴직자들 패소 [1]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947 2
23635 LG家 상속 분쟁 1심 구광모 승소…법원 "상속 합의 유효"[종합]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5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